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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학적성시험' 홈페이지(http://www.leet.or.kr) 화면 갈무리.
 '법학적성시험' 홈페이지(http://www.leet.or.kr) 화면 갈무리.

2009학년도 제1회 법학적성시험(LEET : 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에서 고득점을 획득한 공중보건의 C(29)씨는 법학도가 되기 위한 준비단계를 무사히 마쳤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공중보건의 C씨는 내년 4월이면 국방의 의무를 마치게 돼 시간을 쪼개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C씨는 대부분 10일까지 원서접수 마감인 서울시내 유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전형을 살펴보다가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C씨가 지원할 수 있는 학교는 서울시내에서는 5개 대학밖에 없었다. 연세대 등 6개 대학은 내년(2009년) 대학원 개강 이전에 제대하지 못하면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현역병들은 국민에게 주어진 의무는 다하지만, 국민으로서 누릴 권리는 박탈당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일부 로스쿨, '국방의 의무' 수행하는 현역병들에게 기회 박탈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들이 교관으로부터 교육내용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들이 교관으로부터 교육내용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국방홍보원 국방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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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역병들은 이듬해 2월 말까지 제대를 하지 못하더라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수준에 맞는 대학에 지원해 합격한 후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난 후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대학이 '군 휴학처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각종 국가고시와 공무원 시험은 현역병이 합격을 한다면 제대 후 호봉까지 인정이 되는 등 의무 복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렇듯 국민의 기본 의무를 이행하는 현역병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나아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것에 대한 인센티브도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로스쿨의 경우는 달랐다.

현재 내년 로스쿨 개원 이전까지 제대가 불가능한 현역병이 지원할 수 없는 로스쿨은 서울지역에서만 6개.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6개 학교에서 로스쿨이 현역병의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연세대 로스쿨 입학 관계자는 "교육부의 허가를 받은 사항이기 때문에 (현역병의 로스쿨 지원 제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제대 기간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합격 후 곧바로 휴학을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서강대 로스쿨 입학 관계자도 "현역병은 당장 학업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태도를 분명히 했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방에 있는 로스쿨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았다. 강원대, 영남대, 전북대, 인하대 등 4개 학교가 현역병 지원에 제한을 두고 있었다.

반면, 현재 전국 로스쿨 선정 대학 25개 학교 중에서 내년 로스쿨 개원 이전까지 제대가 불가능한 현역병의 지원을 받는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아주대, 충남대, 충북대, 경북대, 부산대, 동아대, 전남대, 원광대, 제주대 등 총 14개 대학.

동아대 로스쿨 입학 관계자는 "일부 대학이 '집중 교육'을 위해 현역병의 입학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한 '군 휴학' 같은 경우는 어떤 경우라도 (입학을) 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헌법 제31조에 "균등한 교육 받을 권리" 로스쿨은 노!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문 위의 '정의의 여신상'.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문 위의 '정의의 여신상'.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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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이 현역병의 입학을 제한하는 이유가 '학업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에 입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역병의 경우 병역을 마치고 로스쿨에 입학할 경우 3년 연속해서 학업을 수행하기 힘들다.

오히려 군 미필자가 로스쿨 합격 후 현역병으로 입대를 해서 현역병으로 가게 된다면 학업 중단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현역병의 지원을 막는 대학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9일 전화통화에서 "헌법 제 39조 2항에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면서 현역병의 지원 자격 제한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었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과의 교수는 현역병의 지원 제한을 두는 것에 대해 "헌법 제31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교육의 권리라는 측면에 있어서 현역병의 지원을 제한 두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입시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판단할 문제"

결국 상당수 대학의 로스쿨 입학 규정으로 볼 때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군대를 가기 전에 로스쿨에 지원하거나 제대 후 지원하는 것이 좋다. 이로 볼 때 병역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로스쿨 준비생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입시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판단할 문제이고, 교육부가 일일이 지침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모든 대학이 현역병의 지원을 막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에 자율적인 결정을 맡기겠다는 태도다.


#로스쿨 #현역병#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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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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