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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낚시는 바로 우럭 배낚시 입니다. 우럭 배낚시는 인천에서부터 군산에 이르기까지 한겨울만 빼고 서해안 전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기에 낚시객들의 지갑은 어민들의 주요한 자금줄이기도 합니다.

우럭 배낚시라고 하지만 손님고기로 광어, 장대, 볼락 등 다양한 어종이 낚이곤 합니다. 낚시바늘에 갯지렁이나 미꾸라지를 끼워 고패질을 하면서 우럭을 노리지만 이들 물고기도 손님 물고기로 잡히는 겁니다.

아침 7시에 영흥도 선착장을 출발한 낚시배는 한참 포인트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아침 7시에 영흥도 선착장을 출발한 낚시배는 한참 포인트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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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낚시 10년째, 애지중지 하던 '장구통릴'은 고장나고

서해안 쪽으로 우럭낚시를 다닌 게 10여년 남짓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97년 IMF 여파로 하던 사업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를 대고 처음 출조를 나갔으니 말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가운데 8년 전 당시 거금인 수십만원을 들여서 장만한 장비가 있었습니다. 바로 장구통릴에 합사줄을 감은 낚시대였습니다. 합사줄은 나일론줄에 비해 신축성이 적어 줄이 길게 늘어지더라도 어신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합사줄 가격만 8만원이었고 장구통릴은 일제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산 장비가 시원치 않을 때여서 일제 수입품인 이 장구통릴을 삼십만원인가를 줬던 것 같습니다.

비싸게 주고 샀다고 이 낚시대는 제 몸값을 하는 지 지난 8년 동안 단 한 번도 잔병치레를 하지 않은 채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줬답니다. 주인이 게을러 낚시 갔다온 후 몸에 묻은 염분들을 닦아내는 등의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말입니다.

일이 안 풀리거나 머리가 묵직할 때면 이 친구를 등에 메고 바다로 나갔으니 지난 8년 세월 슬플 때나 외로울 때 인생 굴곡길의 동반자였던 셈입니다.

아시는 분과 며칠 전 술자리에서 우럭 얘기가 나온 김에 한 번 낚시하자는 말이 있어서 이분과 함께 20일 인천 영흥도에서 출발하는 낚시배에 몸을 실었답니다. 물론 지난 8년간 함께 했던 장구통 릴을 등에 메고 말입니다. 

오랜만에 나선 조행길에서 지난 8년간 말썽 한 번 안 부리던 낚시대가 더 이상은 일을 못하겠다고 선상에 몸져 누워 버렸습니다.

영흥도에서 1시간 남짓 뱃길인 충남 당진 풍도 앞바다에 도착한 후 선장의 낚시 시작 신호와 함께 낚시를 시작한 지 불과 삼십여분 지났을 때였습니다. 두어번 낚시대를 던진 후 거두다가 다른 낚시대와 줄이 엉켜 무리해서 끌어 당기다 보니 기어 박스 쪽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삼십여분 동안 고쳐볼려고 노력하다 끝내 포기하고 선장에게 자세(줄은 나일론 줄이고 손으로 감아올리는 초보적인 낚시도구)라도 빌려 올려고 말을 건네니 선장은 이천원짜리 자세 대신 고가의 장비인 전동릴을 선뜻 건네주는 거였습니다.

낚시에 한참인데 수상기구를 탄 두팀이 배 앞을 시원하게 가르면서 지나갑니다.
 낚시에 한참인데 수상기구를 탄 두팀이 배 앞을 시원하게 가르면서 지나갑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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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한 번 해 보라는 거지요. 우럭낚시에 푹 빠져 아무리 고가장비라고 해도 무리해서 장만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던 2000년 무렵만 하더라도 전동릴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 장비였습니다. 고가였던 이유는 당시만 해도 국산장비는 없어 일제 수입품 밖에 없으니 비쌌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제가 이 전동릴을 장만하지 않았던 이유중 하나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손맛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큰몫을 했었습니다. 전동릴이 투박하다보니 수심 깊은 곳에서 미끼를 물고 늘어지는 우럭의 바늘털이 손맛을 제대로 느낄려고 한다면 손으로 감아 올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구통릴을 수십미터 -심지어 100미터- 수심에서 감아올린다는 것은 보통 중노동이 아닙니다. 더구나 물살이 센 사리물때 즈음에는 묵직한 100호 봉돌을 사용해야 하는데 물살때문에 낚시줄은 한없이 풀려만 가고 기껏 당겨 올렸더니 고기는 허탕이고 보면 그야말로 중노동도 이런 엄청난 중노동이 없습니다.

