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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캐러 가는 길
 고구마 캐러 가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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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를 캐러 갔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 가을이라지만 낮에는 무척 덥습니다. 요즘 쌀 직불금으로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근데, 걸려도 좋으니 부당하게 받을 건덕지라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캐러가는 고구마밭은 서울에 계시는 장모가 한 달에 한 번씩 내려와 짓습니다. 서울에서 한 번씩 내려올 때마다 경비도 많이 들어갑니다. 짧은 생각으로는 그 비용으로 그냥 사먹으면 될 텐데. 하지만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농사는 어찌 보면 본능 같습니다. 아무리 계산해도 경제개념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대규모 기업농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우리 농촌 현실이 어디 그렇습니까? 다시 쌀 직불금 이야기 하자면, 먼 거리에 있다고 농사 못 짓는 게 아닙니다. 농사를 안 지으면서 부당하게 돈에 욕심을 낸 사람들이 문제지요.

사실 저는 농사 못합니다. 그냥 사서 먹는 게 농민들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가까이 있으면서도 별로 도와준 게 없습니다. 하지만 수확할 때가 되면 달라집니다. 민망하지만 먹을 건 챙겨서 옵니다. 나쁜 사위 같지요.

아내와 큰애가 고구마를 캐고 있습니다. 흙을 마음껏 만질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일입니다.
 아내와 큰애가 고구마를 캐고 있습니다. 흙을 마음껏 만질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일입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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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서 나온 고구마. 과일이 아닌데도 마치 맛있는 과일같이 너무나 곱습니다.
 땅속에서 나온 고구마. 과일이 아닌데도 마치 맛있는 과일같이 너무나 곱습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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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는 고구마가 심어져 있는데 아직 수학을 안 하고 있습니다. 장모님은 다음 주에나 내려온답니다. 자꾸만 고구마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조금만 캐 오자고 나섰습니다.

낫과 호미를 준비하고 밭으로 올라섰습니다. 먼저 낫으로 고구마 줄기를 걷어냅니다. 아내와 애들은 호미로 고구마를 캡니다. 고구마 캐는데 재미가 있나 봅니다. 처음 캔 곳은 고구마들이 작습니다. 하지만 맛있게 보입니다. 고구마를 심을 때 땅이 깊게 파지 않아서 크게 크지 못했나 봅니다.

땅에서 갓 나온 고구마는 너무나 곱습니다. 아기 속살을 보는 듯 부드럽습니다. 불그스레한 껍질은 땅속에서 땅 빛을 닮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나 봅니다.

크지만 못 생긴 고구마. 그래도 작은 것 보다는 큰 게 기분이 좋습니다.
 크지만 못 생긴 고구마. 그래도 작은 것 보다는 큰 게 기분이 좋습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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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한쪽에서 캐 나가야 하는데 작은애는 중간에서부터 파고 있습니다. 근데 이곳에서는 하얀 고구마가 나옵니다.
 고구마는 한쪽에서 캐 나가야 하는데 작은애는 중간에서부터 파고 있습니다. 근데 이곳에서는 하얀 고구마가 나옵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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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다른 곳에서 캐보자고 옮겨갑니다. 그곳에는 나온 고구마는 무척 못생기고 큽니다. 하지만 캐는 기분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애들도 무척 좋아합니다. 작은애는 어느새 호미를 들고 가 중간부터 캐기 시작합니다. 하얀 고구마도 나옵니다.

그렇게 비닐봉지로 세 봉지를 만들었습니다. 며칠간 맛있게 먹을 양입니다. 호박도 세 개 땄습니다. 잘 익었습니다. 호박죽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밭 가로 심어진 배초향에 나비가 열심히 꿀을 빨고 있습니다. 가을은 풍족한 계절입니다.

호박을 들고 즐거워하는 애들. 애들은 그냥 즐겁습니다. 밭으로 나가면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호박을 들고 즐거워하는 애들. 애들은 그냥 즐겁습니다. 밭으로 나가면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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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초향에 찾아온 암끝검은표범나비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배초향에 찾아온 암끝검은표범나비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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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옆에 있는게 자꾸만 불안한가 봅니다.
 제가 옆에 있는게 자꾸만 불안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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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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