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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온라인 카페 '유모차 부대 엄마들' 회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불법을 저지른 일이 없다"며 "부당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내 자식이 감기만 걸려서 열이 올라도 절절매던 엄마들이 왜 아이들을 업고 안고 유모차에 태우고 거리로 나오게 됐는가"라며 "원인을 제공한 문제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자행하지도 않은 불법을 자행했다고 표적수사와 탄압을 하는 것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경찰인가"라고 비판했다.

 

 

일명 '유모차 부대'라고 불리는 온라인 카페는 카페지기나 회원들이 지은 이름이 아니다.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운 엄마들이 한 사람씩 모여들고, 자발적으로 촛불에 참가하게 됐다. 그 와중에 언론에서 먼저 '유모차 부대'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이후 카페 이름이 '유모차 부대 엄마들'로 바꿨고 5월 30일 촛불 행진을 시작했다.

 

'유모차 부대 엄마들' 회원 '지구인(닉네임)'은 "'유모차 부대 엄마들'은 무슨 단체가 아니다"며 "광우병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자 모이게 된 것이 오프라인 모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전화한 경찰 "아줌마, 다 알잖아"

 

표적수사를 받은 '유모차 부대 엄마들' 회원 '은석형맘(닉네임)'은 기자회견에서 피해사례를 밝히며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주기 위해 촛불집회에 참가한 것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몰랐다"고 당혹스러움을 내비쳤다.

 

'은석형맘'은 지난 18일 오전, 셋째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직장으로 출근하던 중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은 이미 아무 연락도 없이 '은석형맘' 집으로 들이닥친 상황이었다. 경찰은 '은석형맘'에게 다짜고짜 "불법집회에 참가하고 도로 점거를 했으니 출두해야 한다"며 가게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은석형맘'이 상황을 알아보고 다음날 연락을 주겠다고 하자, 경찰은 "오후 4시 이내로 연락하지 않거나 내일 출두하지 않으면 다음 주 영장이 청구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날 경찰과 다시 통화를 했을 때, 경찰은 "아줌마, 다 알잖아"라며 '은석형맘'에게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도 말해주지 않은 채 자진출두를 요구했다. 

 

'은석형맘'은 "경찰이 집에 있던 남편에게도 연행에 대한 언급을 하며 위압감을 주었다"며 "통화한 경찰은 대화하겠다는 어투가 아니라 협박하는 어투였다"며 사과를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안 하니 배려한 줄 알아라?

 

표적수사를 받은 또 다른 회원 '일루(닉네임)'는 기자회견에서 피해사례를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루'도 18일 표적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은석형맘'의 표적수사와 마찬가지로 사전 연락 없이 오후 2시 '일루' 집으로 찾아갔다. 집에 연락이 되지 않자, 3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일루'를 만나 출두를 요구했다.

 

경찰은 채증 사진이라고 하면서 사진 3장을 보여줬지만 '일루'가 사진을 자세히 보려고 하자 1장만 보여주며 "본인이 맞냐"고 확인만 했다. 본인임을 확인한 사진은 '일루'와 '은석형맘'이 같이 찍힌 사진으로 인도에 근접한 차도에서 행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채증사진 확인 후 '일루'는 아이들이 계속 보채니 다음날 오후에 출두하여 진술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으나, 경찰은 2시간 가까이 붙잡고 남편과 관련된 개인 신상 등을 물었다. 또한 경찰은 촛불집회에서 사용한 깃발의 행방과 아이들의 놀이감으로 사용하던 풍선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일루'는 찾아서 가져오려면 시간이 걸리니 다음날 가져가겠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바로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일루'가 "소환장도 없이 이렇게 찾아와도 되는 것이냐"고 항의하자, 경찰은 "원래 소환장 없이 먼저 찾아오는 것"이라며 "지금 집을 수색해 컴퓨터 등 관련 자료와 물건을 압수해야 하나 무척 배려해주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일루'는 법적 상식과 동떨어진 상황에 당황해 출두 가능 날짜를 변호사와 의논 후 다음날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경찰은 "원래 오늘 형사들과 함께 가서 진술서를 받아야 하나, 늦었으니 다음날 오전 10시 무조건 출두하라"고 통보했다.

 

채증사진에 대해 '일루'는 "당시 인도를 따라 걸어가다가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근접한 차도로 내려와 걸어간 것"이라며 "어떤 기준으로 도로 점거를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시종일관 '대단한 아줌마 열사'라고 비아냥거렸다"며 "질문의 상당수가 남편 이야기로, 남편 직장에 불이익이 갈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열면서도 부담되고 두려워"

 

'지구인'은 입양한 아이들을 파양하라는 압박도 받은 적이 있다. 익명의 누리꾼이 입양기관 홈페이지에 "입양한 자식을 데리고 촛불집회에 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는 것.

 

이에 대해 '지구인(닉네임)'은 "'유모차 부대'는 평화로운 집회를 했지만, 경찰이 표적수사를 하면서 '밖에 나가서 어떻게 행동했으면 그러냐'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집회 참가자들의 사적 부분까지 들춰가면서 수사하는 '탄압'을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절망스러움을 표현했다.

 

이어 "기자회견을 열면서도 부담이 많이 됐고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우리들의 진실된 입장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표적수사 반대, 가택 방문 조사 반대, 소환 반대 등을 외쳤다.

 

또 '지구인'은 "촛불집회 때 우리에게 가한 소화기 분사, 살수, 강경 진압 등은 등은 우리의 보안을 위협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19일 경찰이 밝힌 혐의는 유모차를 동원해 집회 참여를 선동했다는 것과 유모차를 이용해 물대포차 진로를 가로 막아 교통방해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루'는 "경찰이 밝힌 혐의 내용을 살펴보면 '유모차를 동원했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유모차는 아이들의 이동수단이다"며 "유모차를 동원한 거면 일명 '하이힐 부대'는 하이힐을 동원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세상에 애를 방패로 삼는 엄마가 어디 있냐"며 "표적수사를 행한 경찰에 대해서는 대처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구인(닉네임)'은 "얼마 전 '조계사 회칼 난동' 사건 혐의자는 어떻게 수사하는지, 구체적인 결과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며 "거리에서 행진한 것뿐인 '유모차 부대'는 확실한 증거 없이 강압적인 표적수사를 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민의 입과 귀를 막아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어청수 경찰청장은 시민과 '유모차 부대'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국민을 감시하고 탄압해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라며 "국민들은 피멍 든 가슴을 안고 지켜보고 있다"고 정부를 향해 말했다. 또 "아이들과 여성들이 무엇을 잘못했는가"라며 "평화로운 행진을 억압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들과 10여명의 주부들이 무엇을 위협한다는 것인가"

 

한편, 기자회견을 마치고 '유모차 부대 엄마들' 회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경찰청 안 식당으로 이동하려 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나섰다.

 

경찰은 "2~3명이면 모르겠지만 20여명이 되는 인원은 보안상 위협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회원은 "사전에 일반인도 식당에 들어갈 수 있다고 확인했다"며 "아이들과 10여명의 주부들이 경찰이 가득한 곳에 보안상 무엇을 위협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여 분간의 실랑이가 벌어진 후 '유모차 부대 엄마들'의 일부 회원들이 장소를 옮기자는 의견을 내놓아, 장소를 옮기는 것으로 실랑이가 일단락됐다.

덧붙이는 글 | 정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유모차 부대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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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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