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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준 작가는 원로면서 진해예술촌에 입촌해서 젊은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늘 웃는 해맑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 작품은 석채, 채색화로 국화와 함께 용을 그려 용의 용맹스러움과 부드러움을 함께 느끼게 한다.
▲ 장영준 화백의 '지난가을' 장영준 작가는 원로면서 진해예술촌에 입촌해서 젊은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늘 웃는 해맑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 작품은 석채, 채색화로 국화와 함께 용을 그려 용의 용맹스러움과 부드러움을 함께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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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화가 "피카소도 우리의 전통민화에 영향"을 받았을 정도로 "얼굴이나 눈을 과장되거나 축소하여 그린 민화가 외국인들의 눈에 순수하고 입체적으로 보여 상당히 호평받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도 "소중한 것들을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전통"에서 찾아야 되며, 그것이 "한국화의 미래에 대한 해답이라 생각"한다고 피력하는 박상복 화백.

그는 "전통만을 답습"해서는 안되고 "세계의 흐름, 현대예술의 경향을 빨리 직시해서 이에 대처하고 창조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공자가 말한 '회사후소(繪事後素)'의 말"처럼 "어제 배워 알고 있는 지식조차도 다 버릴 수 있어야" 되며, "관념속에 항상 어제 것만 생각해서는 안되며 한국화 발전을 위해서는 작가들이 동·서양의 다양한 기법까지 참조하고 연구할" 것을 강조했다.

제24회 경남한국화작가협회전(9월 30일~10월 5일)이 열리고 있는 창원 성산아트홀 전시관에서 10월 1일 수요일 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복 작가를 만나 경남지역 한국화단의 실정과 한국화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상복 화가는 10년째 전시회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잔설에 덮힌 고향의 들과 소나무를 현대적인 기법을 모색하며 그렸으며, 전체를 보는 것보다 부분만을 떠내서 이를 표현하였다.
▲ 수묵담채인 '지난 겨울' 앞에 선 박상복 화백 박상복 화가는 10년째 전시회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잔설에 덮힌 고향의 들과 소나무를 현대적인 기법을 모색하며 그렸으며, 전체를 보는 것보다 부분만을 떠내서 이를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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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의 특색은 어떻습니까?
"전통적인 수묵산수화에서부터 비구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주로 수묵화가 많이 보입니다. 그 중에 장영준 화백이 출품한 '지난가을'이 조금 특이한데, 돌가루를 이용해 화려한 채색화의 기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둘러 보면 조금 비슷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있을 것인데, 이것은 진주의 창전선생이나 통영에 계신 김안영 선생의 문하에서 배운 제자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그렇습니다."

- 전시회 작품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네요.
"올해 전시회에 참여한 인원이 23명 정도 됩니다. 85년 창립멤버가 23명이었는데 올해도 전시회 참가자가 23명이라는 것은 숫자가 거의 수평이동한 셈이 됩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회원들이 서로 힘을 맞대고 정보도 교류하고 그러면 좋을 텐데, 저도 조금 아쉽네요."

-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어떤 사정이 있습니까?
"작가들이 통영, 김해, 창원, 마산, 진해, 진주 등 여러 곳에 분산되어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리나 시간적인 문제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회원들의 타지방 전출도 많아서 그렇습니다."

- 혹시 협회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요?
"경남한국화협회전은 경남현대작가회전과 더불어 경남화단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전시그룹입니다. 물론 조직을 운영하다보면 문제가 없을 수 없겠지만 출품작이 적은 것은 작가들의 사명감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10년 20년 꾸준하게 전시회에 출품하는 사람도 많은데 개인적인 이유로 협회를 이탈한다든지 회피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창작된 작품을 전시해서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성장하니까요."

그림에서 계절미와 억새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 이임숙 화가의 '억새처럼' 그림에서 계절미와 억새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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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보다 개인에게 문제가 많다는 것인가요?
"경제적인 문제나 개인적인 여타의 이유든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2~3시간이내에 올 수 있고, 정성만 있으면 작품도 낼 수 있습니다. 근데 멀리 이사 갔다는 이유로 출품을 하지 않습니다. 협회의 사기를 떨어뜨립니다. 1년에 10회정도 그룹전을 하는데, 전시회에 가입된 이상은 내 일로 생각하고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요. 통영에 계시면서 90이 넘도록 작품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시는 전혁림 화백이나 진주의 박생강 선생님 같은 분들의 작가정신, 혼을 본 받아야 될 것 같습니다."

- 요즘 젊은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죠?
"서울의 아트피아라든지 옥션경매시장에 나오는 작가들 대부분이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입니다. 학벌과 지역을 떠나서 작품이 좋으면 인정받는 시대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만 만들면 얼마든지 통한다는 거죠. 한국화에서도 현대적인 것을 개발하고 창조를 하면 세계에서도 한국화를 인정해 줍니다."

- 한국화를 재창조 하고 현대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뭘 말합니까?
"전통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노력과 연구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전통만을 답습해서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길이 더 협소해집니다. 지금은 정보화시대라 발빠르게 세계의 흐름, 현대예술의 경향을 빨리 직시해서 이에 대처하고 창조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안일하게 한 곳에만 머물러 있는 작품만 만들어 내서는 안되는 거죠. 더 독창적인 언어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그런 용기와 노력들이 따라야 합니다. 지금은 나이가 문제가 아니고 실력만이 인정받는 시대입니다."

- 한국화 작가들의 독창성의 강도는 어때요?
"약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제가 한국화를 전공하는 사람이지만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피카소'에요. 피카소는 2만점 이상의 그림을 그리고 죽었는데, 그 분도 한국전쟁을 통해 모티브를 얻었고, 아프리카 탈에서 자신의 입체파 그림을 탄생시켰습니다. 우리도 옛 것만 답습해서는 안됩니다."

