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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토지 색으로 기억되는 홍토지. 계절마다 다른 채색을 하는 풍경화와 같다.
홍토지색으로 기억되는 홍토지. 계절마다 다른 채색을 하는 풍경화와 같다. ⓒ 변훈석

동촨(东川)의 홍토지(红土地). 쿤밍에서 북쪽으로 200Km 남짓 떨어진 1800m~2600m 사이 광할한 면적에 집중되어 있는 홍토고원이다. 푸른 녹음과 알록달록 아름다운 다양한 색상들이 붉은 토지와 어우러진 풍경이 한폭의 그림을 그려내는 곳으로 2~3년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해 많은 사진애호가들과 여행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웬양의 계단식 논밭과 함께 홍토지는 해발 2500m 고원에 위치한 황토고원으로 인간이 이룩한 대지예술의 결정체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곳의 가을을 만나보자.

 자연이 밑그림이 되고, 사람은 그 위에 스케치를 하고, 다시 자연이 채색을 하며 그려낸 전원산수화
자연이 밑그림이 되고, 사람은 그 위에 스케치를 하고, 다시 자연이 채색을 하며 그려낸 전원산수화 ⓒ 변훈석

홍토지는 고온다습한 운남지방 기후와 철분이 다량 함유된 토양의 영향으로 대지가 산화를 거치며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다양한 붉은 색채를 지니고 있다. 광활한 고원 위에 비탈을 거슬러 오르며 일구어 놓은 밭이 매끈한 곡선으로 이어지고, 층층마다 다른 색상을 뽐내는 작물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넓은 홍토고원은 도화지가 되고, 주민들이 일구어놓은 밭들의 경계선은 아름다운 곡선과 계단의 입체감으로 훌륭한 스케치가 되어준다. 그렇게 해서 한폭의 전원 산수화가 완성된다.

 색으로 표현되는 홍토지. 가을의 푸른하늘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색으로 표현되는 홍토지. 가을의 푸른하늘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 변훈석

가을이 찾아온 홍토지. 변화무쌍한 색으로 기억되는 이곳의 가을색은 특별했다. 백색의 유산화(십자화과 유채의 일종)가 고원구릉을 하얗게 뒤덮은 아름다운 풍경 속 길을 따라 거닐며, 깊어가는 가을 자연의 소리를 들어본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내는,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분주함은 농부들의 손길만큼이나 바쁘게 느껴진다.

홍토지의 가을 홍토지의 가을은 흰색으로 표현된다. 유채의 일종인 유산화가 붉은 고원구릉을 뒤덮고 있다.
홍토지의 가을홍토지의 가을은 흰색으로 표현된다. 유채의 일종인 유산화가 붉은 고원구릉을 뒤덮고 있다. ⓒ 변훈석

수백년을 이어 가파른 협곡을 거슬러 올라가며 계단식 밭(田)을 일군 현지 주민들은 다양한 작물을 사계절 번갈아 농작한다. 이로 인해 홍토지는 사계절 동안 붉은 대지, 푸른 어린새싹, 황금물결의 보리밭, 십자화과의 다양한 색상의 유채들이 조화를 이룬다. 현지인들의 고단한 일상이 묻어 있을 법한 저 곳. 우리네 농촌의 생활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왠지 그 속을 들여다보면 풍요로울 것 같다. 붉은 대지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땅 위의 모든 것들. 작열하는 고원의 태양빛을 머금고 영글어가는 가을은 여느 곳보다 풍요롭고 활기참이 가득 묻어 나온다.

과거 이곳에 사람들이 정착하기 전만 해도 이 홍토고원의 주인은 울창한 산림이었다. 사람이 살기 시작하며 집을 짓고,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벌목이 시작되고, 그 벌목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다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무언가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유기물이 풍부한 이 땅은 사람들에게 많은 수확을 가져다주었다. 점차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하니 경작면적 증대와 벌목 또한 비례해서 증가했고, 홍토지는 그렇게 색칠되어 왔다. 그렇게 수백년 어쩌면 천년이 넘었을지 모르는 이곳은 이들 선조들의 땀과 지혜가 묻어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당하면서도 그 세월의 시간을 한 번 되짚어 본다.

 멋들어진 풍경속 길. 그 길을 따라 가는 여행을 꿈꾼다.
멋들어진 풍경속 길. 그 길을 따라 가는 여행을 꿈꾼다. ⓒ 변훈석

다양한 색으로 기억되는 홍토지. 빛의 방향에 따라 그 색들은 더욱 변화무쌍함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엔 다양한 색 외에도 전원의 정취와 시원한 바람까지 존재한다. 자전거로든 도보로든 바람을 따라 그 전원의 향기를 맡아보는 그런 여행이고 싶다.

길! 그 위에는 더없는 행복과 즐거움이, 때론 고독과 불안감이 동시에 묻어난다. 그리고 그 위에선 뜻밖의 인연과 경계를 허무는 즐거움 등 많은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빛의 방향을 따라 가는 발걸음이 아닌 바람의 방향을 따라 그 길 위에서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또 다른 여행의 의미를 두어본다. 저 풍경과 그 속의 한적한 길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닌 저 길을 따라 바람과 함께 거닐며 그 속에 묻어 있을 많은 사연과 인연을 만날 수 있길 소망해본다.

홍토지 여행정보
.교통 정보
쿤밍(昆明)에서 파져(法者)행(매일 1회) 버스를 타고 홍토지에서 하차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쿤밍(昆明)-동챤(东川), 쿤밍(昆明)-마지에(马街)를 거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홍토지는 광활한 지역에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각 전망대마다 거리가 3~5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쿤밍에서 출발해 홍토지나 중간경유지인 동촨, 마지에에서 차량을 섭외하자. 부근의 차량기사들은 전망대의 위치를 잘 알고 있어 전망대를 찾아 헤메일 필요도 힘겹게 걸어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보통 쿤밍에서 왕복 1박 2일의 일정으로 다녀온다.

.숙박 정보
홍토지삼거리에서 교자설산(파져) 방향으로 100m쯤 가다보면 최근에 새로 지은 깔끔한 숙소가 있다. 식당도 함께 겸하고 있으니 일석이조(2인표준룸:80위안,2008.10월가격, 가격은 참고만)

. 여행적기
5~6월, 10~11월


#홍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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