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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무섭다. 언어보다 더 강력한 마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소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하나되게 한다. 소리를 통해 국경도 계층도 세대도 초월한다.소리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다. 개인의 지쳐버린 영혼을 치유하기도 한다.
 
"소리의 즐거움을 나누고 五樂을 더한다"는 주제로 세계소리축제가 9월26일부터 10월4일까지 전주에서 열린다. 올해로 여덟번째를 맞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국내외 소리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비보이'부터 우리 전통 '판소리'까지 다채롭다.
 
특히 올해는 판소리 천하명창전, 작고명창전이 열린다고 하니, 우리의 소리가 더욱 궁금해졌다. 우리 소리에 관한 개설서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의 소리, 세계를 깨우다>(배연형, 서희원 저)는 '판소리'를 테마로 한 한편의 소설과 같이 재미있다. 우리 판소리의 계보를 조망할 수 있고, 우리 선조들의 소리에 대한 열정과 한(恨)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다.
 

땅과 사람, 그리고 소리의 어울림

 

판소리는 크게 경기, 충청지역의 고제, 중고제와 전북지역의 동편제, 전남지역의 서편제로 나누어지는데, 경상도와 강원도는 판소리가 발달되지 않았고, 대신 춤과 무용이 발달했다. 밀양의 백중놀이(하보경, 하용부의 춤), 예천의 통명농요(이상휴옹), 안동의 제비원 부처의 성주풀이, 그리고, 강원도 정선 아리랑 등이 독자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판소리'의 시작은 18세기 서울, 경기지역에서 광대들의 재담으로, 19세기 초반에 서울의 협률사와 광무대에서 근대 공연예술로 재창조되었다. 전반기 명창들은 경기, 충청출신이지만 오래되어 확인하기 힘들다.
 

동편제

 

우리가 먼저 주목할 사람은 '송흥록'이다. 판소리의 중시조이고 동편제를 완성했다. 송흥록은 천재소리꾼이라 불리는 강경출신 김성옥(처남)과 소리교류를 했다고 한다. 중고제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나중에 김성옥의 소리는 손자인 김창록 명창(중고제)에게 이어진다.

 

후에 송흥록의 손자인 국창 송만갑은 전남지역의 구례와 낙안으로 이사와 후에 가야금 병창 연주자인 오태석에게 영향을 주며, 서편제에 가까워진다. 송흥록의 집안은 중고제와 교류하며 동편제를 완성하고, 후에 서편제에 영향을 준 것이다.

 

천재소리꾼은 김성옥 외에도 남원의 여류명창 이중화선도 있다. 그녀의 박복했던 삶이 애잔하기도 하다. 또 한 사람이 이동백이다. 이동백은 견문으로 홀로 득음하여 풍채, 재질, 기개, 공력면에서 전후무이하게 아무도 그를 따라올 수 없는 최고 명창이었다고 한다.

 

동편제의 판소리는 전주대사습놀이와 같은 큰 소리시장에서 평가를 받으며 발전을 거듭한다. 특히 정정렬 명창은 충청의 고제와 전북의 동편제에 융합하여 판소리의 가교 역할을 하고, 후에 남도의 김연수에게도 가르침을 준다.

 

동편제의 중흥은 순창의 김세종으로, 이면(문학적 표현과 음악적 표현의 일치)과 어단성장(말은 짧게, 소리는 길게)으로 현대 판소리의 원형을 구축하며 김세종 계보를 만든다. 고창의 신재효 역시 판소리를 일상적인 언어와 실감나는 말투로 판소리를 정리한다.

 

서편제


금강을 기점으로 중고제와 동편제가, 다시 섬진강, 노령산맥을 기점으로 동편제와 서편제가 구분된다. 서편제의 발원지는 순창의 박유전이다. 스승인 모흥갑의 강산제(보성소리)를 잘 이었다고 흥선대원군의 총애를 받았고, 새타령과 이별가를 기교적인 소리로 불렀다.

 

그의 소리는 옆 동네 담양의 이날치에게 전해지며 남도의 구슬픈 계면조가 더 짙어진다. 아구성이라는 발성법은 그 하나이다.


광주의 임방울은 이날치와 이종간으로 쑥대머리를 잘 하였는데, 구례명창인 유성준은 임방울과 김연수를 길러냈다. 보성소리의 정응민 제와 구례소리 박봉술 제는 지금도 정통 판소리로 인정받고 있다. 고흥 거금도의 김연수는 판소리를 주도면밀 분석하고 이론화 하여, 현대화된 창극의 길에 앞장선다. 이렇게 남도끝에 다다른 판소리는 다시 서울로 옮겨간다.

 

소리의 향연 그 속으로

 

산들거리는 가을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의 어울림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고 보면 소리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삶이 연속성을 갖는지도 모른다. 소리 속에 담겨 있는 많은 명창들의 고뇌와 노력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소리에 많은 호응과 관심도 필요하다. 어떠한가? 청명한 가을 날씨에 소리축제에 다녀오는 것도...

덧붙이는 글 | 전주소리축제 http://www.sorifestival.com


한국의 소리, 세상을 깨우다

배연형.서희원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2007)


태그:#인문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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