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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직불금 문제로 공무원 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은 올해 초, 직계가족의 재산을 빼고 20억7천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강남에만 3채의 집을 갖고 있었다.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그가 받을 쌀 직불금은 100만원이 채 안됐다.

그는 왜 자경확인서까지 위조해가면서 쌀직불금을 신청하는 군색한 짓을 했을까. 서초구에 사는 이 차관뿐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 부촌 강남구에 주소를 둔 50만원 이상 직불금 수령자 65명 중 37명도 비경작자이면서 직불금을 받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6년에 직불금을 받은 99만 8천여 명중 28만명의 비경작자가 총1683억 원의 쌀 직불금을 받았다. '비료를 구입하거나 수확한 벼를 농협에 수매한 사실이 없이 실경작자가 아닌 자로 추정되는' 공무원, 기업체 임·직원,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17만 명, 직업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영농기록이 없어 실경작자가 아닌 자로 추정되는 자가 11만 명이라는 것이다.

상당한 수입원을 가진 것이 분명한 '공무원, 기업체 임·직원,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17만명'은 왜 고정직불금 기준으로 1ha(약 3025평)당 70만원에 불과(?)한 쌀직불금을 신청한 것일까.

1㏊당 70만원..."지주들이 불이익 주기 때문에 직불금 신청 못해"

한미FTA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대표자들이 15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앞에서 '쌀 직불금 불법 수령, 신청 고위공직자 명단 공개와 해임 등 중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으로 쌀 직불금은 수령 또는 신청한 고위공직자가 100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져 농민들이 분노와 경악을 하고 있다'며 명단 공개 및 중징계, 농지규제 강화, 이봉화 차관을 비롯한 해당 공직자의 사죄 등을 촉구했다.
 한미FTA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대표자들이 15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앞에서 '쌀 직불금 불법 수령, 신청 고위공직자 명단 공개와 해임 등 중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으로 쌀 직불금은 수령 또는 신청한 고위공직자가 100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져 농민들이 분노와 경악을 하고 있다'며 명단 공개 및 중징계, 농지규제 강화, 이봉화 차관을 비롯한 해당 공직자의 사죄 등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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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낸 성명에 이 의문을 풀 단서가 담겨있다.

"쌀 직불금 불법수령사례를 신고하지 않는 농민들(실제 경작자들)이 문제라고 하지만, 지주들이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농민들은 반 강제적으로 직불금을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소작농들이 대지주들에게 엄청난 소작료를 주면서도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현장농민들의 의견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실경작자의 24%가 직불금을 받지 못했고, 특히 경기도 김포 등 4개 시군구에서는 농협수매 실적이 있는 농가 중 76%가 직불금 신청의 일부를 누락하거나 신청하지 못했다.

강부자들이 벼룩의 간을 빼먹는 짓을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조세특례제한법 69조는, 8년간 자경하면 토지의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토지소유의 목적(부동산 투기든 뭐든)과 관계없이 8년간 직접 농사를 지은 것으로 확인되면 땅을 팔 때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것이다.

이봉화 차관이 다른 답 하나를 알려줬다. 차관으로 임명되기 바로 전날 쌀직불금 신청에 대한 첨부서류로 '자경확인서'를 낸 것이다. 실경작자가 받도록 돼있는 직불금을 신청함으로써, 투기 논란을 피해가겠다는 꼼수였던 것이다.

위장전입과 투기 의혹도 비켜가고, 값이 오른 땅을 팔 때 세금도 안 내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쌀직불금 문제는 수도권 부재지주들의 땅투기가 그 본질임을 보여준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 사업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부터 시작됐다는 것에 반색하면서, 공무원들을 타깃에 올려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경자유전(농지는 직접 경작하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 원칙이 무너져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국 반전의 카드' 따위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우리는 땅투기의 다른 이름인 부재지주가 누구이고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6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조사로 전국의 임차농지가  43%이고, 임차농비율이 62.5%에 달한다는 정도만 파악돼 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도권 부재지주들에 대한 조사로까지 확산되지 않는다면, 손쉬운 대상인 공무원들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금융계·언론계 등 각계가 망라된 '28만명'이라는 조사단서도 손에 쥐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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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봉화, #쌀직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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