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 이슬방울에 숲이 들어와 있다.
▲ 새순에 맺힌 작은 이슬방울 그 이슬방울에 숲이 들어와 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새벽에 풀섶에 서면 하늘의 보석이라 불리는 이슬이 풀잎, 꽃잎마다 가득합니다. 어떤 보석이 가장 예쁜가 요리조리 살펴보는 재미는 보석상들이 값진 보석을 감정하는 심정과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보석은 소유할 수 없다는 단점 아닌 장점이 있습니다. 만일, 풀섶에 맺히는 물방울 보석도 소유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저 같은 서민들에게 돌아올 몫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죄다 능력있고, 돈있는 사람들이 제 것이라고 챙겼을 터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세상은 참으로 공평합니다. 꼭 물질적으로 풍요한 사람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세상은 참으로 공평합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에 들어온 숲, 숲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영롱하게 맺혔다.
▲ 이슬방울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에 들어온 숲, 숲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영롱하게 맺혔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이른 아침 그들을 만나러 간길에 숲 사이로 아침햇살이 떠오르고, 맑고 작은 이슬방울 속에는 숲과 햇살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이런 곳에서 눈을 뜨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일상에 들어와 있는 행복을 종종 놓치며 사는 우둔한 나를 위한 신의 배려가 나를 도시에 살게 한 것도 같습니다.

사람들은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합니다. 정작 자신이 가진것을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간혹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지금이라도 안 것'에 감사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을 살아도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는 것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기도 하는데 살아 숨쉬는 동안 안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런 생각 끝에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돌아보며 감사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러니 삶이 평안해 집니다.

쇠뜨기에 맺힌 이슬방울과 이슬에 맺힌 코스모스
▲ 쇠뜨기 쇠뜨기에 맺힌 이슬방울과 이슬에 맺힌 코스모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살다보면 나를 위로해 주고, 내 삶의 현실을 감사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저렇게 힘든 삶을 살아도 저렇게 밝게 사는데…'하는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나 보다 못난 사람들, 나 보다 힘겨운 삶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는 위로를 받습니다. 그것이 그들을 위해 내 작은 것이라도 나눠야하는 이유가 됩니다.

만약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잘났다면 나는 무척이나 버거운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성인군자가 덜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모든 사람들이 잘난 구석도 있고, 못난 구석도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사람도 내가 가진 것을 갖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 또 누군가는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사람들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이지요. 그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요즘에야 실감을 합니다. 물론 지나치지 않아야 겠지요.

작은 이슬과 큰 이슬, 작은 이슬 하나 둘 모여 하나의 맑은 이슬을 이룬다.
▲ 이슬 작은 이슬과 큰 이슬, 작은 이슬 하나 둘 모여 하나의 맑은 이슬을 이룬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아주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알고,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이미 충분히 감동해야 하고, 감사해야 하는데도 인색한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후자의 사람보다 전자의 사람이 더 좋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역시 깊고 넓은 사람은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1분 1초도 귀하게 여기는 분, 1분 1초라도 허튼 곳에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 분의 시간을 서너 시간이나 침범해서 인터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귀한 시간을 빼앗아서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 대답이 "내 시간만 귀한가요?"입니다. 그렇습니다. 자기에게 귀한 것은 남에게도 소중한 것입니다. 그렇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 그 마음을 품은 사람이야말로 자기 잘난 맛에 살아도 밉지 않은 사람일 것입니다.

작은 물방울 안으로 들어온 세상은 신비롭기만 하다.
▲ 쇠뜨기 작은 물방울 안으로 들어온 세상은 신비롭기만 하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위에서 세상이 공평하다고 말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자기 잘난 맛에 살아가는 사람들,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지 않지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 행복한 삶에 근접해 있는 것입니다.

작은 이슬방울을 보면서 그 짧은 삶을 살아가는 대신에 매일 아침 늘 맑게 존재할 수 있으니 그 또한 공평하지 아니한가 싶었습니다. 그 작은 것들 안에 온 우주를 담을 수 있으니 또 공평하고, 그 작은 것들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것도 그러했습니다.

새벽 풀섶에 맺힌 이슬, 그냥 자기 잘난 맛에 삽니다. 그렇게 살아도 밉지가 않습니다. 너무 잘난척하여 밉상인 사람보다는 자기 잘난 맛에 살아도 밉지 않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슬사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