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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 북문쪽에는 자연림에서도 보기 어려운 수백년과 수십년된 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 성내의 울창한 송림 성내 북문쪽에는 자연림에서도 보기 어려운 수백년과 수십년된 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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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사적116호) 돌 성벽 안쪽은 고색창연한 조선시대에 멈춰 있다.

항아리와 장독, 밥그릇으로 쓴 사금파리, 온돌(방독) 등 생활용기가 출토된 옛날 민가터와 5년 전 (2003년)지어놓은 크고 작은 3채의 초가집이 사람이 사는 것 같은 티를 낸다. 초가지붕에는 받쳐놓은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앉은 박넝쿨 사이로 달덩이 같은 박과 커다란 늙은 호박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특유의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들깨, 감, 모과, 처마 밑에 매달아 놓은 메주, 육쪽마늘이 정겹다.

싸리로 울바자를 틀고 삽짝문을 단 초가집에선 금방이라도 댕기머리에 몽당치마를 입은 계집아이와 바지저고리를 입은 사내아이들이 찐 햇고구마를 한입 물고 양손에든 채 뛰어나올 것만 같다.

기웃거리는 관광객들만 없다면 정말 조선시대의 한적한 농촌마을로 착각할 지경이다. 원래 해미읍성은 서해안 지역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창궐하던 왜구를 막기 위해 1414년(태종 4년) 덕산(현 예산군)에 있던 충청도병마절도사영(忠淸道兵馬節度使營)을 옮겨오고 지금으로부터 517년전인 1491년(성종22년)에 석성으로 축성했다.

북문은 암문으로 누각도 없어 일반관광객들은 성벽을 타고 모른채 지나치기 쉽다.
▲ 숨어있는 북문 북문은 암문으로 누각도 없어 일반관광객들은 성벽을 타고 모른채 지나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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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 박, 돌담에 호박넝쿨, 터전에는 들깨, 영락없이 사람이 사는 집이다.
▲ 초가지붕에 박이 매달렸다. 지붕에 박, 돌담에 호박넝쿨, 터전에는 들깨, 영락없이 사람이 사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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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해미읍성은 사방에 문이 있으며 성의 둘레가 3172척 (1800m), 높이 15척(4-5m)이다. 1870년에 만들어진 해미현 고지도를 보면 남문과 동문 서문, 수십 채의 관아건물이 그려져 있다. 문헌이나 고지도엔 민가(民家)등이 기록되거나 표기되어 있지 않아 언제부터 성 안에 민가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민초들이 살던 자취를 만들어 놓으니 보기 좋다. 해미읍성에는 일반 관광객들이 잘 모르는 문이 하나 있다. 일종의 암문(暗門)으로, 문루도 없고 고지도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은 북문이 바로 그문이다.

평지와 구릉을 이용해 쌓은 석성으로는 전국에서 보존상태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해미읍성은 동서남북 성벽 사방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이 각기 달라 성벽길을 따라 성을 한바퀴 돌아봐야 비로소 '해미읍성'을 갔다 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진남문인 남문에서 동문에 이르기까지는 거의 평탄하고 보이는 풍경도 아파트와 오밀조밀한 시내 모습뿐이다. 그러나 동문을 지나 북문에 이르는 길은 가파르다. 그래서 그런지 성벽도 하늘과 맞닿은 듯 치솟아 있다. 비탈길을 따라 북문에 이르는 길엔 성벽 안 쪽에 잘 가꾸어진 수백년에서 수십 년된 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 차 있는 데다 사이마다 산책길이 잘 닦여져 있어 그저 눈으로만 지나치기에는 아깝다.

북문에서 서문까지는 내리막길이고 서문에서 다시 진남문에 이를 길은 평탄하고 별다른 볼거리도 없다. 해미읍성에서 가장 풍광이 좋은 곳은 수백년에서 수십년된 소나무에 둘러싸이고 누각마져 없는 숨겨놓은 문인 북문이다. 해미읍성은 천주교 순례자들과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을 빼면 다른 이름난 관광지에 비해 찾아오는 이들이 적은 편이다. 더구나 성벽길을 한바퀴 도는 이들은 더욱 적어 북문쪽에서는 하루종일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해도 거의 방해받을 일이 없을 정도다.  

초가집 3채가 제법 마을처럼 보인다.
▲ 읍성안 초가집3채 초가집 3채가 제법 마을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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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농촌마을에 가면 메주와 마늘을 이처럼 매달아 논다.
▲ 처마에 매달린 메주와 육쪽마늘 지금도 농촌마을에 가면 메주와 마늘을 이처럼 매달아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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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즈넉한 조선 돌성에서 시끌벅적한 큰 행사가 열린다.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 열리는 '2008 해미읍성병영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축제기간동안 '충청병마절도사영 출정식', '전통무예시범', '병영서바이벌대회', '남사당 공연' 등 푸짐한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민가에서 떡을 만들고 전도 부치고 먹어보는 체험행사도 열린다. 이 기간 해미읍성을 찾는 관광객들은 볼거리에 전념하지 말고 성 전체가 보여주는 '과거'를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태그:#해미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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