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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칭다오에도 바다가 있어.”

최근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많아 ‘마음도 정리할 겸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고 중국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온 답 문자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중국 칭다오는 여름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로 놀러오는 도시였다. 그런데 벌써 이곳에서 2년이나 살다 보니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지냈었나 보다.

남들은 일부러 시간도 들이고 돈도 들여오는 곳인데 정작 살고 있으면서 칭다오를 제대로 여행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심란한 마음도 정리할 겸 이 기회에 칭다오를 제대로 한 번 여행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칭다오를 여행하기로 굳게 마음먹고 한 발 내밀자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다소 막막했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내가 만약 여행객을 안내하는 가이드라면, 어떻게 여행을 시작했을까? 중국 칭다오에 오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 와야 하니 당연히 자동차를 타고 올 수는 없다. 그렇다면 비행기나 배를 타고 온다는 얘기인데 비행기를 타고 온 경우를 가정해 여행을 계획해보기로 했다.

일단 비행기를 타고 중국 칭다오에 왔다는 가정 하에 시작하는 여행이니 당연히 여행의 출발점은 칭다오에 있는 공항이었다. 일단 공항으로 가자. 자, 공항에 왔다. 이제 막 공항에서 내린 여행객이라면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먼 외국까지 나왔으니 당일 여행 계획으로 오는 사람은 없을테고, 그렇다면 대부분 며칠간 중국에 머물고 갈테니 숙소를 정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겠다. 다행히도 공항 주변에는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여관이나 호텔 등이 참 많다.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지친 몸을 빨리 쉬게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항이 시내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향후 여행을 하는 데는 다소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관광지는 공항 주변보다 시내 주변에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도착 첫 날은 공항 주변보다 일단 시내로 나가 숙소를 잡는 것이 좋겠다. 자, 이제 시내로 나가는 일이 남았는데 어떻게 나갈까?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택시를 타는 것이다. 공항 1층에 가면 택시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므로 금방 택시를 탈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택시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 일단 시내까지 넉넉잡아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택시를 타고 가겠다는 것은 어느 정도 여행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갖고 왔다는 얘기이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기본요금이 싼 택시를 타기를 권한다.

사진 속처럼 빨간색이면 기본 요금이 10원이고, 파란색이면 기본 요금이 7원이다.
▲ 택시 요금 확인법 사진 속처럼 빨간색이면 기본 요금이 10원이고, 파란색이면 기본 요금이 7원이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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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에 볼 수 있는 택시는 기본요금이 7원인 것과 기본요금이 10원인 두 종류다. 구분도 매우 쉽다. 기본요금 7원인 택시는 뒤쪽 창문에 파란색으로 요금이 7원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기본요금 10원인 택시는 빨간색으로 요금이 표시되어 있다. 기본요금 10원인 택시는 2년간 칭다오에 살면서 길거리에서는 그리 자주 보지 못했는데, 공항에서는 꽤 자주 봤다.

때문에 공항에서 택시 뒤쪽 창문에 붙어있는 요금표를 확인하지 않고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 더 비싼 택시를 무심결에 타는 경우도 있으니 꼭 확인하기를 바란다. 그 차이를 쉽게 예를 들어보면 공항에서 필자가 살고 있는 집까지 기본요금 7원인 택시를 탔을 때 12~13원 정도 나오는데, 기본요금 10원인 택시를 타면 20원이 넘게 나온다.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승객의 부담은 커지는 것이 당연하니 택시 타기 전에 피곤하더라도 요금표를 확인해볼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자, 그런데 방학을 맞아 온 학생들이나 적은 예산으로 많은 곳을 구경하고 싶은 여행객들의 입장에서는 무턱대고 택시를 타고 다니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버스를 타면 된다. 1층 3번 문 앞에 버스표를 파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까르푸 가는 표를 달라'고 하면 된다.

중국어를 모르면 그냥 '家乐福(찌아르푸)'라고만 해도 알아서 표를 끊어준다. 원래 중국어로 찌아르푸라고 발음해야 하지만 워낙 우리나라 사람이 칭다오에 많이 살아서인지 그냥 '까르푸'라고 해도 신기하게도 알아듣는다(몇 번 실험해봤다).

한 장에 15원이며 매시 정각과 매시 30분마다 버스가 운행한다. 시내까지 소요시간은 약 1시간
▲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표 파는 곳 한 장에 15원이며 매시 정각과 매시 30분마다 버스가 운행한다. 시내까지 소요시간은 약 1시간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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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표 가격은 15원이고 매시 정각과 매시 30분에 출발한다. 택시가 시내까지 가는데 목적지에 따라 최소 50원에서 많게는 80원까지 나온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택시를 타고 가는 것에 비해 확실히 적지 않은 돈을 아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버스 내부도 우리나라 고속버스와 비슷하고 여름에는 에어컨도 틀어주어 시원하고 편하게 시내까지 갈 수 있다. 버스가 갖고 있는 단점이라면 출발 시간을 잘못 맞추면 다음 출발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과 여름이나 주말 등에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정도이다.

