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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정권 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했다. 그는 지난달 14일부터 현재까지 공개 석상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행방이 장기간 묘연해지자 건강 이상설이 증폭되고 있으나, 건강 문제가 아니라 북핵 시설 불능화 중단 뒤 북한이 세계의 주목을 받기 위한 모종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정권 수립 60주년을 앞두고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대규모의 군사퍼레이드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과거와는 달리 오후에 정규군이 아닌 노농적위대와 평양시민들만의 퍼레이드만으로 축소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취임(1991년 12월)한 이래 이듬해 4월 군 창건 60주년 열병식부터 98년 정권수립 50주년, 지난해 군 창건 70주년 열병식까지 그동안 열린 10차례 열병식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더구나 올해는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 행사다. 우리 민족에게서 60주년이 갖는 의미때문에 그의 불참은 더욱 의외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장기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적이 있다. 그러나 해외 언론의 의문이 증폭되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 의구심을 잠재웠다.

 

올해도 지난 14일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아 해외 언론에서 건강 이상설이 계속 보도됐으나 정권 수립 60주년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지 않았다.

 

북한은 중요 정치 일정에 따라 열병식을 여는 경우 전날에 중앙보고대회를 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8일 평양체육관에서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당·정·군의 축하문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북한 당국이 김정일 위원장의 불참을 염두에 두고 미리 보고대회를 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도 고위급 경축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애초 리커창 부총리급의 특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북한이 정상적인 정권 수립 60주년 행사를 할 수 없자 미리 중국 정부에 양해를 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이날 행사 불참을 놓고 크게 2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첫번째는 건강 이상설이다. 지난달 14일 이후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으며 외국 의료진이 치료를 위해 방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열병식을 하려면 보통 2시간 정도 서 있어야 하는데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 때문에 이렇게 오래 서있을 수 없어, 결국 불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그가 장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항상 나오던 말이다.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 때도 노무현 대통령을 맞는 김 위원장의 모습 때문에 건강 이상설이 나왔다. 그러나 당시 수행단으로 참석했던 소설가 조정래씨는 10·4 정상회담 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김 위원장과 두 번 악수를 했는데 내 손이 으스러질 정도로 힘이 강했다, 목소리도 크고 우렁찼다"며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

 

또 김 위원장이 이번 행사에 불참할 정도로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북중 국경지대나 군부대 움직임에 이상이 발견됐을 텐데 아직 이런 징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해석은 북한이 세계의 관심을 끌만한 모종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국제안보연구실장은 "북한은 과거에도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중대 사건을 일으킬 때 김 위원장이 장기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었다"며 "이번에도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관련한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서 북한이 나름대로 모종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은 현재 전 세계의 시선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이번 정권 수립 60주년 행사 불참은 미국에 대한 불만 표시와 함께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모종의 강경 조치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러 해석은 정보가 극히 제한된 상태의 분석일 뿐이다.

 

김창수 민주평통 전 전문위원은 "김 위원장의 장기 부재에 해외 언론이 호들갑을 떨면 김 위원장은 꼭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권 수립 60주년이라는 아주 중요한 행사인데 불참했다"며 "더구나 북미가 군사적으로 특별히 긴장된 것도 아니다, 솔직히 말해 그의 이번 불참 이유를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태그:#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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