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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에 호남의 4대 명승중에 하나인 능가사에서 바라본 팔영산의 봉우리들.
▲ 능가사에 바라본 팔영산 한 때에 호남의 4대 명승중에 하나인 능가사에서 바라본 팔영산의 봉우리들.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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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이미 오전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가을 산행이 집안돌보기를 막는다. 대충 짐을 챙기고 김밥 두 줄 싸고나니 제법 산행다운 모습을 갖춘다.

그 사이에 마음은 벌써 순천에서 한 시간 거리인 고흥군 팔영산 자락에서 숨을 몰아쉬며 땀에 젖는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중국의 위왕이 세수를 하다 대야에 비친 여덟 개의 봉우리에 넋을 잃고 감탄하여 자신의 신하들에게 그 산을 찾으라고 어명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어디에서도 그 산을 찾지 못하고 우리나라까지 오게 되어 마침내 찾게 되었는데, 이에 위왕이 이 산을 직접 찾아와 제를 올리고 그 이름을 팔영산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팔영산은 고흥이 선정한 고흥의 10경 중 으뜸에 속한다. 이 산 정상에 서면 아기자기한 애기 섬들이 시야를 고정시킨다. 지척의 거리에 풍성한 곡식이 누렇게 익어가는 해창만이 한눈에 들어오고 맑은 날엔 대마도가 보이기도 한단다.

팔영산에서 바라본 다도해의 모습은 아기자기한 한 폭의 그림이다.
▲ 다도해와 팔영산 팔영산에서 바라본 다도해의 모습은 아기자기한 한 폭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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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봉우리들과 함께 어우러진 팔영산의 가을 풍경은 기망절벽의 다이나믹의 절정판이다.
▲ 하늘에 닿은 팔영산 각각의 봉우리들과 함께 어우러진 팔영산의 가을 풍경은 기망절벽의 다이나믹의 절정판이다.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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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영산 정상에 오르기 위한 등산로는 많다. 그러나 가장 추천하고 싶은 길은 단연 이 산의 들머리인 능가사에서 출발하여 팔영산장을 지나 좌측에서 제1봉인 유영봉부터 시작하여 성주봉, 생황봉, 사자봉, 오노봉, 두류봉, 칠성봉, 적취봉에 오르는 길이다.

팔영산의 해발고도는 608.6m이지만 능선을 따라 이어져 있는 암릉들은 생각보다 힘들고 까다롭다. 그러나 위험구간엔 누구나 오를 수 있도록 사다리와 로프 그리고 철제 난간 등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조금만 주의하면 가족이 등반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길이다.

팔영산장에서 좌측으로 돌면 바로 계곡에 접어든다. 약간의 숨결을 몰아쉬며 계곡을 따라 약 30분을 오르면 설악산에서나 봄직한 흔들바위가 버티고 있다. 여기서 약간 가파른 길을 따라 30여분을 더 오르면 제1봉인 유영봉. 유영봉에 닿자 오르는 동안 숲속에 숨어 있던 다도해의 비경이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그 자태를 뽐낸다. 멀리에 보성만과 순천만이 짝을 이뤄 한눈에 들어오고 올라야 할 능선들이 절리를 이룬다.

제1봉인 유영봉은 8개의 봉우리 중 디딤봉이다.
▲ 유영봉 제1봉인 유영봉은 8개의 봉우리 중 디딤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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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봉에서 약간 내려가 2봉인 성주봉으로 오르는 길은 거의 환상적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바위타기. 온통 절벽이라 할 수 있지만 펼쳐진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깎아지른 바위 사이에 항상 푸르다는 한 그루의 소나무가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생명의 몸부림을 친다. 한 폭의 회화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보아야할 눈길은 아직도 멈추지 않는다.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점심을 나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나 씩 먹거리를 권한다. 그래서일까? 산행길 동무들은 스스럼이 없다. 산 사람들은 모두가 친한 동무다.

인간의 욕심에 순수하게 정상을 내어준 봉우리가 애처럽기도 하다
▲ 접근 금지 인간의 욕심에 순수하게 정상을 내어준 봉우리가 애처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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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걸려 있는 쇠줄과 철제 스텝을 오르자 3봉인 생황봉으로 가는 길이 열병하듯 1열로 서 있다. 험준한 듯 보여도 그리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오르는 스릴과 다이나믹한 암능이 투명한 가을산행을 재촉하기 때문인 듯. 그리고 사방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은 산행의 힘듦을 털어내기에 충분하다.

