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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이론으로 본 젊은 세대의 촛불시위는 극단적인 효율성을 추구하는 초국가적 자본주의 시스템의 오만에 대한 저항이다. 또한 비인간적인 생존경쟁으로 내몰리는 공포에 대한 두려움의 표출이다.”

 

촛불정국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이 때,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를 산업사회 이후 21세기 혼란을 설명하는 ‘위험사회이론’을 적용해 설명한 한 교수의 학술논문 발표가 눈길을 끈다.

 

9일 오후 대전 배재대학교 국제교류관 아트컨벤션홀에서 열린 ‘제2회 배재대 사회대학-일본 동경경제대 학술 국제교류’ 행사에서 김영호 미디어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촛불과 위험사회’란 발제에서 위험사회이론을 적용해 촛불문화제를 검증했다.

 

먼저 김 교수는 위험사회이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이론으로 과학기술이 개입된 생태계 혼란, 환경파괴 등의 위험(Risiko, risk)을 자연 재해인 위협(Gefahr, danger)과 구분하고, 발전된 서구문명사회에 내재돼 있는 자기파괴적 역설과 그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한 담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벡의 위험사회담론으로 한국사회의 촛불시위를 조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핑계로 국수주의적 분석틀에 안주하는 것도 옹졸하다”면서 “어차피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이제 초국가적 성격을 띠고 있는 마당에 외국의 검증된 이론을 활용하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제 격렬한 촛불시위를 하면서도 같이 즐기고 공감대를 키우며 정체성을 찾는, 즉 시위를 소통과 연대의 촛불문화제로 변모시키는 젊은 세대의 저항논리를 위험사회담론의 ‘하위정치’ 개념으로 조명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 교수는 “무엇보다 젊은 세대의 행태를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존중과 욕망의 확대 재생산을 요구하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표출되는 ‘길거리 정치’를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 것’들의 몰염치한 행태고 도덕적 해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오히려 근대성이 강요하는 이성적 삶의 메마름을 감성적 삶의 추구로 보완하려는 시대흐름을 젊은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적인 시민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제도인 선거에는 대체적으로 냉담한 젊은 세대가 정치적 자유와 사회정의를 내세우며 공공의 일에 관여하는 길거리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는 것을 건강한 시민사회의 기초를 닦는 좋은 기회로 여겨야 한다”면서 “형식적이고 집단적인 것을 싫어하는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가 비제도적 정치행위 참여를 통해 새로운 모습의 사회연대와 결속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발적 결사체를 통해 자신과 주변의 공통관심사를 위하여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자아를 실현하고 공동복리 증진에 나름대로 기여하겠다는 젊은 세대의 주체적 삶을 지배적인 집단규범과 도덕, 사회윤리, 특히 좌우의 대립적 이념에 묶어두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첨단 디지털 네트워크의 웹 생활환경에서 지구촌 전역을 대상으로 무한의 소통을 즐기면서 성장한 젊은 세대의 유동성이 매우 강한 사회인식과 행동반경은 고정된 산업 사회적 인간관계에 익숙한 기성세대보다 오히려 더 관용적일 수 있다”면서 “자발적 참여에 의한 비조직적이고 자율적인 소박한 공동체 문화가 만들어 가는 신뢰와 포용력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도태되지 않는 ‘동참의 사회’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2회 배재대 사회대학-동경경제대학’ 학술국제교류 행사에서 김영호 교수의 학술논문 발표 외에도 동경경제대학 재학생과 배재대 사회대학 재학생을 대표해 각각 3명의 학생들이 학술발표를 했다. 이날 ‘일본 고령자 학대와 그룹 홈’을 발표한 와타베 쿠미코 학생은 고령자 학대를 위협, 모욕 등의 정신적 고통을 주는 심리적 학대, 간호보살핌의 방치, 신체적 학대, 경제적 학대, 성적 학대 등 5가지로 나눴다.

 

그는 “일본 고령자의 주된 학대자들은 아들이 32,1%, 배우자 20.3%, 며느리 20.6%, 딸 6.3%로 나타났다"면서 ”고령자 학대 방지와 권리 옹호를 위해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 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고령자 케어’를 발표한 미도리카와 토모야스 학생은 "한국은 일본의 개호보험제도를 참고로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독자 구축했다”면서 “한국 장기요양보험에 가족개호수당(가족요양비)이 편입돼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네코 사오리 학생은 복지대국인 스웨덴의 고령자 복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1992년 고령자에 대한 케어서비스와 초기의료를 통합한 에델 개혁을 계기로 스웨덴의 고령자 케어의 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면서 특히 “스누즈렌 제도를 도입,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을 방치해 두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국가가 이들에게 여러 보조기구를 지원해 생활을 편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행정학과, 공공행정학과를 대표해 3명의 학생들도 학술발표를 했다. 반인영·윤성희 정치외교학과 학생은 국제사회 공동번영을 위한 제언을, 최상준 행정학과 학생은 전자정부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성정 공공행정학과 학생은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한편, 김욱 사회대학 교학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한일 학술 교류 행사에서 환영인사를 한 이미숙 배재대 사회대학장은 “동경경제대 교수님과 학생들이 배재대 사회대학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정말 재밌고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는 축제의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 인사를 한 하시아 동경경제대 교수는 “작년부터 동경경제대와 배재대 사회대학이 학술교류 행사를 시작했다“면서 ”앞으로도 뜻 깊은 학술행사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대학 소속 정치외교학과, 미디어정보사회학과, 행정학과, 공공행정학과의 학과 소개도 있었다. 교수 학생 간담회, 한국대학문화 소개, 환영만찬 등도 이어졌다. 한일 학술대회에는 동경경제대 법학과 교수를 대표해 하시아 교수, 미시시타 교수와 학생 40여 명이 참여했다.

 


태그:#김영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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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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