빈 낚시대라고 하더라도 수십미터 수심에서 서너번만 감아올리다 바늘 밑에 달려 있는 봉돌 무게만으로도 팔이 뻐근하고 온몸은 녹초가 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돈까지 써 가면서 하는 중노동이다 보니 애써 감아올린 후에는 스스로 쓴 웃음을 짓게 마련이랍니다.

전동릴이 편하기는 한데... 고기는 얼굴도 안 보이고

낚시줄이 60미터가 넘게 풀려나가 있습니다. 수동 장구통 릴의 경우 이 정도 풀린줄을 감아 들일려면 보통 힘든게 아닙니다. 고기가 물지도 않은 허탕 낚시줄일 경우에는 더더욱이나요.
 낚시줄이 60미터가 넘게 풀려나가 있습니다. 수동 장구통 릴의 경우 이 정도 풀린줄을 감아 들일려면 보통 힘든게 아닙니다. 고기가 물지도 않은 허탕 낚시줄일 경우에는 더더욱이나요.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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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낚시 10년 만에 처음 사용해본 전동릴은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국내 B사의 전동릴인데 8년 전 일제 전동릴에 비해 그 성능이 오히려 나은 것 같습니다.

풀릴 때는 자연스럽게 바닷 속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는 신속하고도 정확한 속도로 감아 올립니다.

장구통 릴의 핸들을 돌려 내 팔로 죽을 힘을 다해 감아 올리는 속도 보다 훨씬 빠른 것 같습니다.

더구나 우럭낚시의 경우 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하는 바늘털이 때문에 한 번 감아 올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일정한 속도로 계속해서 감아 올려야만 합니다.

제대로 물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에 힘들다고 잠깐이라도 쉬었다가 감아 올리면 광어 같은 경우는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우럭낚시 요령에 비추어 전동릴은 더할 나위 없이 제격입니다.

이 친구는 그 어떤 덩치의 물고기가 낚시 바늘을 물고 있더라도 바늘이 끊어지지 않는한 일정한 속도를 유지 하면서 감아 올리는 성능을 탑재하고 있어 일반 장구통 릴처럼 쉬었다가 감아 올리는 바람에 고기를 놓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날 조과는 형편 없습니다. 6시간 남짓 동안 전동릴 낚시대로 무장하고 바다낚시에 몰입했지만 그 조과는 썩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10년 경력 조사가 작심하고 6시간 남짓을 낚시에 몰입했지만 결과는 우럭 손바닥만한 것 2마리에 30cm 남짓의 장대 3마리 그리고 볼락 6마리가 전부 입니다.

그렇다고 물때나 날씨가 조과를 뒷받침 안 해준 것도 아닙니다. 물때는 우럭낚시에 더할 나위 없는 11물이었고. 바람이 조금 셌다지만 초가을 바다수온 등을 감안한다면 우럭낚시 하기에는 최적의 기상 조건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 동안 낚시 장비 성능은 일취월장 했지만 그와 반비례해 바닷속 물고기들은 조사들에게 수난을 당해 그 개체수가 형편없이 줄어든 탓은 아닌가 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선장이 포인트에 대는 실력이 떨어지든지 말입니다. 

