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25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자유선진당 정책간담회에 참석,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황장엽(85)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이후 남측이 보인 태도와 관련해 "적과 싸우다가도 상대방의 대장이 앓거나 죽었을 때는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게 예의"라고 질타했다. 이회창 총재 등 자유선진당이 마련한 정책간담회 자리에서다.

황 전 비서는 25일 오후 2시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같은 민족으로서 김정일이 어쨌든 건강이 나쁘다고 하면 우리도 걱정스럽다고 말하면 몰라도 '급변사태'라고 떠드니까 '우리 대한민국이 그렇게 아량이 적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황 전 비서는 또 "김정일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 아는 건 하나도 없지만 건강 문제가 왜 그렇게 중요하고 관심이 많은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쓸데없이 추측을 해서 현 지도체제가 어떻다고 떠드는데, 뭣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 지도자들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사태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하나의 조건은 되겠지만 병이 좀 났다고 해서 급변사태라고 떠드는 게 무슨 태도냐"며 "이러한 태도 자체가 아주 점잖지 못하고 신중치 못하고 자신없는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북 지원하는 데 '인도주의 원칙'?... 북한 동포가 거지인가"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중단과 관련해서도 "북한 동포와 정권은 갈라서 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나 시기·규모·방식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황 전 비서는 "지금은 국토가 갈라져서 김정일 정권 하에 있지만 북한 동포는 우리의 국민"이라며 "그들이 굶거나 얼어죽거나 옷이 없으면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나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의 지원'이라는 시각도 비판했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신문에서 떠드는 '인도주의 원칙'… 그 무슨 놈의 원칙이냐"며 "북한 동포가 우리 국민 아니냐. 거지들한테 주는 배려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만일 북한에 식량 모자라면 여기서 우리가 세 끼 먹던 것을 두 끼만 먹더라도 북한 동포를 돕겠다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거기에 무슨 대가를 요구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아다시피 황 선생님은 대한민국에서 북한을 가장 잘 알 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 철학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가장 깊은 통찰과 지혜를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황 전 비서를 치켜세웠다.

또한 이 전 총재는 "요즘 김정일 유고사태가 나면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고 6자회담의 핵 불능화 작업도 제대로 안되고 있어 이에 대한 말씀을 나누고자 한다"며 간담회를 마련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황 전 비서는 경호진과 함께 나타났다. 자유선진당도 황 전 비서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간담회 직전까지 회견 장소를 비공개로 했다.

회견장에는 40~50명의 기자들이 몰리는 등 언론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황 전 비서는 발언하기에 앞서 잇따라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가 눈이 부신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제발 그만 찍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