제3봉인 생황봉. 이곳에서 바라본 신선대가  유난히 돗보인다.
▲ 생황봉 제3봉인 생황봉. 이곳에서 바라본 신선대가 유난히 돗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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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신선대가 우뚝하다. 주봉이 늘어선 팔봉에 자리하지 못하고 멀리에 홀로 높이 솟아 주봉을 바라보는 모습이 신선 같다고 하여 신선대라 했음직하다. 바다에 펼쳐진 수채화 같은 풍경을 감상해 보는 것 또한 산행의 묘미다.

제4봉인 사자봉은 이름과는 다르게 편안함을 준다.
▲ 사자봉 제4봉인 사자봉은 이름과는 다르게 편안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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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봉을 지나 8봉까지 오르는 길은 온통 기암절벽. 4봉에서 5봉에 오르는 길이 좀 험준하긴 해도 이미 주변의 풍광에 빠져버린 등반길은 조금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는다.

오르기 힘든 곳에는 철판 발판과 쇠줄이 도움을 준다.
▲ 쇠줄과 철판 오르기 힘든 곳에는 철판 발판과 쇠줄이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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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봉인 두류봉에서 7봉인 칠성봉에 오르려면 누구나 통천문을 지나야 한다. 세상의 높음과 낮음은 하나인데 내일을 알 수 없는 단애가 되어 벼랑에 서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이치일까? 누구나 이 문을 지나기 위해선 고개 숙여 겸손해야 한다.

천만년을 한결같이 북두칠성의 일곱 개의 별자리를 돌고 돈다는 칠성봉.
▲ 칠성봉(598m) 천만년을 한결같이 북두칠성의 일곱 개의 별자리를 돌고 돈다는 칠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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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봉인 칠성봉에 이르면 정상에 오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곳이 8개의 봉우리 중에선 제일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이 단연 으뜸이라 해도 좋을 듯. 6봉과 7봉 그리고 8봉은 언뜻 보기에는 중첩되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래도 각각의 봉우리는 그들만의 특징이 선명하다. 그 중에서 6봉은 그 모습에서부터 장엄함이 묻어 나온다. 6봉에 오르는 길을 멀리에서 바라보면 마치 첩첩히 쇠사슬이 묶여 있다. 그만큼 오르기 힘들기도 하지만 올라보면 그 묘미는 말로 형용할 수 없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남한의 어느 암릉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8봉 중에 가장 끝에 자리잡은 봉우리. 7봉보다 높지는 않지만 그 절경은 어느 봉우리 못지 않다.
▲ 적취봉 8봉 중에 가장 끝에 자리잡은 봉우리. 7봉보다 높지는 않지만 그 절경은 어느 봉우리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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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봉에서 8봉을 오르는 길은 비교적 완만하다. 7봉에서 숨을 고르고 고흥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다보면 10여분 거리에 8봉인 적취봉이 솟아 있다. 이 산의 정상인 깃대봉은 군사시설이 있는 보호구역이라 출입이 제한된다. 그래서 8봉에서 하산 길을 잡는다. 8봉에서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용인에버랜드의 대체 숲을 조성해 놓은 울창한 산림이 이어진다. 잡목이 제거되지 않는 모습이 눈에 거슬리긴 해도 군데군데 쉬어가도록 지어놓은 정자는 마음의 여유와 편안함을 제공한다.

들 머리에 위치한 팔영산장
▲ 팔영산장 들 머리에 위치한 팔영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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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봉에서 하산 길에 위치한 탐재까지는 1.2km. 여기에서 다시 능가사까지는 2.3km. 보통 능가사에서 출발하여 다시 돌아오는 데는 약 4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능가사에 도착하기 전에 팔영산장 앞뜰에는 가족들이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편의시설들이 즐비하다.

마산에서 출발하여 단체로 이곳에 온 부부. 찍어준 사진을 보내주려고 아무리 메일을 보내도 메일이 실패다. 한편으론 그분들의 메일을 기다리며 팔영산의 아름다운 가을 산행을 접는다.


태그:#팔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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