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따사로운 햇살아래 바짝 다가선 가을을 느낀다.
▲ 벼가 익어가는 논 따사로운 햇살아래 바짝 다가선 가을을 느낀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물어물어 찾아가는 길

여수로 달리는 국도 17호선을 율촌에서 벗어나 산수리로 찾아 들어간다. 정확한 위치를 모르다 보니 가다가 보이는 분마다 물어본다. '앵무산 등산로가 어디예요?' 잘 가르쳐 준 것 같은데 막상 시골길에 들어서면 헤매기 마련이다. 마을을 보고 가다 보니 막다른 길에 부딪치고, 좁은 농로 길을 진땀 흘리며 되돌아 나온다.

앵무산(418m)은 여수반도로 내려가는 길에 순천과 여수를 경계 짓는 산이다. 그리 유명한 명산은 아니지만, 잠깐 올라갔다 오기에는 좋은 산이다. 주 등산로도 천황산~곡고산~앵무산으로 넘어간다. 오늘은 여수 쪽 율촌면 산수리에서 올라가기로 하였다.

고인돌 크기가 엄청나다.
▲ 왕바위재 고인돌 고인돌 크기가 엄청나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등산로 찾는데 한참을 헤매고 있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니 근처에 고인돌이나 보고 가자고 길을 물어 찾아갔다. 산 아래 밭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길옆으로 커다란 고인돌과 소나무가 어울려 멋들어진 풍경을 만들어 준다. 야트막한 재는 왕바위재라는 이름이 붙었다. 왕바위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일 큰 것은 길이가 8.6m나 된다고 한다.

정겨운 시골 풍경

다시 돌아 나와 마을앞 공터에서 고추말리는 할머니에게 길을 물어, 앵무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댔다. 산 아래 논밭에는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누런빛이 옅게 번져나가는 만큼 풍요로운 느낌이다. 벼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논 가운데에는 농부가 열심히 피를 뽑느라 허리를 숙이고 있다.

"어 벼가 까맣네."
"병들었는 갑다."
"병들었는데 이렇게 놔둬?"

벼가 익어가는 논 중에는 까만 벼가 있다. 처음 보았을 때는 병이 든 것 같지만, 논 전체가 까만 벼이삭을 달고 있는 게 이상하다. 벼 한 알을 까보니 까만 쌀이 나온다. 먹어보니 달다. 이게 밥에 석어먹은 까만쌀인가 보다.

벼 껍찔까지도 까맣다.
▲ 까만쌀 벼 껍찔까지도 까맣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누런 소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축사는 소똥 냄새가 심하게 난다. 하지만 의외로 안은 깨끗하다. 한우 농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소는 혼자 키우기 적당한 열 마리 내외. 트랙터 한대. 한쪽에 가지런히 쌓아놓은 볏짚. 이렇게 깨끗하게 키워지는 소는 수입소와 구별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조금 비싸다고 해도 우리소를 먹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칡꽃 향기 맡으며

축사를 지나 시멘트 포장길을 걸어 올라간다. 달콤한 향이 코끝을 지나간다. '어! 많이 맡아온 향인데.' 주변을 둘러보니 눈을 사로잡는 붉은 꽃 뭉치. 칡꽃이다. 온통 엉클어지고 주변을 덮어버리는 덩굴 속에서 존재를 나타내듯 피는 꽃. 수줍은 듯 붉은 얼굴에 노란 웃음을 감추고 있는 칡꽃은 진향 향기를 뿜어낸다.

달콤한 향기가 진하게 코끝을 스친다.
▲ 칡꽃 달콤한 향기가 진하게 코끝을 스친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 두 갈래의 길을 만나고 반듯한 길로 올라가니 숲길로 이어진다. 아카시아 나무가 큰 키를 자랑하듯 서 있다. 하얗게 쏟아지는 아카시아 꽃비가 그리워진다. 400미터정도 낮은 산이지만 숲은 상당히 깊다. 30분쯤 쉬엄쉬엄 올라서니 앵무산재라는 표지판을 만난다. 왼쪽으로 앵무산, 오른쪽으로 곡고산이라고 알려준다.

