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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첫방송하는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이 괴팍한 지휘자를 맡았다.
 10일 첫방송하는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이 괴팍한 지휘자를 맡았다.
ⓒ 김종학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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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합니다."

공연을 10분 앞두고 이 오케스트라 지휘를 못하겠다는 말에 연주자 대기실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애걸복걸하는 남자에게 지휘자 강마에(김명민 분)가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선생님! 딱 한 번만요. (시계를 보며) 10분 전, 아니 공연 9분 전이에요."

초침을 보며 무대로 나가달라고 애걸하는 남자에게 지휘자 강마에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한다.

"연습이 덜 됐습니다. 아니, 연습을 해도 여기 오케스트라 수준이 못 됩니다. 오늘 연주할 곡이 누구 건지 아십니까? 브람스입니다. 저 나중에 죽어서 천국 가면 그 사람 볼 텐데, 미안해서 고개 못 듭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마에는 벌떡 일어나 대기실을 휙 나가버린다.

오는 10일 시작하는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한 장면이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평범한 사람들이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공연다운 공연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다.

그 가운데 지휘자 강마에(김명민)가 있다. 이 장면으로 지휘자 강건우(일명 강마에)의 모든 게 설명된다. 공연 9분을 남기고도 만족스러운 공연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관객이 기다리건 말건 과감히 공연도 접고 나가버리는 인물. 김명민이 연기하는 지휘자 강마에는 그런 사람이다. 오죽하면 별명이 '오케스트라 킬러'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가리지 않는 직설로 단원들을 몰아세우는 탓에 그가 지휘를 맡는 족족 순식간에 단원들이 도망가고 오케스트라가 깨진다. 그런 그가 새 오케스트라, 그것도 프로들이 아니라 갖가지 사연을 지닌 인간 군상들이 뭉친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김명민, 차가운 의사에서 괴팍한 지휘자로 변신

<하얀거탑> 장준혁. 그가 이번엔 지휘에 미친 지휘자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로 돌아온다. <하얀거탑>에서 의사더니, 이번엔 지휘자다. <하얀거탑>에서 그는 차갑지만 권모술수에 능한 장준혁을 연기했다. 의사처럼 능숙하던 메스질 만큼이나 예리한 메스로 도리는 듯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가 다른 인물로 변신했다.

김명민, 장근석, 이지아 주연을 맡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제작발표회가 성남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김명민, 장근석, 이지아 주연을 맡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제작발표회가 성남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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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가 지휘봉으로 바뀐 것만이 아니다. 몇 신만 봐도 그에게서 장준혁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항상 앞뒤 재고 이익에 따라 자로 잰 듯 움직이던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달리 강마에는 강렬하다.

말엔 거침이 없고, 어디로 튈지 모르게 괴팍하다. 말투도 항상 빈정거림이 꿈틀대는 듯 독특한 말투에, 걸을 때도 자신만만함이 넘치다 못해 왠지 '천상천하 유아독존' 분위기를 뭉근히 풍긴다. 기대감에 넘쳐 마지막 희망인 자신을 바라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강마에가 "전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여러분들끼리 잘 해보세요"라며 일체의 망설임 없이 말할 때, 장준혁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뿐 아니다. 지휘자 연기가 아니라 그는 지휘자로 직접 변신했다. 지휘자 서희태에게 무려 5개월이나 피나는 지휘 훈련을 받았다. 그 훈련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4일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그는 "처음엔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난 왜 이렇게 어려운 역할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얀거탑> 때도 그는 고생을 사서 한 걸로 유명하다.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 무수히 꿰매는 수술 장면을 연습한 게 화제가 됐다. 그런 노력은 드라마에서 빛을 발했다. <하얀거탑>에서 수술하는 손은 대역이 아니었고, 그의 손은 의사처럼 메스를 능숙하게 휘둘렀다. 그래서였을까? 다른 장면에서도 그는 의사를 연기하는 배우이기보다 그냥 외과의사로 보였다. 그때를 떠올리며 김명민이 말했다. 

"<하얀거탑>에서 메스 잡을 땐 의사가 굉장히 어렵다, 이 이상 어려운 역할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휘자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차라리 의사가 쉬운 것 같다."

