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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습관적으로 찾아가게

 

..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그리고, 나는 그 자리를 습관적으로 찾아가게 됐어 ..  《강풀-순정만화(2)》(문학세계사,2004) 54쪽

 

 ‘이별(離別)’이 아닌‘헤어진’을 적은 대목은 반갑지만, ‘까닭’이 아닌 ‘이유(理由)’를 적은 대목은 아쉽습니다.

 

 ┌ 습관적(習慣的) : 습관처럼 되어 있는

 │   - 습관적 낭비벽 / 습관적 말투 / 습관적인 행동 /

 │     명훈은 습관적으로 그 끄트머리에 있는 헌책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 습관(習慣) :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   -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다 / 나쁜 습관을 고치다 /

 │     그는 어려서부터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

 ├ 습관적으로 찾아가게 됐어

 │→ 버릇처럼 찾아가게 됐어

 │→ 찾아가는 버릇이 생겼어

 │→ 자꾸만 찾아가게 됐어

 │→ 하염없이 찾아가게 됐어

 └ …

 

 몸에 저절로 익숙하게 된 몸가짐은 ‘버릇’입니다. ‘습관’은 ‘버릇’을 한자로 옮긴 말일 뿐입니다. 그러나 적잖은 분들은 ‘버릇’과 ‘습관’을 다른 말로 잘못 알고 있을 뿐더러, ‘습관’을 뒤집어 놓은 ‘慣習’이라는 한자말까지 쓰면서, 우리 나름대로 이어오던 말 문화를 송두리째 무너뜨립니다.

 

 ┌ 일찍 일어나는 습관 → 일찍 일어나는 버릇

 ├ 나쁜 습관을 고치다 → 나쁜 버릇을 고치다

 └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 아끼는 버릇이 몸에 배었다

 

 한자말 ‘습관’을 써 버릇하니까, “자꾸 되풀이하는 모습이 되어 있다”고 하는 자리에 ‘습관적’을 넣습니다. 토박이말 ‘버릇’을 즐겨썼다면, 같은 뜻과 느낌을 나타내는 자리에 ‘버릇처럼’이나 ‘버릇이 된’을 넣습니다.

 

 ┌ 습관적 낭비벽 → 몸에 밴 헤픈 씀씀이

 ├ 습관적 말투 → 버릇이 된 말투

 ├ 습관적 행동 → 늘 되풀이하는 몸짓

 └ 습관적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 버릇처럼 걸음을 멈추었다

 

 말도 버릇이고 글도 버릇입니다. 한 번 박힌 말버릇은 고치기 어렵습니다. 한 번 익숙해진 글버릇에서 헤어나기 힘듭니다. 살갑고 아름다우며 올바르게 들인 말버릇이나 글버릇이라면 괜찮습니다. 훌륭합니다. 그러나 살갑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으며 올바르지 않은 말버릇과 글버릇이 자기 몸에 깊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면 어찌해야 좋을까요.

 

 

ㄴ. 습관적으로 눈을 먹었다

 

.. 그늘에 남은 잔설로 갈증을 달래고자 했지만 먹을수록 갈증만 더할 뿐이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눈을 먹었다 ..  《남난희-하얀 능선에 서면》(수문출판사,1990) 81쪽

 

 “그늘에 남은 잔설(殘雪)”은 겹말입니다. “그늘에 남은 눈”으로 고쳐야 알맞습니다. ‘갈증(渴症)’은 ‘목마름’이나 ‘목탐’으로 다듬습니다.

 

 ┌ 습관적으로 눈을 먹었다

 │

 │→ 자꾸 눈을 먹었다

 │→ 자꾸자꾸 눈을 먹었다

 │→ 저절로 손이 가서 눈을 먹었다

 │→ 어쩔 수 없이 눈을 먹었다

 └ …

 

 겨울산을 타면서 마실물이 모두 떨어져서 눈을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군대에서 훈련을 하다가 배고프고 목마를 때면 길가 나무숲에 내려앉은 눈을 퍼서 먹었습니다. 주먹으로 한 움큼 눈을 푸면서, 그리 좋아하지도 않은 ‘비싼 케익이야, 맛있게 먹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눈을 퍼먹은들 배고픔은 가시지 않습니다. 목마름도 가시지 않습니다. 외려 배만 아픕니다. 그래도 자꾸자꾸 손이 가서 눈을 퍼먹습니다. 모진 겨울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는 날까지 눈먹기는 내내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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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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