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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링호우와 지우링호우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적극적으로 자원 봉사 활동을 해 '냐오차오' 세대로 불리고 있다.
빠링호우와 지우링호우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적극적으로 자원 봉사 활동을 해 '냐오차오' 세대로 불리고 있다. ⓒ 이점숙

중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시행된 개혁개방과 외동자녀 정책 이후 출생한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경제관념, 성에 대한 태도 등) 및 각 세대의 특징을 규정하는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하는 '빠링호우'(80후세대)는 올해 티베트 시위 이후 분출된 중화민족주의와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명시적으로 드러난 중국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세대로 꼽힌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중국 일각에는 빠링호우와 1990년대 이후 출생자를 지칭하는 '지우링호우'(90후세대)를 구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인터넷상에서 빠링호우와 지우링호우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국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기제로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 사이의 논쟁은 2004년 무렵 인터넷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계기는 1980년대 이전에 출생한 기성세대가 빠링호우를 "무책임한 세대" "이기적인 세대"로 규정한 것이었다. 빠링호우가 이에 반발, 기성세대에게 반박하는 과정에서 '이기적인 세대는 따로 있다'며 지우링호우를 지목한 것이 도화선이 돼 빠링호우와 지우링호우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비판 받은 빠링호우 "이기적인 건 지우링호우"

기본적으로 빠링호우는 자신들에 대한 기성세대 상당수의 부정적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덕문(남, 23)씨는 "세대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빠링호우도 책임감이 강하다"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빠링호우를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5년 전, 대학 진학을 위해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쓰촨성에서 베이징으로 혼자 올라온 리슈(여, 22)씨는 "혼자 베이징에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과 몇 차례 언쟁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나를 더욱 신뢰해주셨다"며 빠링호우가 독립적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빠링호우 사이에서 지우링호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리우양(여, 26)씨는 "지우링호우는 빠링호우와 달리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며, 물질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지우링호우가 배금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비판을 하는 건 빠링호우만이 아니다. 기성세대 사이에서도 이런 비판이 적지 않다. 또한 지우링호우가 대학 입학 전 3가지 필수품(휴대전화·MP3·노트북)을 마련하기 위해 2만 위엔(약 330만 원)을 쓴다는 말도 나온다.

올해 베이징티위대학에 입학한 지우링호우 진싱싱(여, 18)씨는 "친구들이 갖고 있는 것을 나도 사고 싶은 욕심 때문에, 긴급하게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에게 말씀드려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구입했다"며 물질적인 가치를 우위에 두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지우링호우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중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반론도 있다.

 지우링호우가 빠링호우와 가장 가까이서 교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場)은 대학이다.
지우링호우가 빠링호우와 가장 가까이서 교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場)은 대학이다. ⓒ 이점숙

'소황제' 모시는 중국판 '헬리콥터 부모'

그렇다면 빠링호우와 지우링호우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성을 지닌 별개의 두 세대일까? 대학 입학 풍경을 통해 이 문제를 짚어보자.

올해는 지우링호우가 대학에 입학한 첫 번째 해이다. 중국에서는 대학생의 90% 이상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고향을 떠나 대학에 첫 발을 내딛는 풍경을 살펴보면 교문까지 택시로 온 후 택시에서 내려 짐 가방을 끌고 가는 학생, 양손 가득 가방을 든 채 버스에서 내려 교내로 진입하는 학생도 있지만, 흥미로운 장면은 따로 있다. 학생 본인은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오고 부모가 학생의 양 옆에서 힘겹게 짐 가방을 운반하는 모습인데, 이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우링호우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판청(남, 17)씨는 "내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부모님이 당연히 나를 관심 있게 도와줘야 하며 짐도 운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비롯한 지우링호우에게는 "친구·돈·학업"이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이는 지우링호우가 입학한 2008년만의 풍경이 아니다. '소황제'로 불리며 귀하게 자라난 빠링호우 역시 같은 모습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짜오원팅(여, 23)씨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짜오원팅씨는 "대학생이면 혼자서 모든 일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데, 부모님이 걱정이 너무 많다"며 "주변 친구들 중에도 부모님과 함께 짐을 들고 학교에 온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베이징으로 대학 진학을 하는 경우 부모에게는 명예로운 일이며,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학교까지 짐을 운반해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 짜오원팅씨의 생각이다.