상사화처럼 잎따로 꽃따로 피는 꽃이다.
▲ 무릇 상사화처럼 잎따로 꽃따로 피는 꽃이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앵무산 쪽으로 길을 잡고 올라서니 산길이 너무나 좋다. 산길은 잘 정비되어 둘이 걷기에 충분하다. 키 큰 소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은 시원하다.

숲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바다 풍경이 감칠맛 난다. 꽃이 귀해진 산길은 무릇이 반겨주고 있다. 여름 내내 고생했던 잎들은 떠나보내고 긴 꽃대를 세우더니 아래서부터 꽃을 터트리듯 피어난다.

산길은 정상으로 바로 났는데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면 정상인 것 같더니 몇 번을 더 가라고 한다. 낮은 산이라고 쉽게 봐서 그런지 조금 힘들어 진다.

넓은 바위가 나오고, 바위에서 쉬고 있는 오붓한 가족들은 힘들게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알려준다.

앵무산재에서 30여분. 소나무 숲길이 끝나는 곳으로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이다. 정상 표지석엔 343m라고 표기되어 있다. 표지석이 잘못된다고 하더니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한 번 만들면 고치기 힘든가 보다. 만들 때 잘 만들자.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과 이사천, 그리고 해룡천이 수로처럼 보인다.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과 이사천, 그리고 해룡천이 수로처럼 보인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순천만이 내려다 보인다.
▲ 앵무산 정상 순천만이 내려다 보인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양쪽으로 보이는 바다

정상은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해서 조망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남으로 밀려 내려가는 여수지맥의 산들이 바다를 가르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다. 양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참 재미있는 곳이다.

한쪽은 개발이 한창이라 매립된 땅들이 주인을 기다리듯 알몸을 보이고 있다. 그 옆으로 그것도 부족했는지 또 다른 매립이 진행 중이다. 율촌산업단지다. 바다를 건너면 줄줄이 서있는 컨테이너부두 크레인이 배를 기다리듯 목을 길게 빼고서 서 있다. 쭉 따라 올라가면 광양제철소, 빙 들러서 여수석유화학단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매립지와 컨테이너크레인 그리고 광양제철소가 보인다.
▲ 광양만 매립지와 컨테이너크레인 그리고 광양제철소가 보인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은빛물결과 칠면초로 덮여가는 갯벌
▲ 순천만 은빛물결과 칠면초로 덮여가는 갯벌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다른 한쪽으로는 순천만의 둥글둥글한 갈대섬이 보이고 칠면초의 붉은 융단이 갯벌을 덮어가고 있다. 순천만을 따라 내려간 물길에는 유람선이 열심히 달려 다니고, 햇살에 반사되는 은빛물결은 꿈속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래로 더 내려가면 보성 장도와 여자도가 바다에 떠 있다가, 남으로 달려 내려가는 여수반도와 만난다.

정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을 따사로운 햇살이 자꾸만 졸음을 몰고 온다. 나른한 오후. 평온함을 느낀다. 가을을 알리는 노란 마타리꽃에 놀러온 물결나비가 행복하게 보인다.

기다란 줄기 끝에 노랗게 모여 피는 마타리꽃과 물결무늬가 있는 물결나비
▲ 물결나비와 마타리 기다란 줄기 끝에 노랗게 모여 피는 마타리꽃과 물결무늬가 있는 물결나비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여수 산수리 가는 길 : 순천에서 여수가는 길(17반 국도)에 율촌에서 상봉가는 길로 빠져나와 산수리 표지판을 보고 들어가면 됩니다. 순천시내에서 버스도 다닙니다. 산수리에서 앵무산 산행은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태그:#앵무산, #순천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