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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유성 산업은행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리먼브러더스 인수 협상 경위와 스톡옵션 보유 논란에 관한 의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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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직전의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려고 했던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리먼이 산은과의 협상에 합의했다면 절대 부도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한 민 행장은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냐"는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 리먼은 유동성 위기로 무너졌기 때문에 우리의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고 시장에 신뢰감을 줬다면 파산보호 신청까지는 안 갔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 행장은 "산은이 리먼을 인수했다면 이런 결과가 안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확인 질문에도 "리먼이 파산 신청을 하자 영국의 바클레이즈가 리먼을 사들여서 재건하고 있다. 산은이 인수했다면 경영양해각서(MOU)로 경영진을 콘트롤하는 방법을 택할 예정이었다"며 거듭 말했다.

민 행장의 이 같은 언급은 "산은이 리먼의 인수를 무리하게 시도하는 바람에 국책은행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감만 높아졌다"는 여론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 수위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은 "산은 행장이 리먼을 살릴 수 있었다고 하는데, 리먼을 파산시킨 미국 재무장관은 민 행장의 자문을 받았어야 했다"고 꼬집었고, 같은 당 김효석 의원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큰 국책은행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이렇게 통찰력이 없어서야 되겠냐?"며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은 민 행장은 사퇴시키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민 행장이 리먼을 인수하기 위해 민간은행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려고 한 것에 대해 같은 당 박선숙 의원은 "행장이 그런 말을 여러 번 하는 바람에 우리은행·하나은행 등의 주식이 폭락했다"며 "국책은행의 방향 제시에 민간은행이 따라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승덕 "공직자윤리법 위반했으니 행장에서 물러나야"

산업은행장이 되기 직전까지 3년간 리먼 서울사무소장을 지낸 민 행장이 보유한 '스톡어워즈'(Stock Awards)도 계속 논란이 됐다.

그는 리먼으로부터 내년 8월31일에 2만 1331주, 2011년 11월30일에 2만7900주, 2012년 11월30일 9561주 등 총5만9000주를 각각 받기로 했다. 주가로는 20억~40억 원에 이르는 큰돈이다.

스톡어워즈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주식으로, 일종의 상여금이라고 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스톡옵션과 다르지만, 변칙적인 형태의 스톡옵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민 행장은 "리먼이 7월18일 인수 협상을 제의했고, 다음달 4일 산은 이사회에 '리먼 인수가 시작되면 '스톡 어워드'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리먼과 특수관계에 있던 그가 리만 인수에 성공했을 경우 별도의 경제적 이익을 취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민 행장은 "정확한 프로세스는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는 한 내 권리는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자 재산신고서에 기재할 곳이 없어 비고란에 상세내역을 기록했다"는 민 행장의 해명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음이 확인됐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재산신고서 비고란에는 '스톡어워즈'라는 단어가 없었다"며 "공직자윤리법상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위반한 만큼 행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 행장은 "실제로 계약이 성사돼서 산은이 리먼의 지분을 인수하는 상황에서 이해충돌이 일어나는 것으로 안다"며 "행정안전부도 내가 스톡어워즈를 행사하는 시점에 재산신고를 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했고, 행안부의 판단에 따라 관보에서 내용이 빠진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