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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 예산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추석 민심을 다독이려는 정부의 계획이 11일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오늘(11일) 중으로 국회에서 추경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안된다"(홍준표 원내대표)며 표결 강행까지 시사하고 있지만, 한전과 가스공사의 보조금 지원분에 대한 양당의 시각차가 팽팽해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5일 국회 심의를 요청한 추경예산 4조8654억원에 대해 민주당은 ▲ 한국전력공사(8350억원) 및 가스공사(4200억원) 지원금으로 묶인 1조2550억원과 해외유전 및 광물개발 지원금 1조1200억원의 전액 삭감 ▲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1조331억원의 일부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추석 전 추경안 처리 약속 지켜라" - "공기업 도덕성 해이만 심화"

 

예결특위 민주당 최인기 간사는 오전 브리핑에서 "한전은 2007년 말까지 누적 이익잉여금이 26조7619억에 이르고 가스공사도 1/4분기에 3932억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런 공기업에 대해 6개월간 손실이 발생했다고 국고보조금을 주면 앞으로 공기업의 도덕성 해이가 심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전의 경우 지난해 경영실적을 허위로 부풀려 899억원의 상여금을 지급했다가 감사원이 적발해낸 사례가 있고 가스공사도 비축유를 팔아 직원 복지기금에 쓴 일이 있는 만큼 정부예산 지원은 한층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간사는 해외유전 및 광물 개발에 투여할 1조1200억원에 대해서도 "과거 석유공사가 유가 상승을 예측하지 못해서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은 전례가 있는데, 이 정도의 역량으로 해외유전 개발에 나선다고 해서 성과를 거둘 지는 의문"이라며 삭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공기업에 지원할 2조3500억원의 예산을 ▲대학등록금 등 교육지원 1조334억 ▲보육 및 노인복지 7680억 ▲학교용지 부담금환급 3943억원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1000억 ▲비료값 등 농어민지원 669억 등으로 돌려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오래전부터 올해 상반기에 전기 및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하면서 생긴 한전과 가스공사의 손실분을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여당이 민주당의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힘든 형편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여야가 원구성 합의를 할 때 추석 전인 11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문서까지 써서 합의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앞으로 원내대표 회담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민주당을 압박했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양대 공사의 손실분을 추경예산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하반기에 전기 및 가스요금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며 '요금 인상' 카드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생각은 완고하다. 한나라당이 "공기업에 직접 돈을 주지 말고 '요금안정화 사업' 같은 항목을 만들어 사업에 지원하도록 하자"(권경석 의원)는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회사에 주나 사업에 주나 돈 들어가는 건 똑같다"(민주당 우제창 의원)며 냉소적인 반응만 돌아왔다.

 

예결특위 위원장·국회의장 모두 표결강행에 난색... 추경안 처리 무산될 듯

 

한나라당은 정부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해 11일 중 단독표결 강행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과반수 여당이 야당들을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 여론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예결특위 위원장을 맡은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물론, 본회의 의사봉을 두드려야 할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 점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 지도부의 설득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여당이 표결을 강행하면 우리는 부담을 덜 수 있어서 좋지만, 이번 정기국회는 그 순간 망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오늘 이외에는 추석 전에 의원들을 모을 여유가 없는 데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며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추경안 편성에 대해 갖가지 제한 조건을 달아 예산 삭감을 주장했던 한나라당이 집권한 뒤 자신들이 애용하던 논리로 인해 낭패를 보는 측면도 있다.

 

야당 시절 한나라당은 흑자가 생기면 온갖 편법을 동원해 돈 잔치를 벌인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실태를 파헤치며 "집권하면 공기업 개혁을 대대적으로 착수하겠다"고 벼르곤 했는데, 여당이 된 후에는 몇 개월 적자에 아우성치는 공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는 것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공기업들에 정부예산을 지원하더라도 이들의 구조조정 성과를 지켜본 뒤 하는 것이 순리"(최인기 간사)라는 민주당의 논리는 1년 전 한나라당의 그것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추경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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