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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앞서 언어가 먼저 존재하고 있었다

[ 개념어사전 ] 겉표지
 [ 개념어사전 ] 겉표지
ⓒ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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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거나 읽다가, 생각하다보면 가끔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생각의 주체는 자신이고, 나는 언어를 빌어 나의 생각을 표현한다. 다시 말해, 나의 생각이 언어보다 먼저 있다고 느껴진다. 이 말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엄밀히 나의 사고나 의식이 있기 전에 나의 언어는 존재하고 있었고, 오히려 우리의 사고는 엄마를 통해 습득한 언어로써 발달되어 간 것이다. 즉, 거꾸로 당시대의 언어체계가 나의 사고를 빌어 표현된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나의 언어는 주관적 사고범위를 벗어나 그 당시의 객관적, 사회적, 문화적 존재로서 의미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에 소개된 <개념어 사전>을 출판한 남경태 선생은 수많은 인문학 서적을 번역하고, 직접 저술활동을 한 이력의 소유자다.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그동안 쓰고 정리해왔던 인문학 전반에 관한 개념으로 다시 한 번 인문학에 관한 지적탐색에 나선다.

개념파악에 유의할 점

저자가 말하는 '개념에 대한 이미지'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말하는 '개념의 족보학'과 상통한 면이 있다. 전자는 하나의 개념은 전체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함을, 후자는 그 당대의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읽어내야 함을 강조한다. 두 분 모두 국어사전에 나오는 개념 정의에 대한 단편적인 설명을 거부한다.

또한 글과 언어는 각각 시각과 청각에 의존함으로 상당히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문장에서는 언어가 가지고 있는 상황과 맥락을 충분히 표현하는 형태로 재구성되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그에 맞는 언어와 개념선택은 중요한 것이다.

다만, 개념이나 이념이 그 자체로 절대적 지속성을 추구하게 되면, 변화하는 사회적 현실을 정당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이를 사고 작용에 촉발하는 매개, 수단으로 활용하기를 당부한다.

이 책은 앞뒤가 따로 없다. 사전이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잘 모르는 개념 순으로 읽어나간 후에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읽어가는 것도 한 방편이다.  단락마다 내용이 길지 않아 저자가 말하는 이미지와 핵심어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다.

요즘에, 논술시험 준비에 편승에 많은 서적들이 출판되는데, 그러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인문학과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호기심을 충분히 가지게 한다. 내용역시 인문학지식에 도움을 준다. 부록으로 나와 있는 참고문헌도 앞으로 읽을 목록으로 첨부해 놓으면 좋을 듯싶다. 앞으로 내 옆에 계속 두면서 읽고 생각하고, 포스트잇에 자료를 첨가할 예정이다. 언젠가 나도 나만의 사전을 가져보기 위해서.

덧붙이는 글 | 에스24, 알라딘에 송부했습니다.



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들녘(2006)


태그:#인문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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