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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의원 일탈사례 보고대회가 5일 충북 충주시 새마을회관에서 충주 범시민대책회의, 민노당 충북도당, 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지방의회 의원 일탈사례 보고대회가 5일 충북 충주시 새마을회관에서 충주 범시민대책회의, 민노당 충북도당, 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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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의원들이 지난 5월 12일부터 7일간 동남아로 국외연수를 갔다가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내사 종결했다. 이에 반발한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주민소환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와 맞물려 5일 충주시 새마을금고에서 시의원 향락성 외유 사태 해결을 위한 충주 범시민대책회의와 민주노동당 충북도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 충북참여자치 시민연대 등이 주관한 '지방의원들의 일탈사례 보고회'가 8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KBS 시사투나잇 김명숙 PD가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 시사투나잇 김명숙 PD가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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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충주시의원 해외연수 성매매 의혹을 밀착 취재해 최초로 보도한 KBS <시사투나잇> 김명숙 PD가 보고자로 나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또한 참석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기도 했다.

김 PD는 당시 상황을 담담하고 구체적으로 펼쳐 보였다. 간간히 쓴웃음을 보였지만 26분간 진행된 상황소개와 문답시간동안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성매매 의혹 시의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경찰에 대한 불신을 읽을 수 있었다.

아래는 김 PD가 밝힌 취재 동기와 5박 6일 동안 충주시 의원들을 밀착 취재하며 자신이 보고 직접 확인한 내용을 이날 소개한 내용이다.

"지방의회 의회들 해외연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고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시사투나잇에서 도대체 시의원들이 해외에 나가서 어떤 일정으로 무슨 연수를 수행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그래서 따라나섰는데 몰래 따라다녔다. 따라 다니느라 굉장히 힘들었다.(쓴웃음)"

이번 취재가 결코 쉽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충주시 의원들은 중국과 홍콩을 거쳐서 방콕에 도착했다. 오전에 왕궁과 수상가옥과 배를 타고 관광한 후 오후 1시에 태국관광청을 방문했다. 이곳은 이번 연수에 우호교류 협력을 위한 주요 일정이라고 일정표에 굵은 글씨로 표기를 해놨던 곳이다.

그런데 밖에서 기다리는데 30분도 안돼서 의원들이 나왔다. 손에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무슨 중요한 자료일까 안에 들어가 봤더니 로비에 구비돼 있는 누구나 가져 올 수 있는 안내 책자였다. 협력 논의를 위한 통역사조차도 그 자리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관광청 방문일정은 (충주에서) 출발 3일 전에야 확정된 걸로 안다.

시의원들은 서둘러 파타야로 향했고 주로 일정표에 표시되지 않은 일정들이 진행됐다. 도착 첫날 저녁에 8시부터 9시 30분까지 트렌스젠더 쇼인 알카자쇼를 관람하고 숙소로 돌아온 의원들은 1시간쯤 후에 숙소에서 나와 가라오케로 향했다.

그곳에서 현지 여자도우미들과 술을 마셨다. 그곳은 원한다면 2차까지 가능한 곳이란 걸 현지인들에게 확인했다. 그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문을 열면 우리를 보지 않을까 싶어 사실 굉장히 떨렸다. 문을 열고 취재진이 촬영을 하는데도 인지를 못했다. 그 열기 굉장히 뜨거웠다. 그 열기가….

새벽 1시경 4명의 의원이 4명의 현지 여성 도우미들과 가라오케를 나오는 것이 카메라에 담겼다. (이들은) 모텔로 향했고 1층 카운터에서 인원수대로 칫솔과 방열쇠를 받아들고 돈을 치르는 모습도 목격했다.

의원들은 그 이후(성매매 의혹이 불거지자) 그곳이 술집인줄 알고 들어갔다든가 들어와서 보니 생각한 곳 아니어서 불같이 화를 내고 나왔다고 해명했다. 보도를 보면 알겠지만 그런 모습들과는 상이한 모습이 연출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KBS 시사투나잇 김명숙 PD가 지방의회 의원 일탈사례 보고회에서 자신이 보고 직접 확인한 충주시의원들의 행적을 소개하고 있다.
 KBS 시사투나잇 김명숙 PD가 지방의회 의원 일탈사례 보고회에서 자신이 보고 직접 확인한 충주시의원들의 행적을 소개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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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아침 일정표대로라면 파타야 재래시장을 방문할 시간이었는데 재래시장에서 의원들을 기다렸지만 의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파타야의 대표 휴양지로 알려진 산호섬으로 20분간 배를 타고 가 봤더니 일부 의원들이 있었다. 전부는 아니고 일부의원들을 볼 수 있었다.

재래시장 방문은 낙후된 충주의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방문한다고 얘기했었다. 결국 의원들이 선택한 곳은 산호비치였다. 일정 마지막 날 황병주 의장을 만나 왜 재래시장 안가고 산호섬을 갔냐고 묻자 황 의장은 "충주에도 강이 있기 때문에 재래시장보다는 물이 있는 산호섬을 택했다"고 했다.

