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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거울 앞에서 양심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양심거울 앞에서 양심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 윤태


"당신의 양심을 쓰레기와 함께 버리시겠습니까?"

양심거울 앞에 씌여 있는 문구다.

CCTV 대신 쓰레기 무단 투기가 빈번한 곳에 이른바 '양심거울'을 설치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 등을 분리해 지정된 장소에 내놓으면 되는데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아 CCTV, 양심거울 등이 설치되고 있다. 며칠 전 TV 뉴스에서도 양심거울이 보도된 바 있다.

그러면 이 양심거울은 효과가 있을까? 효과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을 수 있겠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 둔다.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직접 알아봤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성남)의 양심거울 10개 중 3곳을 골라 5일 동안 체크해봤다. 관찰 기간은 지난 9월 3일부터 7일까지다. 아침과 저녁(밤) 혹은 시간이 날 때마다 양심거울 앞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확인해봤다. 양심거울이 설치된 곳 3군데를 하루에 최소 3번 이상 확인한 셈이다. 언덕 위에 있어 수시로 다니는 게 쉽지는 않았다.

버려지는 양심들 모양도 가지각색

5일 동안 관찰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규격에 맞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놓는 경우(당연한 일이지만)가 많았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언급해보면 야채 다듬고 난 부스러기가 검은 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종이, 캔, 담배꽁초, 음식물쓰레기까지 한데 섞인 화장지 비닐 봉지, 그냥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버리는 게 양심에 찔렸는지 큰 마대자루에 검은 봉지를 담아 버린 이들도 있었다.

또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는 했지만 각종 이물질이 그대로 섞여 있는 것들도 있었다.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규격 봉투를 쓰는 게 나았다. 이밖에 형광등, 옷걸이 고장난 것 등이 그대로 나와 있었다. 또 한가지 문제는 규격봉투이든 아니든 제대로 묶지 않고 대충 방치해 내용물이 쏟아지는 경우였다. 이렇게 되면 수거하는 분이 다시 담아야한다.

밤보다는 아침에 확인했을 때 무단투기 현상이 많았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 늦게 무단투기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넓은 길가의 양심거울보다 후미진 비탈길에 세워진 양심거울 아래 무단투기가 많았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건 파출소 담장 옆에 양심거울이 있는데, 그곳에는 무단투기를 하는 이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규격봉투에 깔끔하게 담아 잘 정리돼 있었다. 이를 보니 양심이나 자율보다는 타율, 법에 따라 사람들의 처신이 우선함을 알 수 있었다.

사진촬영을 하는데 연세 드신 몇몇 어르신들이 뭘 그렇게 찍냐고 물으셨다. 쓰레기 제대로 버리나 안 버리나 체크하고 있다고 하자 어르신들이 발끈 화를 내셨다. 젊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내버린다고 말이다. 말도 하지 말라고 그러신다. 양심거울이 처음에 설치됐을 때는 깨끗하더니만 시간 지나니까 쓸모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셨다.

간단해 보이는 양심거울 설치비용 72만원

동사무소 담당자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양심거울이 효과가 있냐고 물어보니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단다. 하지만 담당자도 양심거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혹시 양심거울이 설치된 현장에 나와 봤냐고 물어보니 그렇지 않단다. 언제 설치했는지 몇 개가 설치됐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안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루트를 통해 지난 2007년 11월 1일 이 동네에 모두 10개의 양심거울이 설치돼 운영중임을 알게 됐다. 다만 담당자에게서 양심거울 1개당 설치비용이 72만원(2008년 기준)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간단해 보이는 것인데도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양심거울 운영한 지 만 10개월인 이 동네, 별로 효과가 크지 않다. 그러나, 무단투기자들의 잘못된 양심만 탓할 일이 아닌 것 같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사무소에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다. 동사무소 담당 직원이 현장에 한번 나오기도 힘든 상황이다. 다른 업무들로 바빠서 말이다.

구청 환경위생과에 문의해보니 기존 비디오 방식의 CCTV는 테이프 판독도 어렵고 단속효과가 거의 없어 한대에 600~700만원 하는 디지털 방식의 CCTV 2대를 시범 설치해 운영하고 내년부터 확대해 나간다고 한다.

스스로 양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 어려우니 강제로 집행해야 거리가 깨끗해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플라스틱 가전 폐기물이 나와 있고 검은 비닐봉지가 투척돼 있다
플라스틱 가전 폐기물이 나와 있고 검은 비닐봉지가 투척돼 있다 ⓒ 윤태

 아무리 과태료를 부과해도 끊이지 않는 불법 투기
아무리 과태료를 부과해도 끊이지 않는 불법 투기 ⓒ 윤태

 검은 봉지를 마대자루에 담아 버렸다.
검은 봉지를 마대자루에 담아 버렸다. ⓒ 윤태

 담배꽁초, 과자 포장류, 스티로폼, 종이 등 잡다하게 섞여있는 쓰레기가 화장지 비닐 봉지안에 담겨 버려져있다.
담배꽁초, 과자 포장류, 스티로폼, 종이 등 잡다하게 섞여있는 쓰레기가 화장지 비닐 봉지안에 담겨 버려져있다.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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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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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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