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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한번쯤 가보고 싶은 섬, 마라도. 제주도 여행 마지막날인 오늘은 그 섬으로 간다. 저 멀리 모슬포항이 보인다. 오늘도 역시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길을 나섰다. 마라도행 첫배가 10시 정각에 있다해서 모슬포항 여객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굼지오름에 올랐다가 서둘러 왔다.

 

대정읍 모슬포항에 도착, 가파. 마라도 정기여객선 10시 첫배 표를 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객터미널 내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도 여행을 와서 곳곳을 돌면서 멀리서만 바라보았던 마라도 섬, 한국 최남단의 섬...궁금했던 섬으로 드디어 가게 되었다.

 

 

 

마라도는 한국 최남단의 섬으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11킬로미터 해상에 자리하고 있다. 마라도의 크기는 동서길이 500미터, 남북길이 1.3킬로미터, 섬둘레는 4.2킬로미터이며, 면적은 약 10만평의 섬이다. 원래는 가파리에 속하였으나 1981년 4월 1일 마라리로 분리되었다 한다. 형태는 고구마 모양이며 해안은 오랜 해풍의 영향으로 해식동굴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라도행 정기여객선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들도 모여 있다. 날씨는 아주 맑음, 10시 정각에 배는 선착장을 떠나 바다로 나간다. 더 멀리 나아간다. 선착장은 점점 멀어진다. 바다가 보고 싶어 배 2층으로 올라간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갈수록 파도가 높지만 즐거움이 더 크다.

 

2층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도 어린 아이처럼 즐겁다. 2,3년 전인가. 마라도에 갔다 왔던 남편은 다시는 마라도에 가지 않으리라 했단다. 그땐 이렇게 제법 큰 여객선이 아니라 낮은 통통배였으니 파도에 식겁을 했단다. 그래서 나도 내심 걱정을 했지만 파도가 조금 높긴 해도 괜찮다.

 

옛날에는 마라도 섬을 찾았던 배들이 파도가 너무 높아 아예 접근도 하지 못한 채 돌아가기도 하고 또 난파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10시 30분, 마라도 자리덕선착장에 도착한다. 멀리서 보면 마라도는 부침개 모양으로 아주 편편해 보이지만 그 초원을 떠받들고 있는 밑뿌리, 섬 둘레는 수직절벽으로 형성되어 있다.

 

기암괴석과 해식동굴 모양이 눈앞에 먼저 보인다. 배에서 내려 높은 철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선착장 주변에는 전동차들이 가득하다. 여행객들을 향해 전동차로 호객행위를 하는 마라도 사람들이다. 유료 전동차를 타고 마라도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전동차로 10분이면 돌아볼 수 있는 마라도, 걸어서는 넉넉잡아 1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섬이다. 직접 발로 밟으며 마라도를 느끼고 싶어서 사양하고 우린 천천히 드넓게 펼쳐진 초원으로 접어든다.

 

마라도는 기암괴석 위의 초원지대로 되어 있다. 나무는 거의 없고, 푸른 초원지대로 넓게 펼쳐져 있어 아늑한 이 초원에 안기는 느낌이다. 본래는 천연림이 무성했다 하나 조선 말기에 섬이 개간되면서 모두 없어졌다고 전해진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 그 끝엔 바다가 사면을 둘러싸고 있다. 마라도는 바다에 포위된 섬이다. 이곳 마라도에서 우리가 두고 온 제주의 모습이 멀리 보인다.

 

제주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과 산방산, 형제섬 등이 아득한가하면 가까이 느껴진다. 바람이 거칠거칠 분다. 모자가 날아간다. 양산도 날려갈 듯해서 접는다. 예전에 소매물도 섬 여행 갔을 때 뜨거운 뙤약볕에 화상을 입고 여름 내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선크림을 단단히 바르고 양산까지 준비해 왔지만 바람이 심해 켰던 양산도 접어버리고 만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끼고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길은 어디를 가든 길에서 길로 연결되어 있다. 바다 끝 쪽 아래는 기암절벽이다. 바다를 끼고 푸른 초원을 걷는다. 마라도 등대, 성당, 선인장 자생지, 태양광발전소, 장군바위, 최남단비, 초콜릿전시장, 기원정사, 마라도교회, 마라도 분교, 억새밭… 마을 쪽으로 접어들자 바람이 순해진다.

 

마을 집들은 바람을 등지고 뭍을 향해 앉아 있다. 마라도에서 가장 먼저 생겼고 또 해물자장면 원조라는 자장면 집을 찾는다. 해물자장과 짬봉을 주문한다. 해물자장면 맛이 아주 맛있다. 여느 자장면 집과 달리 느끼하지 않고 뒷맛이 깨끗한 데다 맛있다. 마라도에 가는 사람이라면 이 자장면을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간판은 ‘원조 마라도 해물 짜장면집’이다.

 

그동안 TV에서 20회 이상 방영하고 서적, 신문 등을 통해서도 연이어 집중 방송 보도된 유명한 자장면 집이다. 마라도에서 제일 처음 생긴 자장면집(1997년)으로 정확히는 더 오래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민박집, 그리고 몇 가지 음식을 팔다가 자장면 집만 하게 된 것이 11년째가 된다고 한다. 젊은 새댁은 많은 손님을 대하느라 그 가벼운 몸으로 거의 날아다닌다.

