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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수련원에서 금오산 오르는 길
 청소년수련원에서 금오산 오르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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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산에 가냐?

남해고속도로 진교 나들목에서 나와 벚꽃 길로 유명한 1002번 지방도를 타고가다 보면 금오산 등산로 표지판이 보인다. 처음 보이는 금오산 길은 산 정상까지 차로 올라가는 길이고, 조금 더 가면 청소년수련원 표지판과 함께 또 다른 등산로를 안내한다.

산행이 목적이다 보니 청소년수련원으로 들어섰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산행준비를 마쳤다. 안내판에는 산 정상까지 3.8㎞라고 알려준다. 등산거리가 조금 길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 들어선 산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넓은 길이다. 아내는 "산길이 너무 좋다"며 "이 정도라면 쉽게 올라가겠다"고 한다.

오늘(12일) 산행은 아버지(78)와 함께다. 아버지는 산을 무척 좋아하신다. 두 달 전에 혼자 산에 갔다 내려오시다 넘어져서 수술을 하셨다. 그리고 퇴원한 지 한 달 정도 되셨다. 그래도 다시 산이 그리워선지 어젯밤에 전화를 주셨다.

"내일은 어느 산에 가냐?"
"다리는 괜찮으세요."
"옛날같이 돼서 괜찮다."
"높은 산에는 못 올라가실 거 아니예요."
"올라가는데 까지 가보지 뭐."

산길 시작은 적당히 넓어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기 좋은 길이다.
 산길 시작은 적당히 넓어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기 좋은 길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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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계단이 몇개나 될까? 엄청나게 많은 것 같다.
 나무계단이 몇개나 될까? 엄청나게 많은 것 같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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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나무계단이 몇 개나 될까?

그래서 생각한 게 하동 금오산(金熬山, 849m)이다. 산 정상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다니까 여차하면 차로 올라가려고. 하지만 아버지는 극구 등산을 원하신다. 그래서 가는 데까지 가다가 돌아오기로 하고 산에 올랐다.

30분쯤 걸어가니 쉼터가 나온다. 석굴암으로 가는 길과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표지판은 정상만 안내하고 있다. 잠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정상가는 길로 올라섰다. 바로 경사가 가파른 돌계단길이다. 아버지가 힘들어 하신다. 돌계단 길이 끝나니 나무계단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대체 계단이 몇 개나 될까? 내려갈 때 한 번 세어볼까?"

아버지는 천천히 올라간다고 자꾸만 먼저 올라가란다. 20여분정도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서니 돌길이 나오고 능선으로 올라섰다. 쉼터에서는 시원한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남해의 작은 섬들과 창선도가 보인다.

능선길로 올라서니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능선길로 올라서니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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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내려가시죠

아내는 왜 이런 산을 택했냐고 몹시 불만이다. 아버지가 무척 힘들어하셨기 때문이다.

"그만 내려가시죠?"
"뭔 소리여. 정상까지 가."

난감하다. 쉽게 물러설 기세가 아닌 것 같다. 정상까지 2.8㎞나 남았는데…. 그나마 가파르게 올라서인지 능선 길은 완만하게 이어진다. 소나무 숲길을 걷으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중간 중간 오르막이 있고 산길은 지루하게 이어진다. 그렇게 능선길을 한 시간 반 정도 걸었다.

석굴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아버지께 여기서 내려가자니 기어코 정상까지 가신단다. 정상까지는 500m. 다시 100m쯤 올라서니 정상이 보인다. 파란하늘아래 우뚝 선 안테나가 당당하게 보인다.

정상을 앞에다 두고
 정상을 앞에다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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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지척에 두고 돌아서서

"여기서 점심 먹고 내려가죠?"

아버지는 산 정상을 봐서인지 그러자고 한다. 사실 조금 아쉽기는 하다.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인데…. 하지만 그 조금이 무척 힘들 수도 있기에 가까이서 정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내려오는 길은 석굴암으로 잡았다. 청소년수련원까지 3.2㎞라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고려시대에 새겼다는 마애불도 보고 80여 년 전에 쌓았다는 석굴암도 보았다. 석굴암 주변으로 너덜이 있어 단풍이 아름답게 들었다. 석굴암에서부터는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 내려오면서 몇 번 미끄러지신다.

정상근처에 마애불이 있다. 음각으로 탑과 부처를 새겨 놓았다.
 정상근처에 마애불이 있다. 음각으로 탑과 부처를 새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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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지대에 돌로 석굴을 쌓고 부처를 모셔놓은 석굴암
 너덜지대에 돌로 석굴을 쌓고 부처를 모셔놓은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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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혹시 우리가 걱정할까 봐서 괜찮다며 자꾸 먼저 가라고 하신다. 가파른 길을 거의 내려서니 계곡이다. 아마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길이겠지. 계곡 옆 바위에 앉아서 쉬었다. 아버지는 "오늘 산행 잘 했다"고 하셨다. 산행 내내 걱정이 되었지만 아버지가 좋아하시니 기분이 좋다.

아버지는 산을 무척 좋아 하신다. 최근 몇 년 동안 여기저기 아프시면서 힘도 많이 떨어지셨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산을 못 가게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힘들어 하시지만 산에 오를 힘만 있으면 올라서서 산을 느껴보고 싶어 하실 것이다. 아마 산을 오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에….

넘어가는 햇살을 아쉬워하는 꽃향유
 넘어가는 햇살을 아쉬워하는 꽃향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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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지대 근처에서 단풍이 곱게 들었다.
 너덜지대 근처에서 단풍이 곱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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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에 단풍이 곱게물든 담쟁이. 가을이 점점 깊어지는 걸 느낀다.
 너덜에 단풍이 곱게물든 담쟁이. 가을이 점점 깊어지는 걸 느낀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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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은 청소년수련원에서 정상까지 3.8㎞이고 내려오는 길도 거의 비슷합니다. 정상에는 해맞이 공원이 있으며, 차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하네요. 산행이 힘드시면 정상까지 올라가서 시원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태그:#금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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