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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우리 나라 주식시장도 폭락사태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평소 주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주식시장 폭락을 보며, 웬지 모를 불안감을 갖게 됩니다. 작년말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며 펀드열풍이 불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주식시장이 침체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못했습니다. 펀드전문가의 말만 믿고 쌈지돈을 너도 나도 펀드에 넣었다가 반토막 난 사람은 돈 한푼 써보지 못하고 도둑 맞은 기분입니다.

 

어제 등산을 갔다가 P씨 남편이 펀드보다 더 위험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가진 집도 날리고 전세에서 월세로까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좋아하는 등산도 나오지 않고, 지금 거리로 내쫓길 형편에 몰린 P씨를 생각하면 마치 제 일처럼 가슴마저 떨립니다. 방송에서 연일 주식폭락 사태를 보곤 하는데, 제 주위 사람중에 주식 피해자가 있다는게 안타깝습니다.

 

P씨 남편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열심히 저축하여 분당에 32평 아파트를 마련하였고, 아이들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녀 가정적으로 한창 돈이 들어갈 시기입니다. 그런데 작년 5월 펀드 열풍이 막 시작될 무렵에 P씨 남편은 여유돈 3500만원을 펀드에 넣었습니다. 펀드에 넣은 돈이 작년 10월에 4000만원 가까이 되자 남편은 이거다 싶어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1월에 우리 나라 주식시장은 올해 2000을 돌파하고, 곧 3000까지 돌파한다며 장미빛 전망을 한창 쏟아내던 시기였습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2억원의 융자를 내어 작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주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법대를 나온 P씨 남편은 머리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다며, 주식으로 집도 늘려가고, 아이들 학원비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일개 개미에 불과한 P씨 남편의 욕심은 무지개 꿈에 불과했습니다.

 

올해부터 주식시장은 서서히 하강국면을 맞더니 주가지수 2000 돌파는 커녕 1800선, 1700선, 급기야 최근에는 1200선 등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습니다. P씨 남편의 융자금 2억도 반토막 났고, 거기에다 증권회사에서까지 융자를 받아 주식을 사는 바람에 이른바 깡통계좌가 되었습니다. 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 매달 나가는 대출금 이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대학교 다니는 자녀의 학자금,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학원비 등 가정경제 또한 파탄 일보 직전이라 P씨네는 아파트를 팔기로 했습니다. 대출금 말고 생활비와 아이들 등록금과 학원비 등으로 1년동안 쓴 돈만 해도 5000만원이 넘었습니다. 아파트 마저 많이 떨어져 급매로 지난 9월에 처분하고 주택가 1층에 전세 1억5000짜리 집을 구해 이사했습니다.

 

그런데 P씨 남편의 주식욕망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세금을 담보로 또 대출을 받아 주식을 계속하던 P씨 남편은 얼마전에 완전 깡통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주식이 하루가 다르게 폭락하는 시장에 뛰어들었으니 어떻게 돈을 벌 수가 있겠습니까? 개미기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었다는 얘기 저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P씨네의 1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년 전 : 분당 32평 아파트(싯가 6억, 여유돈 3500만원)

현 재 : 주택가 월세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0만원, 깡통이 된 증권계좌

 

어제 산에서 아줌마들끼리 모여 P씨네의 가슴 아픈 얘기를 듣고 있자니 옛날 우스갯소리가 생각났습니다.

 

옛날 어느 거지 부자가 동네를 지나는데, 부잣집에 불이 났습니다. 아들이 평소에 살고 싶어하던 좋은 집이었습니다. 평소 아들이 하던 말을 기억하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들아!~ 저런 부잣집에 살았으면 불 났을텐데, 너는 아버지 잘 둔 덕에 불도 안나고 목숨도 부지 하잖아."

 

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 잘 둔 덕(?) 인지, 주식 안하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삽니다. 그래서 어제 아줌마들이 모여 하는 말인즉슨, "요즘은 그래서 무주식이 상팔자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Daum) 블로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주식시장, #경기침체, #주가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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