형편없는 조과에 선장도 낚시객들에게 미안했던 것 같습니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릴 조짐에 예정보다 조금 일찍 철수해 오후 3시경 배에서 내리는 조사님들에게 선장은 계속해서 "다음에는 잘 모시겠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그럴법도 한 게 20명이 승선해 7시간의 낚시를 통해 일인당 서너마리에 불과한 조과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참 우럭낚시에 빠져 있었던 8년 전만 해도 고기가 안잡힐 때 표현하는 '몰황'이라고 해도 체장이 40cm가 넘는 개우럭 한두 마리 정도는 쿨러를 채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조과의 전부 입니다. 손바닥 만한 우럭 두마리에 장대 세마리 그리고 볼락 다섯마리가 전부 입니다.
 이날 조과의 전부 입니다. 손바닥 만한 우럭 두마리에 장대 세마리 그리고 볼락 다섯마리가 전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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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 대신 손에 들린 것은 '바지락 2kg'

오랜만에 나선 낚시 길이기에 빈 손으로 집에 들어가기는 조금 계면쩍었습니다. 저녁 반찬거리를 어떻게든 잡아가야만 그나마 가장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바다에서 잡지를 못했으니 시장에서라도 고기를 잡아 가야만 할 것 같습니다. 아빠가 어떤 고기를 잡아올지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을 두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선착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수산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다 보니 소리가 요란합니다.

마침 제3회 '영흥도 농수산물 대축제'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양장 행사장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손님들은 안 보이고 행사에 참여한 농어업인들만 가득 채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도의 특성상 농업과 어업 특히 포도농사가 성행하고 있는데 행사장 두 개 부스에서 포도를 팔려고 나온 농민들의 호객 소리가 드높습니다. 비가림 포도가 5kg 한 박스에 1만 5천원 입니다.

하지만 제가 찾는 것은 포도가 아닌지라 수산물에 눈독을 들이고 찾아 다녔습니다. 저녁 반찬거리용 수산물은 행사장 내는 물론이고 수산물 시장에서도 눈에 쉽게 띄지 않습니다.

물양장 옆 수협 수산물 센터는 수산물 시장이 아닌 회센터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영흥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횟집 성격이 짙기 때문에 소매로 판매하는 가게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센터를 나와 다시 한 번 축제장을 돌아보는 가운데 눈에 띄는 수산물이 있습니다. 바지락 입니다.

현지 어민 몇몇 분들이 바지락을 쌓아놓고 열심히 껍질을 까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서는 활바지락을 스치로폼 상자에 담아 1kg에 2500원에 팔고 있었구요. 꿩 대신 닭이라고  오늘 저녁 반찬거리는 우럭 대신에 바지락이 적격일 것 같습니다.

 19일과 20일 이틀간 인천 영종군 영흥도 진두물량장에서는 '제3회 농수산물 대축제'가 열렸답니다.
 19일과 20일 이틀간 인천 영종군 영흥도 진두물량장에서는 '제3회 농수산물 대축제'가 열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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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어민들은 이날 캐온 바지락을 쌓아놓고 아주머니들은 알바지락을 까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현지 어민들은 이날 캐온 바지락을 쌓아놓고 아주머니들은 알바지락을 까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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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2kg에 5000원, 활 암꽃게 1kg에 1만5000원을 내고 건네 받은 두 개 아이스박스의 무게감으로 손이 묵직합니다. 아니 마음이 흡족합니다. 삼십만원 나간다는 전동릴을 사기 위한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속으로 열심히 생각을 굴려 봅니다.

'마누라야 오늘 저녁 반찬은 우럭 매운탕 대신에 꽃게찜과 함께 시원한 바지락국이다. 물론 상 차리는 것까지 풀코스 저녁식사 봉사다. 서비스 봉사료는 오늘 내가 눈독 들인 전동릴을 살테닌까 눈 흘기지 말고 넘어 가다오. 뭐 필요하다면 일요일 아침 식사까지도 전동릴을 사기 위한 무한(?)봉사는 쭈욱 계속 된다.'

꽃게와 새우가 담긴 아이스 박스를 양손에 들고 있는 제 마음 속에는 이미 고가의 전동릴을 품고 있습니다. 마음 속의 전동릴을 현실 속에서 품기 위한 아주 적절한 핑계거리를 생각해 놓았기에 제 스스로 만족스러워 계속해서 헤벌쭉 웃었답니다.

빗줄기가 점차 거세집니다. 오랜만에 내리는 가을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십니다. 이번 비로 그동안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제풀에 지쳐 물러가고 본격적인 가을 문턱으로 접어들 것 같습니다. 영흥대교는 내리는 장대비에 제 몸을 내 맡긴 채 촉촉히 젖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우럭 배낚시, #영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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