 

“마라도엔 몇 가구가 살아요?”하고 묻자 “40가구에 90명 정도 살아요”라고 맑고 상쾌한 표정으로 말한다. 손님이 끊이질 않고 있다. 많은 손님, 일손 부족 때문일까. ‘셀프식 반납통’이 옆에 놓여 있다. 손님이 직접 먹고 난 그릇을 이 통에 담는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바닷가 바위 근처엔 백년초가 많아 특이하다. 모진 해풍에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소개된 팸플릿에는 선인장 자생지라고 되어 있는데 보아하니 작은 백년초가 지천이다. 이곳 마라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하여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횟집 몇 개, 자장면집이 4개(그동안 많이 불어난 것), 민박집 몇 개가 거의 전부인 듯한데, 전동차로도 생계를 잇는 방법으로 하고 있나보다.

 

해풍 때문일까. 몇 호 안 되는 집들은 낡고 생기가 없어 보인다. 사람 없는 횟집 마당에는 개도 심심한지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있다. 밭 한 뙈기 없는 척박한 곳에서 마라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우린 마라도 자장면 집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그 뒤 언덕위에 있는 마라도교회로 향한다. 조용하다. 교회에 들어가 본다.

 

현관 옆에는 이곳에 왔다간 사람들이 남긴 글이 적힌 방명록이 놓여 있다. 교회 안은 작고 허름하고 아담하다. 옛날, 그 옛날 어릴 적 교회 풍경을 닮았다. 의자는 없고 장판 위에 카펫이 깔려 있고 교회 내부 벽은 낡아 칠이 약간 벗겨져 있다. 낡은 피아노 한대, 작은 강대상, 차트식 찬송가… 이 모든 것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개척 22년째인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다. 잠시 교회에서 쉰다. 내 집처럼 교회는 편안하다.

 

 다시 밖으로 나간다. 아담한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에는 정낭(출입구 양쪽 입구에 세워놓은 세 개의 구멍이 뚫린 돌기둥 정주목에 끼워 넣은 세 개의 통나무)이 세 개 다 걸쳐져 있다.

 

아마도 학생들의 학습 분위기를 위해 여행객들을 막고 있는 듯 하다. 최남단 마라도 푸른 숲은 나무 없는 마라도를 푸르게 가꾸기 위해 만든 해송 숲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해수담수화 시설을 지난다. 물이 귀한 마라도에서 바닷물을 민물화 하는 곳이다. 기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는 천년기념물 제423호로 지정된 곳이다.

 

이렇게 맑고 푸른 바다 빛, 그 속에서 자란 해산물들과 물고기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는 천연기념물 제 423호로 지정된 곳, 마음대로 채취할 수 없는 금단의 땅이다. 바람과 바다와 파도, 바위와 하늘… 그리고 그곳에 깃들인 사람들… 우린 마라도를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걸어본다.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는 마라도,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마라도… 시작점부터 끝까지 한번 돌아본 후에 또 다시 한번 돌아본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끝엔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바다가 이 섬을 가두었을까. 이 섬이 바다를 가두었을까. 서로가 서로를 포위하고 있다. 바다는 어쩌면 끝임 없이 뒤채며 흔들며 소용돌이치다가 이 작은 마라도 섬에서 잠시 지친 다리를 쉬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드넓은 바다에 둘러싸인 섬 마라도, 바람과 파도와 벗하며 또 싸우며 살아가는 섬사람들이 여기 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 섬에 하루 정도 더 머물면서 일출과 일몰을 보고 싶다. 이른 새벽 섬의 표정과 그리고 일출 때의 경이로운 표정과 하루가 저물 때 일몰의 표정을 보고 싶다. 그리고 밤이 되면 바람과 파도는 어떻게 우는지, 어떻게 밤을 지새우는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고 싶다.

 

 

바람과 파도와 하늘...그것들이 이 섬에선 새벽과 아침과 한낮, 그리고 밤이 오면 어떤 말을 걸어오는지,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 듣고 싶다. 이 섬에 머물다보면 나도 하나의 섬이 될까. 세상이 식상하다 싶을 때, 욕망으로 가득한 삶의 한 가운데서 묵은 때를 벗고 싶을 때, 모든 잡념으로부터 벗어나 세상 밖에 있고 싶을 때, 오랫동안 홀로 칩거하고 싶을 때, 마라도를 찾는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때 찾은 마라도에 태풍이 불어와서 며칠을 또 이 섬에 발이 묶여보면 어떨까도 생각해본다. 오후 2시 30분 배를 탄다. 이제 또 섬에서 섬으로 간다. 마라도에서도 보이던 제주의 한라산, 산방산, 성산일출봉 등은 배를 타고 오는 중에도 역시 보인다. 마라도가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고 가파도가 다가오는가 싶더니 또 멀어진다.

 

제주도 마라도여객선 선착장에 도착, 3시 5분이다. 마라도의 푸른 초원과 바람과 하늘과 파도…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다.

 

 

*마라도 정기여객선 운항시간:모슬포호 첫 출발:10:00~17:25까지 1시간 간격으로 있다.

마라도 소재지: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리(모슬포항 기점 1킬로미터)

 

*마라도 찾아오는 길:

제주시: 5번(평화로)관광도로-소인국-추사적거지-대정(모슬포항)-50킬로미터, 55분

한  림: 1120번-분재예술원-오설록-추사적거지-대정(모슬포항) 27킬로미터, 35분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중문단지-창천리-산방산-사계해안도로-대정(모슬포항)33킬로미터,40분

덧붙이는 글 | 지난 8월 26일(화)~30일(토)까지 4박5일동안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태그:#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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