쉽지 않은 지휘자 역을 진짜 지휘자처럼 해내기 위해 그가 5개월이나 지휘 훈련을 받은 게 그냥 받은 게 아니었고, 그 훈련이 설렁설렁 지휘봉을 휘두르는 흉내 내기가 아니었음이 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증명됐다.

김명민, 진짜 지휘봉을 잡다

4일 오후 2시 성남 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베토벤 바이러스> 제작발표회는 '베토벤 바이러스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와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실황으로 시작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예술 감독을 맡은 지휘자 서희태와 더불어 김명민도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기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팬들을 초대한 정식 무대에서 김명민은 영화 <미션> 주제곡으로 유명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5번'을 진짜로 지휘석에 서서 지휘했다. 지휘석에 선 그는 이미 배우가 아니었다. 그대로 지휘자였다.

그가 휘두르는 지휘봉은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힘차게 때론 부드럽게 움직였다. 한 치 어색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어설픈 흉내나 내는 허투루 만든 음악 드라마가 아니리란 걸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은 괴팍한 지휘자로 변한다.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은 괴팍한 지휘자로 변한다.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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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베토벤 바이러스>는 급작스레 꾸려진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이야기다. 오케스트라이니만큼 출연자는 적지 않다. 전직 바이올리니스트였으나 병 때문에 그만두고 9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두루미(이지아 분)에게 어느 날 문득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팀을 꾸릴 특명이 떨어진다. 그가 어느 날 문득 낸 도시 홍보 기획안이 채택돼서다. 일명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만들기다. 이 오케스트라에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여든다.

경찰이었지만 '욱'하는 성격에 사고치고 경찰에서 잘린 뒤 호기심 삼아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절대음감 천재 트럼펫 연주자 강건우(장근석 분), 서울시향에서 정년퇴직한 65살 오보에 연주자(이순재 분), 가정주부 첼로리스트(송옥숙 분), 카바레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박철민 분) 같은 이들이 단원이다. 이들을 뭉쳐 만든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강마에가 귀국한다. 실력에 한 없이 냉정하고 '오케스트라 킬러'인 그가 이들을 데리고 오케스트라다운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공연을 성사시킬 수 있을까?

이 드라마를 만든 이재규 PD는 <베토벤 바이러스>에 대해 "베토벤은 음악, 꿈, 행복 이런 걸 말하는 거고 바이러스는 사람 몸에 침투한다"며, "꿈을 포기한 사람들이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휴먼 음악드라마'를 표방했다. <다모>와 <패션70S>를 연출한 이재규 PD와 <반올림1> <태릉선수촌> <오버 더 레인보우>의 극본을 썼던 홍진아, 홍자람 작가가 그 꿈을 그린다.

<노다메 칸타빌레>만큼 재밌을까?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동시에 방송하는 타방송사 대작, 송일국 주연 대작 <바람의 나라>도 문제지만, 클래식 음악을 자장가로 아는 다수 시청자들에게 이 드라마가 얼마만큼 친근하게 다가갈까?

이 드라마가 넘을 산은 또 있다. 클래식 음악 하면 떠오르는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국내에서 알게 모르게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애초 이 드라마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다룬단 소식에 다들 <노다메 칸타빌레>를 떠올렸을 정도다. 물론 <베토벤 바이러스>는 순수한 창작물로 이재규 PD는 "전혀 다른 드라마"라고 밝혔지만, 비교는 피할 수 없다. 실망은 추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터이다.

게다가 <노다메 칸타빌레>가 지닌 인기의 중심에 천방지축 귀여운 천재 피아니스트 노다메 캐릭터가 있다. 노다메를 둘러싼 조연 캐릭터들도 만만치 않은 독특함을 자랑했다. 이순재, 박철민 등이 연기할 <베토벤 바이러스> 조연도 범상치 않아 보이지만, 아무래도 괴팍한 독설가라는 강마에(김명민)한테 성패가 달렸다.

그래서일까? 김명민도 강마에 캐릭터를 만드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강마에란 인물은 여지껏 본 김명민과 전혀 다르다. 말투도 스타일도 독특하다. 김명민도 "이런 스타일, 해본 적이 없었다"며, "주변 인물과 섞이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에 물과 기름처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김명민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한텐 새로운 도전이고 모험이다."

어디 김명민만 새로운 도전일까? '사랑'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지지고 볶는 사람들을 다룬 드라마,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한 전문직 드라마가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는 10일 확인할 수 있다.


태그:#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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