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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의를 빚은 국방부의 교과서 수정안이 교육과학기술부 요청으로 제출된 것임이 22일 드러났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교육부로부터 교과서 수정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받아서 국방부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국방부는 4·3 사건 등과 관련해서 과거부터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안병만 교육부장관은 19일 국회 교육과학위원회에서 "역사를 다시 해석할 수는 없고, 교과서 수정은 공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국방부 제안에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상희 장관 말대로라면 교육부가 국방부의 의견 제시를 먼저 요청한 셈이 된다.

 

당시 안 장관은 "국방부가 의견을 제출했다가 다시 철회했기 때문에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안을 애써 덮었지만, 두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교육부도 교과서 수정 자체에 비판적이지는 않다는 게 분명해진다.

 

교과서 수정안의 '배후'는 교과부?

 

교육부 고위 관계자가 22일자 <조선일보>를 통해 "근·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해 내년 1학기부터는 학생들이 수정된 교과서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안 장관의 유감 표명에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부채질할 만 하다.

 

오히려 부처 단독으로 교과서 수정을 밀어붙이는 데 부담을 느낀 교육부가 국방부와 통일부·대한상의·한나라당 등에 '역할'을 분담시킴으로써 비판여론을 흩뜨리려고 했다는 해석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 주 교과서 수정안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에만 해도 '저자세'였던 국방부가 이번 주부터 당당해진 것도 현 정부의 정면돌파 의지로 읽혀진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는 청장년, 입대하는 장정의 국가관·역사관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들이 입대할 때 역사관의 수준이 대단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보·이념 문제에 관해 편향적 기술들을 조정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세등등한 정부와 달리 한나라당은 교과서 수정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 인터뷰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역사적 관점을 바꿔서는 안 된다, 학자 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 한나라당 간사 임해규 의원도 MBC 라디오방송에서 "어차피 이슈화하고 있기 때문에 당에서도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여론을 살펴야 하는 여당의 입장에서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시각만이 아니라 역사학계 의견을 두루 수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야당들 일관된 공세 "경제 어려운데 한가한 이념논쟁"

 

민주당 등 야당의 공세는 22일에도 계속 이어졌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국방위 민주당 간사)은 "얼마 전에는 베스트셀러를 금지시키더니, 국방부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 정부가 한가한 이념논쟁을 벌이고 공안정국 드라이브의 토대 조성용으로 쓰려는 의도가 있다면, 그것을 중단하는 것이 어려운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지혜 창조한국당 부대변인 역시 "정부 여당은 나라 안팎으로 경제위기가 고조되는 이 시점에 이념논쟁으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무능한 우파정권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우경화 드라이브의 서곡으로 교과서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두고두고 역사에 죄과를 치를 일"이라고 논평했다.


태그:#교과서, #국방부, #교육부, #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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