전통적인 한국화의 여백의 미를 강조하여 수묵의 웅장함과 단순함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 정호경 작가의 '연(然)' 전통적인 한국화의 여백의 미를 강조하여 수묵의 웅장함과 단순함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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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독창성이나 재해석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요?
"공자님이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말씀을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흰 바탕위에 해야 된다는 말인데, 내가 배우고 탐구하고 알았던 것 조차도 버릴 줄 알아야 된다는 말이죠. 관념속에 항상 어제 것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내가 어제 배우고, 스승에게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조차도 다 비울 때, 회사후소하는 마음으로 다른 기법들을 참조하고 연구하다 보면 거기서 또 다른 조형언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 한국화 작가로서 '피카소'를 좋아한다니 의외네요.
"자신이 피카소만큼 수 많은 그림을 그리거나 노력하지 않고 피카소를 평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1학년이 피카소가 어떻다고 말하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8만점의 그림을 그렸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작품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많은 양의 작품활동을 하면서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 좋은 엑기스만 담아서 멋진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분명 진리같아요. 능력도 수 많은 반복적인 작업량에서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것이 나 스스로가  먼저 사고의 폭을 넓혀야 말할 것도 많아진다는 거죠."

통영의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며, 멸치떼가 하늘을 나는 모습에서 작가의 해학미를 느낄 수 있다
▲ 김안영 작가의 '멸치 하늘에 살다' 통영의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며, 멸치떼가 하늘을 나는 모습에서 작가의 해학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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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소가 한국의 전통민화에 영향을 받았다는 말이 있던데.
"얼굴이나 눈을 과장되거나 축소하여 표현한 민화가 외국에서 상당히 호평받고 있는데, 그들이 보기에 민화가 상당히 순수해 보인다는 거죠. 서민들이 그렸다고 하는 민화가 외국사람들이 보기에 상당히 입체적이라는 거죠. 그게 오히려 순수하게 보이는 거지요. 피카소가 그런 부분에서 많이 영향을 받았다는 겁니다. 우리도 소중한 부분들을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가까운데, 전통에서 찾다 보면 분명 한국화의 미래에 대한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화를 하려면 야외로 자주 나가실 텐데.
"자연을 찾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요. 하루는 야외에서 5시간 정도 움직이지 않고 소나무를 스케치 하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그 동네 사람이 '배 고프지 않냐'며 베지밀을 갖다 주기도 했고, 어떤 분은 지지미도 구워 줬어요. 산청에서는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더니 국밥까지 끓여줬죠. 이것은 김해의 낙동강변에서 있었던 일인데 어떤 집 앞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 집 주인이 그 그림을 사더라고요. 아직까지 시골에는 따뜻한 정서가 살아있어요.

눈과 물, 물속에 비치는 자갈을 사의적으로 해석한 구도와 함께 참새를 배치하여 조형화 한 것이 이채롭다
▲ 안숙란 화백의 '설경' 눈과 물, 물속에 비치는 자갈을 사의적으로 해석한 구도와 함께 참새를 배치하여 조형화 한 것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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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에는 야외스케치가 힘들지 않나요?
"춥고 얼음이 얼어도 자연이 가져다 주는 그 순간, 얼음장같은 그 추위를 함께 느끼며 붓으로 추울 때의 그 느낌, 상황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으려고 노력하죠. 붓을 탓하고, 날씨를 탓하고, 환경을 탓하고, 돈을 탓하고, 남을 탓하다 보면 제가 힘들어져요."

- 자주 들로 산으로 다니다 보면 느끼는 것도 많겠네요.
"아까 이야기 했지만 제가 소나무를 한참 그리고 있는데 딸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빨리 집에 오라고. 소나무 한 그루를 더 그려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대충 그렸죠. 한 그루는 5시간 들여 정성스럽게 그렸고. 근데 그걸 그대로 남겨놓았어요. 왜냐하면 소나무도 똑똑한 놈 있고 공부 잘 하는 놈 있고, 못난 놈도 있잖아요. 재목으로 쓰이는 잘난 소나무도 필요하지만 못났고 굽은 소나무처럼 자연과 함께 노래하면서 예술세계를 창조하는 것도 좋잖아요."

- 굽은 소나무와 같은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옛말에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쓸모있는 사람은 서울로 가고, 정치를 하고, 외국으로 유학 가 공부하고 있지만 고향 선산은 못나고 못 배운 놈이 지킨다는 거죠. 근데 잘난 사람들도 선산 지키는 못난 사람이 생산한 쌀로, 농작물로 배를 채운다는 거죠. 굽은 소나무처럼 못난 제가 한국화단을 지켜야 겠지요."

글과 그림을 함께 표현한 현대적 문인화를 보는 듯하다. 작가의 기행을 느낀다.
▲ 오창성 작가의 '이어도 사유' 글과 그림을 함께 표현한 현대적 문인화를 보는 듯하다. 작가의 기행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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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로서 바람이 있다면.
"마산, 창원, 진해 등 경남지역의 작가들이 한데 뭉쳐서 창원 '세코'에서  대전시회를 한번 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경남지역에 미술시장을 열어 지역 애호가나 관광객들에게 문화도 보급하고 작가들도  힘을 받고. 협회나 행정기관들이 서로 힘을 맞대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작가들도 엎드려 있는 것 같아요. 예술센터나 행정기관에서 작가를 발굴해서 대관료를 받지 않고 공짜로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예술인촌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좋으나 거기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어 주면 더 감사한 일이죠."

덧붙이는 글 | 다음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태그:#경남한국화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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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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