비교적 깨끗하고 편리하다
▲ 공항 버스 내부 비교적 깨끗하고 편리하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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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택시나 버스나 둘 중 하나는 탔을테니 시내로 한 번 떠나보자. 시내까지 가는 도중에 우리나라 말로 된 간판을 자주 볼 수 있다. 워낙 칭다오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살고, 특히 공항 주변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운 공장들이 많아 한국 식당이나 찜질방, 노래방 등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어쩔 때는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 다른 도시에 놀러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쭉쭉 시내를 향해 가다보면 처음에는 낡은 집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다 높은 건물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면 시내가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택시를 타고 간 여행객들은 자신이 원하던 목적지까지 직행했을테니, 버스를 타고 온 여행객을 기준으로 시내에 도착한 후 여행 계획을 잡아보자.

버스가 까르푸에 도착하면 안내원이 ‘찌아르푸’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내리라고 말해준다. 공항에서 버스를 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이니 중국어를 몰라도 눈치껏 짐작하여 내릴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니 ‘까르푸’냐고 안내원에게 한 번 더 물어보고 내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겠다.

‘浮山所'

공항버스에서 내리면 버스 정류장인데 버스 정류장 위에 위와 같은 글씨가 써져 있다면 제대로 내린 것이 확실하니 마음을 푹 놓아도 된다. 제대로 내렸으니 앞을 한 번 보자. 앞을 보면 높게 솟은 두 건물이 있고, 바로 앞쪽에는 까르푸가 있다.

공항 버스에서 내리면 보이는 전경이다.
▲ 까르푸 공항 버스에서 내리면 보이는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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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많이 고프면 조금만 앞으로 걸어가면 KFC와 '永和大王'(입이 까다로운 편이라면 이곳보다는 KFC를 권하겠다. 가격도 괜찮고 파는 음식도 개인적으로는 별 무리없이 먹으나 사람에 따라 거북한 느낌을 갖는 경우도 있다)이라는 곳에 가서 간단한 식사를 해도 좋다.

배를 채웠으면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앞으로 쭉 걸어가 보자. 걷다 보면 ‘华夏银行'이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아래로 내려가면 쇼핑을 할 수 있는 상점들이 있다. 시간이 있으면 잠시 둘러보아도 괜찮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반가운 것은 내려가다 보면 옆 벽에 박지성이 활약하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 사진이 걸려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박지성 선수 사진은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박지성 사진은 없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진 안타깝게도 박지성 사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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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면 중국 시정부가 보이고 거기서 또 걷다 보면 상그리아 호텔이 보인다. 이 곳에 묵으라고 권하는 것이냐고? 아니, 무슨 말씀을. 카운터에 물어보니 기본 방이 1400원 정도 하고 정말 좋고 무지하게 큰 방은 2300원 정도한단다(2008년 9월 8일 기준). 요새 중국 돈 1원을 사려면 우리나라 돈이 160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절대 싼 편은 아니다. 아니 비싸다. 여행 사이트 도움을 받으면 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방을 잡을 수 있는데 어찌 이곳에 방을 잡으리라 권하겠는가. 

그런데 왜 이 곳까지 안내했냐고? 사실 필자가 이곳까지 여행객을 안내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곳에서 잠을 자기 위해서라기보다 화장실을 소개하고 싶어서이다. 요새 중국과 관련해 쓴 블로그 글들을 보면 칸막이 없는 중국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중국에 물론 그런 화장실들 있다. 아니 많다.

내부가 상당히 깨끗하다. 큰 일을 보는 곳도 칸막이 설치가 잘 되어있다.
▲ 상그리아 호텔 화장실 내부가 상당히 깨끗하다. 큰 일을 보는 곳도 칸막이 설치가 잘 되어있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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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만 보고 화장실에 예민한 여행객들이 중국 여행을 두려워할까 싶어 일부러 이곳까지 안내한 것이다. 비싸면 비싼 값을 한다고 이 호텔 1층 공용 화장실은 무척 깨끗하다. 당연히 칸막이도 다 되어 있다.

사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어느 곳에 가든 깨끗한 화장실을 좋아하기에 칭다오에 처음 와서도 깨끗한 화장실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한 것이고 필자처럼 화장실에 예민한 여행객을 위해서 기회가 되면 꼭 소개해주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화장실도 구경했으니 이제 호텔 밖으로 나서보자. 호텔에서 나와 왼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그리고 호텔 맞은 편 쪽에 피자헛과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에 다른 음식점도 있으니 아까 전에 식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 건물에서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붉은 색 조형물까지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 오사 광장이 눈 앞에 보인다. 붉은 색 조형물까지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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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 쪽으로 건너가서 좌회전을 해라. 그리고 앞으로 조금 걸어가다 보면 큰 광장이 나온다. 큰 광장에 들어가면 저 앞으로 붉은 색 조형물이 하나 보일 것이다. 그 곳이 바로 칭다오와 관련된 여행 글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5·4 광장이다. 자주 본 것이라고 무조건 5·4광장으로 돌격한다면 분명히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다.

-2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이글루스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태그:#칭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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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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