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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정책통' 의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긴급현안으로 떠오른 미국발 금융위기와 종부세 문제를 진단하는 연쇄 인터뷰를 갖는다. 그 세번째는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민주당, 수원 영통구)이다. 최고위원인 그는 민주당 금융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민주당 정세균 대표, 김진표, 김민석 최고위원 등 지도부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종부세 개악저지 및 부가세 인하 결의대회'를 마친뒤 자동차에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 김진표, 김민석 최고위원 등 지도부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종부세 개악저지 및 부가세 인하 결의대회'를 마친뒤 자동차에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유성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0일 러시아 방문 중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 "우리 정부가 선방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참여정부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대통령이 생각없이 말을 막하는 것 같다,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보수신문 사설도 (대통령 발언을) 비판했던데, 지금 은행들이 하루 돌려 하루 막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며 "세계 10대 외환보유국중 우리나라만 외환보유고가 줄고 있는데, 잘 막고 있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쏘아붙였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 금융대책위원장을 맡은 그는 "지금 상황을 사실대로 밝히고, 한국은 외환위기를 이겨낸 경험이 있으며 재무구조가 건실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10대 외환보유국 중 우리나라만 2007년 말(2622억 달러)에 비해 올해 7월(2475억 2천만 달러) 현재146억 8천만 달러가 줄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이번 금융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느끼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정책 때문이 아니라 기업재무구조가 건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핵심은 중소기업 연쇄도산을 막는 것"

 

그는 정부에 대해 "지금은 금리 등에서는 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난해와 올해 20조원의 재정흑자를 갖고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부 재정을 중소기업 대출확대와 내수진작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들의 흑자도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상장사 부채비율이 414%였던 데 비해 지금은 92~93% 수준이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연쇄도산 부담이 적지만, 문제는 중소기업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를 산 회사는 건실한 회사들인데, 이들의 도산을 막아야 연쇄적인 금융도산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가 외환현물시장에 외환보유액을 풀겠다는 정부방침에 대해 "30일 20억불을 썼다는데, 투기자금 유입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지금은 돈을 쓰지 말고 관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결국 의회에서 통과되면 미국 금융시장이 진정될 것이고, 우리  나라의 경상수지도 조금 안정될 것이기 때문에 그 때 환율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의 파산'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큰 방향은 개방화, 규제완화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다만 시장통제장치가 뿌리내리는 것을 봐가면서 그 폭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 ⓒ 유성호

- 미국 금융위기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나.

"미국이 2000년에 IT 거품이 꺼지면서 위기를 겪었다. 부시행정부가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해 장기저금리 정책을 썼고, 이게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발생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은행 대출 증가, 부동산 근거 파생상품 확대 등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경제가 침체되자 인플레를 피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금리를 올리면서 은행에서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압박을 받고, 은행이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게됐다.

 

우선 파생상품 취급하는 투자은행(IB)들이 타격을 받았는데, 구제금융으로도 해결이 안 됐다. 결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7천억 달러라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다가 미국 하원에서 거부 당했다. 월가 고액 연봉자들의 모럴해저드에 왜 세금을 쏟아붓느냐는 유권자들의 분노가 반영된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2~3일 내에 수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만약 안 되면 전 세계 경제가 패닉상태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어느 정당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금융위기는 안정상태에 들어가겠지만, 실물경제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공적자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그 회사 직원들은 감봉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의 우리 모습이다. 당시 금융권 종사자 절반이 실직했고, 이것은 소비 격감으로 직결될 것이다. 지금은 세계 경제가 동반화돼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패턴이 같다."

 

"미국 금융위기는 안정되더라도 실물경제 위기는 이제 시작"

 

- 미 하원에서 구제금융법안이 부결됐다. 이후 상황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전망하나(2일 오전 상원 통과- 기자 주).

"미국 의회가 결국은 구제금융안을 통과시킬 것이다. 우리에 제일 큰 문제는 수출이다. 8월중 경상수지 적자 49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전체 마이너스 100억 달러로 유지하면 괜찮다고 했는데, 이미 마이너스 126억 달러다.

 

정부는 10월쯤이면 회복될 거라고 했는데, 시장이 이것을 못 믿는다. 우리의 대미 수출뿐 아니라 다른 수출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환율이 뛰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달러 떨어지면 원화는 세져야 하는데 더 떨어진다. 이유는 두가지다. 우리 채권에 투자한 외국투자자들이 채권을 팔고 달러를 가지려고 한다. 두번째는 경상수지 적자 증대로, 해외에서 돈빌리기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에서 달러를  더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악화되면 패닉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정부가 외환보유액 투입해서 막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을 안정시켜야지 그렇지 않으면 큰일난다. 지금 우리 은행들이 외국은행에서  일주일 이상 자금은 못 빌려온다. 오버나잇(1일만기)으로, 초단기로 빌리고 있다. 바로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길게 안 빌려준다. 이런 것들이 수출을 악화시키고 있다."

 

- 정부는 외환현물시장에도 외환보유액을 풀겠다는데.

"이 정부는 초기부터 환율 정책을 잘못 썼다. 무리하게 환율 올리려다 물가만 올라가니까 환율 내리려다가 지금 미국 때문에 다시 환율이 상승해 당황하고 있다. 실제 외환보유고 투입은 자제하고 구두개입만으로 성과를 내려면, 시장의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시장이 정부말을 안 믿는다. 이게 딜레마다.

