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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축제 분위기는 망덕포구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매년 이때가 되면 포구에서는 '가을 전어' 축제로 한바탕 들썩인다. 축제가 시작 된지 올해 들어 열 번째가 되었다고 한다. 고소하고 야들야들한 가을 전어 생각에 지난 3일 아버지와 식구들과 함께 망덕포구를 찾았다.

멀리 보이는 섬이 '배알도'입니다.
▲ 망덕포구 멀리 보이는 섬이 '배알도'입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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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에 대한 추억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쯤인 것 같다. 어머니는 가을걷이 나락(벼) 베는 날 새참으로 아침 일찍 시장에서 생선을 사왔다. 비리한 생선 비닐을 제거하고 요리하는 것은 우리요리사 아버지의 몫이다. 탕이면 탕, 국이면 국. 지금도 칠순이 넘었지만 요리솜씨는 누구 못지않다.

텃밭에서 무 뽑아 총총 채 썰고 장독대 고추장 그리고 부엌 한쪽에 늘 자리 잡고 있는 삭힌 식초 넣어 주물럭주물럭 하면 생선회요리 완성이다. 여기다 아버지가 좋아한 약 오른 매운 고추까지 추가 되면 우리들 젓가락 쉽게 가지 못한 회 무침이 만들어진다.

새콤달콤한 회가 입안에서 씹히는 맛은 매혹적이다.
▲ 전어회 무침 새콤달콤한 회가 입안에서 씹히는 맛은 매혹적이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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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선인지도 모른 채 입술 호호불면서 먹었던 그 생선이 '전어'였다. 매운맛과 식초의 맛이 어우러진 그 맛은 지금도 입가에 얼얼하게 살아있다.  

바다와 맞닿는 멀리 남해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정신이 맑아온다. 갈매기의 날갯짓이 가볍게 느껴진다. 녀석은 포구를 선회하면서 축제장을 기웃거린다. '소문난 잔치 집 먹을 게 없다'고 하였던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가면 오히려 실망도 크다. '오늘은 딱 축제 분위기에 맞는 전어회만 맛보고 오자'는 생각으로 큰 욕심은 버리고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섬진강 한밤의 음악회’를 준비하는 무대에서는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린다. 귀가 얼얼하다.  행사를 알리는 커다란 애드벌룬은 포구에 묶여 바람 따라 흔들리고 포구를 찾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축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축제장에 가면 꼭 만나는 사람이 있다. 뻥튀기 장수, 밤 굽는 장수, 엿장수  그리고 아이들을 유혹하는 풍선장수들이다. 물론 가지가지 음식장수들도 있지만 이들은 약방에 감초처럼 축제장 분위기를 돋우는데 한몫을 한다.

때로는 잡상인이라고 천대를 받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이들이 빠지는 축제는 썰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다가 잘 보이 곳으로 자리를 잡고 가을전어 맛을 탐닉하느라 정신없다. 우리일행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자리부터 잡았다. “그래 전어축제인데 전어 맛부터 보아야지”

▲ 유년의 추억이 살아있는 전어 지난 3일 10회째 열린 광양 망덕 전어축제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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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침으로 드릴까요, 그냥 드릴까요."
"무침 반 그냥 반 주세요."

경상도와 전라도 억양이 반반 석인 횟집 주인은 이것 아니면 저것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섬진강을 사이로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 말투로는 쉽게 어디에 사는지 구별이 잘 가지 안는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전어 구이’, 숯불 석쇠에 노릿하게 구운 구이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리는 두 가지 다 맛을 보기로 하였다.    

된장에 먹으면 고소한 전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 전어 된장에 먹으면 고소한 전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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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전어
▲ 전어 유년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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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망덕전어가 유명하죠.”
“섬진강 최 하류인 섬진강물하고 바닷물하고 합치 진데서 나니까 맛이 있습니다.”
“어떻게 맛있습니까?”
“그 어떻게 말로 표현 할 수 있을까요?”
“고소하고 쫄깃쫄깃 하면서 여기 것은 부드럽죠.”
“전어가 다른데도 많이 나지 않습니까? 유난히 여기 망덕전어가 알려져 있어요.”
“서해안 전어는 날씬하고 여기 전어는 배가 불룩이 튀어나온 것이 특징이죠.”
“혹시 비만 전어 아닙니까?”
“아니죠. 그 정도 섬진강 맑은 물먹고 바닷물과 섞여져 살다 보니까 전어가 통통하고…….”

전어회가 나오기 전에 횟집주인에게 망덕전어가 어떻게 맛있는지 묻으려고 하자 전어로 톡톡히 받은 유명세 때문인지 카메라 앞에서 쉽게 전어자랑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전어는 일 년 내내 잡힌다고 한다. 유독 가을철에 잡히는 전어는 육질이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맛이 더한다고 자랑을 한다.

갖가지 양념에 아삭하고 달콤한 배가 곁들인 ‘전어무침’ 맛이 좋다. 새콤달콤한 회가 입안에서 씹히는 맛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전어의 고소한 맛을 느끼려면 양념을 넣어 무침회보다  그냥 된장에 먹으면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가을전어 맛을 알아버린 지금. 칠순이 넘어버린 아버지와 초등학교 때 느껴 던 아버지가 손수 회 무침 맛을 망덕포구에서 다시 한 번  맛보는 것 같아 좋다. 가을이 더 깊어 가기 전에 고소하고 야들야들한 전어 맛보러 떠납시다.

덧붙이는 글 | u포터, 여수미디어코리아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망덕, #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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