이 두 집단의 차이가 있다면, 부모에게 의존하는 빠링호우가 자연스럽게 감소함과 동시에 지우링호우를 맴도는 '즐셩지푸우무(심리학자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로 '자녀가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는 왕즈청롱의 기대심리가 지나친 부모를 일컫는다)', 즉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가 늘었다는 점이다.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위에서 맴돌며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는 부모를 가리키는 '헬리콥터 부모'라는 말은 중국에서는 한국·미국·영국 등에서만큼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한 자녀를 '소황제'로 키우는 과정에서 그와 같은 모습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우링호우 자녀를 둔 '헬리콥터 부모'들이 자녀를 대신해 물건을 들어주는 것은 예사다. 자녀들의 학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자녀의 이부자리 정리는 물론, 자녀를 대신해 친구 생일까지 일일이 기억하며 자녀의 교우생활을 돕기도 한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베이징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편집 일을 하고 있는 요펑(여, 24)씨는 성인이 다 된 자녀의 일에 부모가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부모 세대의 각성을 촉구했다. 나아가 외동자녀 정책 실행 이후 확산된 중국 가정의 '4-2-1(4는 친조부모와 외조부모, 2는 부모, 1은 자녀)' 모형이 '소황제'를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윗세대가 자녀를 지나치게 떠받들어 키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헬리콥터 부모' 현상을 지나친 간섭이 아닌 당연한 관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여, 47)는 "내 인생에서는 자녀가 전부이며 지극한 정성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예전에는 자녀에게 관심을 쏟는 것은 주로 어머니의 일이었지만, 요즘에는 그러한 성별 구분이 사라져 아버지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녀 문제에 개입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쭝궈신원왕>에 실린 '지우링호우' 입학 풍경. 이들은 자전거, 곰 인형, 컴퓨터 등 집에서 사용하던 모든 물건을 부모와 함께 트럭에 싣고 학교로 들어왔다.
<쭝궈신원왕>에 실린 '지우링호우' 입학 풍경. 이들은 자전거, 곰 인형, 컴퓨터 등 집에서 사용하던 모든 물건을 부모와 함께 트럭에 싣고 학교로 들어왔다. ⓒ <쭝궈신원왕>

빠링호우-지우링호우의 명확한 구분은 시기상조

대학 입학 풍경에서도 드러나듯이, 빠링호우와 지우링호우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빠링호우에 비해 지우링호우가 개혁개방의 물질적 풍요를 더 많이 누렸으며, 인터넷도 더 어릴 때부터 접할 수 있었다. 직업 선호도도 다르다. 외국계 기업을 선호했던 앞 세대에 비해 빠링호우는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한 것에 비해, 지우링호우는 틀에 얽매이는 공무원보다 사업가나 연예계 스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지만, 개혁개방 이전 세대들과 비교하면 빠링호우와 지우링호우 사이에는 공통점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아울러 중국 사회에서도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기보다는 여전히 1980년 이후 출생자를 빠링호우로 통칭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빠링호우, 지우링호우처럼 10년 단위로 젊은 층의 특징을 구분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개혁개방 이전에 태어난 슬티엔뱌오(남, 35)씨는 "동시대인이라 할지라도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과 성격이 다른데, 출생 시기를 기점으로 한 마디로 규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민대학교 신시관리학원의 기홍보 서기도 "갓 대학에 입학해 사회 경험이 거의 없는 지우링호우에게서 단편적으로 보이는 몇몇 모습을 근거로 빠링호우와 지우링호우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시기적으로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 두 세대를 묶어 '냐오차오 세대'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냐오차오 세대라는 표현엔 1980~90년대에 출생해 이번 베이징올림픽 때 적극적으로 자원 봉사 활동을 펼친 젊은이들로서 앞으로 중국을 이끌어갈 원동력이라는 긍정적인 뜻이 함축돼 있다.

기홍보 서기는 이에 대해 "빠링호우·지우링호우처럼 편 가르기를 하는 규정보다는 이 둘을 화합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빠링호우와 지우링호우는 이기적이고, 나약하다'는 공통적인 편견은 윗세대가 만들어놓은 산물에 불과하다"(빠링호우로 분류되는 요펑씨)는 말처럼 이 두 집단이 어떠한 중국을 만들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1980년 이후에 출생한 중국 젊은이들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원 봉사를 적극적으로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1980년 이후에 출생한 중국 젊은이들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원 봉사를 적극적으로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이점숙


#80후세대#90후세대#헬리콥터부모#냐오차오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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