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연은 대개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탈춤공연장 입구의 탈 조형물
 탈춤공연장 입구의 탈 조형물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이 9월26일 안동 시내와 하회마을에서 시작되었다. 1997년에 축제가 처음 시작되었으니 올해가 벌써 12회째다. 금년 축제가 지향하는 구호는 '탈을 쓴 당신, 삶이 새롭다'이다.

이 제목을 보니 지금부터 20년 쯤 전에 나온 영화 <마스크>가 생각이 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스크 즉, 탈을 쓰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세상을 누빈다. 탈을 쓰면 새로운 삶이 새로워진다는 게 그런 뜻일까?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은 낙동강 북쪽 강변에 마련된 강변축제장과 안동 시내 문화의 거리 그리고 하회마을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주 무대인 강변축제장은 탈춤공연장, 인형극장, 경연과 탈선 그리고 체험무대로 구성되어 있다.

탈춤 공연장에서는 국내 탈춤과 외국 탈춤이 공연된다. 경연무대에서는 풍물 등 문화예술 행사 경연과 퍼포먼스, 워크샵과 배우기 등이 이루어진다. 하회마을의 만송정에서는 국내와 해외 탈춤 공연이 오후 2시부터 각각 1종목씩 열린다.

강변축제장 지도
 강변축제장 지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오후 1시50분 강변축제장을 찾았다. 축제장은 정문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로 양분된다. 동쪽에 탈춤공연장과 체험장, 세계 탈전시관이 있고, 서쪽에 체육관과 놀이동산, 인형극장이 있다.

정문 종합안내소에서 축제 안내 팸플릿과 공연일정표, <계간 안동문화>를 받았다. 공연일정표를 보니 2시부터 탈춤공연장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이가 진행된다. 하회별신굿이 끝나면 3시30분부터 봉산탈춤이 계획되어 있다. 나는 탈춤공연장에서 이들 두 공연을 보았다.

현장 공연에 맞춘 하회별신굿 탈놀이의 변형

제1과장 강신마당
 제1과장 강신마당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탈춤공연장에 들어가니 벌써 사람들이 꽤 많이 앉아 있다. 나는 사진 촬영과 비디오 촬영을 위해 가장 앞자리에 앉는다. 정면의 좋은 자리는 방송사와 집행부의 카메라가 차지하고 있어 조금은 측면으로 앉는다. 탈춤공연장은 원형경기장처럼 공연장이 아래 있고 객석이 계단식으로 위로 올라가면서 있다. 연희자의 목소리가 이런 형태의 극장에서 가장 잘 전달된다.

2시가 되자 하회의 서낭신이 각시광대를 무동 태워 마당에 들어온다. 이것이 제1과장 강신마당이다. 이어 풍물 소리에 맞춰 먼저 초랭이와 주지탈을 쓴 광대 둘이 나온다. 이들 두 사람은 삼베옷을 입고 머리까지 감춘 모습으로 탈을 손으로 잡아 머리에 올린 채 마당에 누워 꿈틀거린다.

이때 초랭이가 이들이 일어나도록 힘을 불어넣어 주고 관중들도 호응하자 두 사람이 일어난다. 이들 두 광대는 무대를 휘저으며 잠깐 춤을 추다 들어간다. 초랭이도 몇 번 더 발을 드는 특유의 가벼운 춤을 추고 들어간다. 이것이 제2과장 주지마당이다.

우랑을 팔려고 하는 백정
 우랑을 팔려고 하는 백정
ⓒ 문화재청

관련사진보기


이어 백정이 망치를 오른 손에 들고 왼손에는 칼이 들어있는 망태기를 들고 무대로 나온다. 이것이 제3과장인 백정마당이다. 백정은 망치와 망태기를 놓고 잠시 흥겹게 어깨춤을 춘다. 곧 이어 황소가 나오고 황소는 마당을 돌면서 재미있는 몸짓으로 관중을 웃긴다. 곧 이어 백정과 황소의 재담이 이어지고 백정은 망치로 황소의 머리를 친다. 황소는 첫 번째 타격에 오줌을 싸며 힘을 잃고 두 번째 타격에 쓰러지며 세 번째 타격에 죽는다.

