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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아시아(KBS 1TV,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는 국경을 뛰어넘은 국제결혼이민자들의 꿈과 사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 11월 5일 첫 방송, 132회에 걸쳐(2008년 7월말 기준) 여러 다문화 가정의 부부와 가족들의 다양한 생활을 소개했다고 한다.

 

<가족 애(愛) 탄생>(순정아이북스 펴냄)은 2005년 11월 5일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다문화 가정의 부부 중(2008년 말 기준 132회) 12가족의 이야기를 모아 엮은 것이다. 12편의 이야기 모두, 감동 깊은 휴먼 스토리이자 달콤한 로맨스 소설이다.

 

지금 한창 누군가와 사랑중인 사람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조건과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가정을 이룬지 이미 십 수 년이 지난 사람들에게는 한 집안에서의 부부의 역할과 가족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파키스탄인 임란, 청력장애를 뛰어넘는 그 남자의 소리 없는 사랑

 

2006년 12월에 방송된, 녹화 현장부터 눈물바다를 만들었다는 무하마드 임란(파키스탄, 26) 이동은(28) 부부의 장애를 이겨낸 사랑은 특히 눈시울을 적신다.

 

파키스탄에서 대학을 다니던 임란씨는 자신보다 먼저 한국생활을 시작한 큰 형의 권유로 2000년에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그로부터 3년 후 한국에 홀로 남겨진 그는, 고국으로 돌아간 형과 가족, 고국을 향한 향수병을 앓는다.

 

이무렵 부부는 만나게 된다. 한국말이 서툰 임란씨나 청력장애 때문에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동은씨는 각각 친구와 함께 외출하는데, 아침과 저녁에 같은 지하철을 타는 우연으로 얼굴을 익힌 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몇 번 더 만나는 동안 사랑이 싹트게 된다.

 

임란씨는 사랑을 고백하지만 청력 장애인인 동은씨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다. 결국 동은씨가 사랑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제는 양쪽의 부모와 가족이 심하게 반대한다. 친구나 주변 사람들까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봄으로써 둘의 가슴에 상처만 준다.

 

"뭐하는 사람이야? 학교는 어디까지 나왔어?"

 

아무도 그가, 그녀가 얼마나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인지 묻지 않았다. 임란이 얼마나 동은 씨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지, 동은씨가 임란과의 미래를 얼마나 가슴 부풀리며 꿈꾸고 있는지 묻지 않았다. 특히 파키스탄에서 온 임란이 한국 여성과 결혼한다는 것에 대해 악의적으로 해석, 임란의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한 '계산된 결혼'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던 것이다.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이 뭐가 이상하다는 것인가. 장애를 가진 여성과 결혼하면 어디가 어떻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서로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결혼의 조건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결혼의 조건은 사랑 하나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 책 속에서

 

이들이 받은 상처가 오죽했으면, 한국과 파키스탄이 아닌 제3의 나라로 가서라도 함께 살고 싶었던 이들은 의정부의 한 작은 지하 방을 얻어 신혼을 시작한다.

 

부부가 양가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 것은 그로부터 몇 달 후인 2005년. 부부에겐 이젠 아들 현우가 있다.

 

"나는 청각장애가 있어 말을 거의 하지 못해요. 가슴에만 쌓아 두었던 말도 많았기에 못다 한 사랑의 말들을 전하고 싶어요."

 

아내 동은씨는 이렇게 <러브 인 아시아>에 출연 신청을 했다. 어렸을 때 보청기를 쓰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심한 두통 때문에 번번이 포기해야만 했던 동은씨의 청력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둘의 사랑의 대화라는 것이 의사의 소견이다. 그동안 인터넷과 문자 메시지만으로 세상과 소통했던 동은씨는 1년 전 청력 수술을 받고 지금 한창 말배우기를 하고 있다.

 

-동은아, 내 구랑 당신 귀, 한쪽씩 바꿀까?

-내-귀-가-안-들-려-서-창-피-해?

-아니, 당신한테 소리를 빨리 들려주고 싶어서 그렇지.

-그-럼-당-신-은-반-밖-에-소-리-를-못-들-어.

-한쪽으로만 들어도 되지. 당신은 내 입 보면서 말하고, 나는 당신 입보면서 말하고.

 

잘 들리는 자신의 귀와 잘 들리지 않는 아내의 귀를 한쪽씩 바꾸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동은 씨는 그만 목이 매었다. 그 순간 화장실로 달려가 엉엉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던 동은 씨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남편 임란의 아내인 것이 행복해서 더 슬펐다. - 책 속에서

 

부부의 이야기는, 회복 불능에 가까운 청력을 수술만 하면 80~90%까지 회복할 수 있도록 한 연인으로서 부부로서의 사랑의 대화, 자신을 닮아 청력장애를 가진 아기가 태어날까 노심초사하는 동은씨, 완전하지 못한 한국말로 태담을 들려주는 예비아빠 임란씨…. 대화나 장면을 살펴 읽다보면 부부의 사랑, 그 감동은 훨씬 깊은 울림을 준다.

 

글로벌-국제 간 살벌한 경쟁과 이윤만이 아닌 문화적 이해와 소통!

 

뜻밖의 사고로 남편을 보낸 후 세 아이를 꿋꿋하게 키워내고 있는 필리핀 말라가 테시스비, 스리랑카에서 온 섬마을(완도) 세탁소 안주인 마듀사니 실버, 엘리트 처녀에서 농부의 아내가 된 필리핀 처녀 아나벨, 라오스에서 한국 전통 떡집으로 시집 온 케오메리 깜상원 등, 국경과 종교, 장애와 학력, 경제 여건 등을 뛰어넘은 사랑이 훈훈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야기마다 뒷장에 주인공 나라의 지형과 기후, 결혼과 장례, 음식이나 음료 및 민간요법 등을 소개, 아시아 각 나라의 문화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티베트의 한국과 비슷한 결혼 풍습, 네팔의 음식 달밧(김치와 비슷한)과 전통음료 찌야,  베트남인들의 아오자이 사랑과 인기 만점 들쥐요리, 키르기즈스탄에 부는 한국어 열풍 등이 흥미롭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말 체류외국인 106만 6291명. 2000넌 부터 2006년까지 20만 명의 결혼이민자와 40만 명의 결혼이민자 가족이 다문화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다.

 

저자 <러브 인 아시아> 제작팀에 의하면 이들 다문화 가정의 부부와 그 가족들이 우리사회에 무엇보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편견 어린 배려'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이다. 이 책은 이들 다문화 가정들을 이해하고 한 골목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역할을 할 듯하다.

 

마지막 장, <러브 인 아시아> 제작팀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얻은 글 6꼭지 '소통'은 국제결혼(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지적하는 글 모음이다. 꼭 읽어 보시길!

덧붙이는 글 | <가족 애(愛) 탄생> KBS 1TV-'러브 인 아시아' 제작팀 엮음 / 순정아이북스 / 2008. 9 / 1만1800원


가족 愛 탄생 - KBS 러브 인 아시아

KBS러브인아시아 제작팀 엮음, 순정아이북스(태경)(2008)


태그:#다문화 가정, #러브 인 아시아, #국제결혼, #외국인 노동자, #교양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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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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