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거미줄이 붙잡은 이슬에 아프리카 봉선화가 맺혀있습니다.
▲ 아프리카 봉선화를 담고 있는 이슬 거미줄이 붙잡은 이슬에 아프리카 봉선화가 맺혀있습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있는 만큼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당신, 사랑을 담아 당신께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아도 난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가 담을 수 있는 만큼만 당신을 담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이슬방울 같아서 그 안에 담고 있는 것이 보인다면 겉모습에 치장하기 보다는 속내를 가꾸는 이들이 많아질 터인데. 천 길 물 속보다 보기 힘든 것이 한 길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마음을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진이가 없는 것 아니지만, 자물쇠로 꽁꽁 걸어 잠근 마음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프키라 봉선화의 빛깔을 담은 이슬
▲ 거미줄과 꽃 아프키라 봉선화의 빛깔을 담은 이슬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속 마음을 알고나면 더 좋아지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면서도 나는 끊임없이 네 속마음을 가꾸기보다는 겉모양을 가꾸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나의 한계를 본다는 것은 마음 쓰린 일입니다. 나의 죄를 본다는 것도, 내 안에 들어있는 분노와 폭력을 본다는 것도 마음 아픈 일입니다. 내가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그 사람보다도 더 나쁜 사람이 내 안에 있음을 발견하는 것도 마음 아픈일입니다. 그런 것들을 하나 둘 내 안에서 몰아낼 수 있을 때, 조금은 더 맑은 사람이 되는 것이겠지요.

지금보다 더 맑은 사람, 지금보다 더 넓은 사람, 지금보다 더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거듭남의 순간이 그에게 열려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거듭남이란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오지만 변하고 싶은 갈망도 없는 이에게까지 오는 것은 아닙니다.

샐비어 꽃 위 솜털에 맺힌 이슬
▲ 샐비어와 이슬 샐비어 꽃 위 솜털에 맺힌 이슬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샐비어, 이른 아침 꽃을 따서 빨아먹으면 혀끝에 녹아드는 꿀맛을 기억하시는지요? 아직도 혀에 그 기억이 남아있어 꿀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단맛도 사랑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세상에 널리 퍼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단맛은 설탕시럽에서나 느낄 수 있을만큼 우리의 몸은 자연이 주는 단맛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자연과 멀어진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를 행복하게 하던 수많은 단어들도 훼손이 되었고, 오염이 되었습니다. 시럽에 중독된 우리의 몸이 비만이라는 병에 걸리게 되었다면, 자연과 멀어진 삶을 사는 인간의 영혼은 소유욕에 중독이 되어버렸습니다.

민들레 씨앗에 맺힌 이슬이 불꽃놀이를 보는 듯하다.
▲ 민들레씨앗에 맺힌 이슬 민들레 씨앗에 맺힌 이슬이 불꽃놀이를 보는 듯하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민들레 씨앗, 그 작은 씨앗을 어디론가 여행하게 할 작은 솜털들에 맺힌 이슬방울이 이렇게 예쁜 줄 옛날에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제라도 볼 수 있는 눈이 뜨였다는 것이 고마울 뿐입니다.

그 자체로 신비롭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으로 신비롭고, 주변의 색깔을 모도 빨아들이는 듯한 흡인력으로 나를 빨아들이는 이슬방울을 바라보면 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맑아짐을 느낍니다. 맺혀있는 곳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이슬방울을 보면서 내가 서있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저 이슬 마르면 멀리 여행을 떠날 건가?
▲ 민들레씨앗에 맺힌 이슬 저 이슬 마르면 멀리 여행을 떠날 건가?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하루에 한 번쯤은, 아니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그것도 힘들다면 한 달에 한 번쯤은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들 안에서 그들이 주는 소리를 듣고, 그들이 손을 내밀어 우리의 몸을 어루만질 수 있도록 내 맡겨야 합니다. 우리의 몸이 자연 속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영혼도 맑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연 속에서 그 일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자연과 자연은 서로 소통하기 때문이지요.

따스한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을까요? 바라볼 수록 아름다운 이슬 속의 세상, 많은 분들이 그 세상을 바라보며 세파에 찌든 마음을 씻고, 혼탁해진 마음을 맑게 다스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