백정은 이어 칼을 갈아 소의 염통과 우랑을 떼어낸다. 여기서 우랑이란 소불알을 말한다. 백정은 관중들에게 염통에 붙은 쓸개가 좋고 우랑은 양기에 좋다고 말하면서 팔려고 한다. 아무도 우랑을 사지 않자 백정은 아쉬워하며 다시 망치와 칼을 들고 한 판 춤을 춘다. 춤이 끝나자 백정은 무대 뒤로 도망치듯 사라진다.

제4과장은 할미마당이다. 허리를 다 드러낸 할미가 등장해 고생에 겨운 듯 허리를 구부리고 느리게 춤을 춘다. 이어 베틀에 앉아 신세 한탄을 하며 베를 짠다. 이때 이어지는 신세타령이 베틀가다. 그 내용은 시집간 지 사흘 만에 과부가 되어 겪은 고통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사설이 잘 들리지 않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음향시설이 시원치 않아 연희자들의 사설을 잘 들을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공연용품인 베틀
 공연용품인 베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베틀가는 여성들이 겪는 삶의 애환을 표현하고 있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노래를 마친 할미는 동냥바가지(쪽박)를 들고 춤을 추면서 걸립을 한다. 아무도 동냥을 주지 않자 얼마간 더 춤을 추고는 들어간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 파계승 마당과 양반 선비 마당 

제5과장인 파계승마당은 중마당이라고도 한다. 먼저 풍물에 맞춰 부네가 등장, 밝은 얼굴로 은근한 춤을 춘다. 이어 장삼에 초립을 쓴 중이 등장하여 함께 춤을 추고는 관객에게 합장하며 인사한다. 이때 옆에서 각시가 소변을 한다. 중은 그 광경을 보면서 헛기침을 한다. 잠시 후 중이 부네가 소변 본 자리에 엎드려 냄새를 맡으며 성(性)에 대한 쾌감을 느끼는 듯 기이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는 오줌이 배인 흙을 퍼다 냄새를 맡으며 나무아미타불을 왼다.

부네가 다시 나타나 중을 유혹하는 듯 은근하게 춤을 춘다. 이를 본 중이 부네에게 다가 가 몸을 슬쩍 부딪친다. 이어 각시를 유혹하는 말을 하며 그녀에게 달려간다. 그러나 각시는 중에게 호락호락 몸을 맡기지 않는다. 얼마동안 각시와 중은 가까이서 춤을 춘다. 이때 초랭이가 춤을 추면서 등장, 놀란 표정을 짓는다. 마침내 중은 부네를 유혹해 업고 사라진다.

이매와 초랭이
 이매와 초랭이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초랭이가 중과 부네의 교합을 좋지 않게 생각하며 사설과 함께 춤을 춘다. 곧 이어 바보스런 이매가 등장하고 몸을 못 가누는 듯 특유의 춤을 춘다. 초랭이는 이런 이매를 보고 장난을 친다. 이어 초랭이와 이매의 우스꽝스런 대화가 한동안 이어진다. 하회탈놀이는 이처럼 사설과 춤을 교차 반복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초랭이와 이매는 함께 춤을 추면서 퇴장한다.

제6과장은 양반선비 마당이다. 이 과장에서는 양반과 선비 그리고 부네와 초랭이가 등장하여 함께 춤을 춘다. 이어 양반은 선비와 통성명을 하며 인사를 주고받는다. 이어 부네가 선비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친근함을 보여준다. 이에 화가 난 양반이 초랭이로 하여금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게 한다.

이때 초랭이는 양반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양반을 모욕한다. 양반은 초랭이로 하여금 부네를 불러오게 하여 가까이 한 다음 함께 춤을 춘다. 이어 부네는 선비와도 춤을 춘다. 이렇게 해서 부네를 사이에 두고 양반과 선비의 한판 경쟁이 시작된다. 양반은 선비가 자신의 경쟁상대가 안 된다는 듯 상대를 비하하고 자신을 자랑한다.

