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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

 

생명과 평화의 발걸음이 드디어 서울에 입성했다. 경쟁, 개발, 성장 등이 기본적인 과제인 양 이뤄지고 있는 서울에서 생명평화의 뜻은 과연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의 '서울과 한반도의 생명평화를 기원하는 서울순례 100일' 시작을 알리는 '여는 마당'이 5일 밤 서울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 공연장에서 열렸다. 공연장은 학생들부터 주부, 목사님에 이르기까지 순례단의 서울 여정을 축하하고 격려해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자리가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12월 13일까지 이뤄지는 '서울 순례 100일'

 

잔잔히 흐르던 음악 소리가 작아지고, 조명이 무대 한가운데를 비췄다. 이윽고 마당의 첫 순서로 황대권 생명평화결사 부위원장의 순례단 경과보고 및 서울 순례 계획이 이어졌다.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은 2004년 3월 1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 서울을 제외한 전국을 5년 동안 순례했다. 올해는 '한반도 대운하 문제'가 사회의 중심현안이 되면서 탁발순례를 미루고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강순례에 함께 했다. 그리고 5월 24일 강순례가 끝나고 5월 30일 여주 남한강변에서 경기·인천 순례를 시작했다."

 

순례단이 지금까지 2만 9천여 리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마을주민, 어린이와 청소년, 농민, 읍·면·시장·군수 등 자치단체장, 각 종교의 성직자들과 신자 등으로 6만 3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성별, 나이, 직업을 떠나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여 생명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평화 서약운동이 이제 서울에서 시작된다. 6일부터 오는 12월 13일까지 진행되는 서울 순례는 수도이자 대도시라는 특성을 가진 지역으로서 서울의 삶을 돌아보는 지역 순례와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를 염원하는 사회적 대화로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참된 가치는 무엇?

 

황 부위원장의 발언이 끝나고 무대의 조명이 하나둘 꺼졌다. 텅 빈 무대로 '길에서 꽃을 줍다'는 영상의 빛이 쏟아졌다.

 

"평화를 위한 전쟁, 종교, 정책. 행복을 위한 개발, 성장, 돈, 승리. 우리는 평화라는 명분 아래 싸워왔다. 그래서 평화로워졌나? 경쟁에서 승리해서 행복해졌는가?"

 

영상은 관중에게 살아가는 데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었다.

 

국민 모두가 개발과 성장을 구호 삼아 노력하여, 생활이 편리해졌고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왜' 행복하지 않은가. 이유는 생명위기와 공동체 붕괴에 있음을 영상은 전한다.

 

이어 전경옥 생명평화결사 문화위원(가수)의 '더불어 숲'이라는 노래가 공연장에 흘렀다. '우리가 더불어 평화가 되자'는 가사는 생명평화를 전하고 함께 이어가게 하는 순례단의 역할을 표현하는 듯했다.

 

그리고 모든 생물의 보금자리인 강이 깨끗하게 보존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른 '힘내라 맑은 물'이라는 노래에서, '흐린 물줄기 이따금 만나도 피하지 말고 뒤엉켜가거라'는 가사를 관중과 함께 불러 노랫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대화와 경청의 자세를 갖겠습니다"

 

노랫소리가 메아리처럼 귓가를 맴돌 때 무대의 조명이 사회자 박경호(방송인)에게 비춰진다. 사회자는 "우리는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고 한 적 없다"며 "우리는 그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천만장자고 억만장자이다"고 말했고 관중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골프장,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으로 속살이 파헤쳐지고 있는 산하와 점점 더 확장되는 콘크리트 도시들은 대중들이 원한 것이 아니다. 문을 닫는 공장들, 실업 증가, 양극화 심화, 언론 장악, 잠잠하던 대운하까지. 대중들이 원하던 바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도 개발, 힘, 경쟁, 독점 등의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원축복 발언에서 김경재 목사는 "생명평화서약문을 보면 셋째에 '대화와 경청의 자세를 갖겠습니다'라는 말이 있다"며 "대중들이 정부에 경청과 대화를 요청하지만, 이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사회에 대화와 경청의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곽금순(도봉구·주부)씨는 "정부가 대중들에게 안정은 주지 못하고 경쟁심과 불안만 증가시킨 상황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며 "지역 간의 소통을 통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메시지가 소통과 배려가 적은 서울 지역에 만연하게 퍼졌으면 좋겠다"며 "서울 순례의 마침표를 찍을 때 서울 곳곳의 사람들이 생명평화에 대한 공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당신이 있어 제가 있습니다"

 

마이크를 이어 받은 이병철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은 관중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옆 사람과 손을 잡아보세요"라고 말했다. 관중석은 의아해하며 웅성거렸다. 그리고 이어서 옆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이렇게 이야기하라고 전했다.

 

"당신이 있어 제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관중들은 쑥스러운 듯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이내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이 생명의 가치를 존중할 때 세상이 생명을 아낀다"고 강조했다.

 

여는 마당이 끝나갈 때쯤 순례단이 무대로 올라왔다. 양호봉 생명평화결사 기획위원장은 순례하면서 절을 배웠다며 신발을 벗고 절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 8명의 순례단원들이 차례로 '잘 걷겠습니다'라는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도법스님의 말이 이어졌다.

 

"탁발순례를 처음 시작했을 때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하는 마음으로 떠났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함께 하는 '등불'들이 있어 마음이 여유롭고 넉넉해진다. 정부의 행동에 이러한 여유와 희망이 없어지지만, 자신이 희망적인 사고를 가지고 삶을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도법스님의 말을 끝으로 인사를 마친 10명의 순례단원들에게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수 소리는 서울의 '등불'들을 만나러 가는 100일의 여정이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그 여정에 불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주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우리의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여는 마당의 마지막 공연으로 김원중 생명평화결사 홍보대사(가수)의 노래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와 '직녀에게'가 이어졌다. 김 홍보대사는 "순례단에게 '저렇게 걸어서 무슨 세상이 바뀔까'라는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며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다름 아닌 '희망'이다"고 노래의 부연 설명을 했다.

 

그의 열정적인 무대를 마지막으로 여는 마당은 마무리됐다. 이후 공연장 밖에서 바로 이어진 '생명평화 100대 서원 촛불명상'을 통해 '촛불'의 열기가 다시 피어올랐다. 서언문에 따라 절을 하지는 않았지만, 마이크를 돌려가며 각자의 염원을 이야기했다. 각자 초를 들고 원으로 둘러서서 있는 모습은 각자의 염원을 담은 촛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6일 늦은 7시 서울 희망제작소에서 '시민사회단체, 종교계과의 간담회'가 있으며 7일 이른 9시부터는 '한강에 감사하며 걷기'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서울 순례는 주말행사 이후 8일 강동구와 송파구를 시작으로 일정이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 정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생명평화탁발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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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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