 

투기자금 유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지금은 돈 쓰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30일 20억 달러를 썼다는데 지금은 돈을 쓰지 말고 관망해야 한다. 며칠 지나면 결국 미국금융시장은 안정될 것이고, 유가가 2~3개월 정도 떨어졌기 때문에 우리 경상수지가 조금 안정되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환율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정부는 100억 달러 적자수준에서 막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솔직하게 밝혀서, 루머 확산을 막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현재 위기는 정부 재정으로 풀어야"

 

- 금융위기 속에 우리는 어떤 대책을 써야 하나.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 수입은 같은데 물가가 뛰니까 소비는 안되고, 기업은 원자재 가격이 두 배 정도 폭등하면서 일자리가 줄었다.

 

세금중에 직접 물가에 영향주는 것이 부가가치세다. 부가가치세 납부자가 449만명인데, 현재 10%에서 7%로 낮추면 1인당 267만원, 전체로는 12조원이 낮춰진다.

 

법인세, 상속세를 낮추는 것은 지금 급한 일이 아니다. 부가세 인하는 더 강력한 소비촉진제다. 소득세 내는 사람은 전체 국민의 절반밖에 안 된다. 하지만 소비생활은 전 국민이 다하지 않나. 그래서 '한시적 부가세 인하' 법안을 낸 것이다.

 

또 지금의 위기 상황은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위기경제관리 운영으로 내수를 일으켜줘야 한다. 중소기업에, 흑자도산이 늘어나고 있다. 키코 같은 게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의 흑자도산은 정부가 죄짓는 것이다. 돈 장사는 그 생리상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뺏는다, 4대 시중은행의 월별 중소기업 대출이 월 9천억원대였는데, 8월에 3천억원대로 줄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대표적인 우량중소기업 태산엘시디가 키코 때문에 회사정리했다. 상반기 순익이 150억원인 회사가  키코 때문에 갚아야 할 돈이 2500억원이었다. 그래서 얼마전에 전광우 금융위원장을 불러다 따졌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같은데 보증한도 풀어서 중소기업에게 돈이 가도록 하라고 방안을 알려줬는데 여태까지 답을 안 내놓고 있다가, 1일 아침에야 발표했다.

 

그런데 국책자금 4조 3천억원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으로는 미흡하다. 금융위가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정부재정을 투입해서 해야 한다. 경제부총리 제도가 있었으면 이렇게 흐릿하게는 안 됐을 것이다. 작년, 올해 각각 재정에서 10조 흑자가 났다. 재정력이 좋은 상태다."

 

 지난 9월 8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민주당 환헤지 피해 대책위원회 추최로 열린 'KIKO 등 환헤지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KIKO OUT'이라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9월 8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민주당 환헤지 피해 대책위원회 추최로 열린 'KIKO 등 환헤지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KIKO OUT'이라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선대식

 

- 중소기업 대책이 핵심인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내수 진작, 중소기업 대출 확대가 핵심정책이다. 미분양이 16만호라고 하는데, 지방의 소규모 미분양까지 다합치면 30만호 정도 된다. 이 업자들이 쓰러지면 지역금융권도 다 무너진다.

 

정부가 미분양주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브릿지론을 도입해줘야 한다. 은행들은 금융위기 오면 자기 목만 생각한다. 파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 은행들은 BIS(자기자본비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젤2(기존의 은행건전성 기준인 BIS비율을 강화한 새로운 BIS협약)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데, 이 협약은  가계대출보다 중소기업 대출에 위험가중치를 높게 둔다. 그래서 중소기업 대출을 안 하게 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 상장사 부채비율이 414%였는데,  지금은 92~93%다. 대기업은 연쇄도산 부담이 적은데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키코를 산 회사는 대부분 건실한 회사들이다. 이것을 막아야 금융 연쇄도산을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를 대폭 늘려야 한다. 지금 3조원인데 더 늘려야 한다. 위기관리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이 정부에서 일자리가 15만개 밖에 늘지 않은 것은, 일자리의 대부분을 만드는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금융시장을 개방화, 민영화하기 위한 계획들을 모두 재점검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조치가 실효있게 먹혀 드는지 따져봐야 한다.

 

두번째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무역 규모가 굉장히 큰데, 모두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한다. 3국 결제통화를 만들어서 달러거래 규모를 줄여야 한다. 3국의 무역을 위한 결제화폐에 대한 아이디어는 내가 경제부총리 할 때도 3국 재무장관 회담 때 이미 나온 아이디어다. 우리나라가 이 논의를 주도하면, 우리의 국제적 신용이 높아질 것이다. "

 

"개방화·민영화 계획 전면 재점검해야"

 

-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금융위기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나.

"내가 보기에는 생각없이 말 막하는 것 같다. 보수신문 사설도 공격했던데 지금 은행이 하루 돌려 하루 막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세계 10대 외환보유국 중 우리나라만 외환보유고가 줄었다. 오히려 사실대로 밝히고, 우리는 외환위기를 이겨낸 경험이 있고, 재무구조 건실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선방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의 기업재무 구조가  건전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약하지만, 재정을 투입해서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로 가야 한다."

 

- 미국 금융위기에 대해 신자유주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어떻게 보나.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 나라 금융시장의 개방과 규제완화 정도는 선진국에 비하면 초기단계다. 큰 방향은 그렇게 가야 한다. 우리만 동떨어져서 따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시장의 사후통제능력이고 결국 시장 자율규제로 풀어나가야 한다. 시장 통제장치가 뿌리 내리는 것을 봐가면서 규제완화 폭을 결정해야 한다."


#김진표#미국발 금융위기#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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