양반과 선비의 대화

양반과 선비의 자기 자랑
 양반과 선비의 자기 자랑
ⓒ 문화재청

관련사진보기


양 반:(선비를 비하하며) 자네가 감히 내 앞에서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선 비:그대가 진정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가?
양 반:아니, 그렇다면 지체가 나만하단 말인가?
선 비:그러면 자네 지체가 나보다 낫단 말인가?
양 반:암, 낫고말고.
선 비:뭣이 나아? 말해 봐?
양 반:나는 사대부(士大夫)의 자손인데...
선 비:뭣이? 사대부? 나는 팔대부(八大夫)의 자손일세.
양 반:팔대부는 또 뭐냐?"
선 비: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양 반: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門下侍中)이거던.
선 비:아! 문하시중? 그까짓 것. 우리 아버지는 문상시대(門上侍大)인데.
양 반:문상시대? 그것은 또 뭔가?
선 비:문하보다는 문상이 높고, 시중보다는 시대가 더 크다.
양 반:그것 참 별꼴 다 보겠네.
선 비:지체만 높으면 제일인가?
양 반:그러면 또 뭣이 있단 말인가?
선 비:첫째, 학식이 있어야지, 나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다 읽었네.
양 반:뭣이? 사서삼경? 나는 팔서육경(八書六經)을 다 읽었네.
선 비:도대체 팔서육경이 어데 있으며, 대관절 육경은 또 뭐야?
초랭이:나도 아는 육경, 그것도 몰라요? 팔만대장경, 중의 바라경, 봉사 안경, 약방의 길경, 처녀 월경, 머슴 새경.
선비: 이 양반아. 그 팔경도 모르다니.

소불알을 두고 벌이는 꼴불견

이어 이들 넷은 함께 춤을 춘다. 곧 이어 할미도 나와 함께 어울리려고 한다. 할미가 양반에게 다가가자 양반이 할미를 내쫓으려한다. 이에 할미는 선비에게로 다가 가 함께 춤을 추려고 한다. 선비도 역시 할미를 배척한다. 결국 할미는 초랭이와 어울려 춤을 춘다. 곧 이어 다시 부네를 사이에 두고 양반과 선비가 다시 경쟁을 하며 춤을 춘다.

이때 뒤에서 백정이 망태기를 들고 나타난다. 잠시 춤을 춘 후 백정은 우랑을 꺼내 선비에게 팔려 한다. 그러나 선비는 체면을 차리며 우랑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어 백정은 우랑을 양반에게 보여준다. 양반 역시 우랑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러자 백정이 이 소불알이 양기에 좋다고 한마디 한다. 이에 선비가 먼저 관심을 보이고 또 양반이 관심을 보이면서 둘 사이에 소불알을 놓고 다시 한 판 싸움이 붙는다.

출연진이 모두 나와 탈을 벗는다
 출연진이 모두 나와 탈을 벗는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둘은 소불알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다 이것을 놓치고 만다. 옆에 있던 할미가 나타나 소불알을 들고는 서로 지 불알이라고 한다면서 양반과 선비의 속물근성을 나무란다. 곧 이어 이들 양반, 선비, 초랭이, 백정, 부네, 할미는 다시 마당을 돌면서 한바탕 춤을 춘다.

이때 갑자기 이매가 나타나 판을 깨며 이들 모두를 내쫓는다. 이들은 무대 뒤로 도망치듯 사라진다. 이날 공연은 1시간동안 진행되었다. 하회별신굿 탈놀이는 모두 여덟 개 과장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날 공연에서는 1,2,3,4,5,6 다섯 개 과장만 시연되었다.

덧붙이는 글 | 9월 29일 2008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현장을 방문했다. 강변축제장을 찾아 탈춤도 보고 공연무대도 보고 축제의 전반적인 진행상황을 살펴보았다. 그 내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순서는 1. 하회별신굿 탈놀이, 2. 봉산탈춤, 3. 경연과 체험의 무대이다.



태그:#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강변축제장, #하회마을, #탈춤공연장, #하회별신굿 탈놀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