마지막 방문국은 싱가포르였다. 그곳에도 주요 방문 일정이 굵은 글씨로 표시돼 있었다. 싱가포르 도시개발전시관이 주요일정이었는데 취재한 바로는 모든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미리 신경 써서 공문만 보냈으면 그 기관 책임자로부터 전문화되고 맞춤화된 설명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의원들은 이곳에서도 10분만에 나왔다.

별도 설명자료 없이 여행가이드가 간단한 설명만 하는 것을 목격했다. 일정은 이랬는데 충주시의회가 내세운 연수 목적은 거창했다. 외국의 선진도시를 방문해 우호증진하고 교류협력을 활성화 하겠다, 주요시설을 시찰해 지역발전방향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의원들 6박7일 일정 중 5박6일 지켜봤는데 그동안 지켜본 모습은 그런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굵은 글씨 공식일정은 10분 정도 길어야 30분 정도였고 아예 방문조차 안한 곳도 있다. 일반 관광객들이 패키지 관광 가는 것과 차이 없었다.

가라오케와 모텔출입 등 윤리적 비난 피할 수 없는 그런 행동까지도 자행하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연수비용이다. 관광도 연수의 일환이다, 아주 틀린 말 아니다. 하지만 그 비용이 고스란히 주민들의 세금이기 때문에 문제다. 자기 돈 가지고 가면 누가 뭐라나. 요즘같이 경기 안 좋은 상황에서 세금으로 그런 연수일정 수행이 문제다."

지방의회 의원 일탈사례 보고대회가 5일 충북 충주시 새마을회관에서 충주 범시민대책회의, 민노당 충북도당, 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지방의회 의원 일탈사례 보고대회가 5일 충북 충주시 새마을회관에서 충주 범시민대책회의, 민노당 충북도당, 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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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시간도 있었다. "(PD가)남자인줄 알았는데 여자네"라며 말을 꺼낸 70대 남성이 "방에까지 들어가서 주요 장면을 촬영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 PD는"수사를 하러 간 것 아니고 취재를 위해 갔다"며 "(의원들이) 들어가기까지 카운터에서 3~5분 정도 있었는데 충분히 정황 근거가 된다고 생각했고, 만약에 문을 열었으면 하는 상상도 해봤지만 다시 가더라도 그 부분은 고민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경찰의 무혐의 처리 어떻게 생각하나"고 질문하자 "경찰은 보도가 나가고 한 달이 지난 후에야 태국현지로 수사를 한다고 떠났다"며 "그리고는 증거확보에 실패했다면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며 경찰의 늑장 수사를 꼬집었다.

김 PD는 이어 "(경찰이) 현지에 가서 도우미들을 만났다. 도우미들 말이 의원과 함께 들어갔는데 남자친구가 불러서 나왔다가 남자친구와 도망갔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현지 도우미의 말과, 자신은 아무 일 없었다는 의원들의 말만으로 수사결론이 났다. 수사진행상황과 전황을 살펴볼 때 경찰 수사의지와 진행 과정은 크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씁쓸해 했다.

김 PD는 "일단 무혐의로 수사가 종결됐지만 상식선에서 공분을 자아내 도덕적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시민들의 행동(주민소환)이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답해 시민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김 PD는 30대 남성에게서 "경찰수사과정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방송나간 후 담당형사와 몇 차례 통화했지만 참고인 조사는 받지 않았다"며 "만나보고 싶다는 말을 한 차례 들은 적 있는데 보통 취재언론인이 참고인으로 조사받는 것은 흔한 상황이 아니며 전화상으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시민들과 질의 응답을 마친 김 PD에게 다가가 "오늘자 <경향신문>에 시사투나잇 정리와 관련된 기사가 살렸다"고 하자 "보지 못했지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맘에 안드는 프로 없애겠다는 얘기는 그전부터 나왔던 얘기"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전해 들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지방의회 의원 일탈사례 보고대회가 5일 충북 충주시 새마을회관에서 충주 범시민대책회의, 민노당 충북도당, 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지방의회 의원 일탈사례 보고대회가 5일 충북 충주시 새마을회관에서 충주 범시민대책회의, 민노당 충북도당, 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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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2번째 보고자로 나선 김현기 전국공무원노조 부정부패추방충북본부장은 "공무원노조가 생기고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분야를 꿰뚫고 있는 공무원으로 구성된 공무원노조가 활성화되면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말했다.

지방의원 일탈사례 보고회가 끝나고 주민소환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시의원들의 주민소환을 이끌어낸 경기도 하남시주민대책위 양해용 위원장과 간담회가 진행됐다. 양 위원장은 "높은 산을 보고 오르면 힘들지만 산에 들어가 나무 하나하나를 짚어 가며 오르면 어느새 정상"이라며 "비록 주민소환이 힘들지만 마음과 정성을 모으면 가능할 일"이라고 격려했다.

'주민소환을 위한 충주 범시민 대책회의'는 지난 7월초 경찰이 시의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뒤 다소 주춤했던 주민소환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화영 기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 소속 공무원입니다.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충주시의원, #성매매, #시사투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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