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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통제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시민·언론단체의 다양한 방송 모니터 활동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안으로는 정연주 KBS 사장 해임 등을 통해 방송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밖으로는 시민·언론단체의 비판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방송통신에 대한 통제를 완성하겠는 구상으로 읽힐 만하다.

 

방통위의 전신인 방송위원회는 지난해까지 시민 언론단체들의 다양한 모니터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방송발전기금 지원사업의 일환이었다. 지난해에는 13개 단체에 모두 2억18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최근 뒤늦게 발표된 2008년도 '시청자단체 활동 지원사업'에는 방송모니터에 대한 지원이 아예 없어졌다.

 

방통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방통위로 바뀌면서 '정책 기능'만 맡게 됐기 때문에 모니터 활동은 방통위 사업 영역이 아닌 것으로 분류돼 이에 대한 지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무 차원에서는 다양한 모니터 사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원계획안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위원회'가 '필요없다'고 결론을 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방송에 대한 심의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시민단체나 언론단체의 별도 방송모니터 활동에 대한 지원은 불필요하다는 결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과 시청자 단체들의 모니터 활동은 내용에 있어서는 물론 그 출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방통위원회의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내용·접근 자체가 다른 방통심의위-시민·시청자단체 모니터링

 

실제 방통심의위는 방송법에 따른 '방송심의규정' 등 법적 심의 규정에 따른 규제적 심의를 위한 모니터링에 그 활동이 국한돼 있다. 방송의 공정성이나 객관성 등 일반적 규정에 더해 인권침해, 사생활 보호, 명예훼손, 인권 침해, 광고방송의 내용 등 그 심의 기준에 따른 모니터 활동을 주로 하게 된다. 또 모니터 요원의 제한 등으로 주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쟁점에 대해 '집중 모니터'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시민단체나 시청자단체의 방송 모니터링은 시민 사회의 관점이나 생활상의 요구 등 다양한 시각에서의 자율적 내용 모니터라는 점에서 방통심의위의 규제적 모니터와는 그 내용과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단적으로 지난해 방송위원회가 지원한 시청자단체의 방송 모니터 활동을 보면 그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방방송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광주전남 민언련)나 프로그램 등급제에 대한 모니터(매체비평 우리스스로), 지상파 방송들의 외주제작 실태(문화연대), 생명주의와 생태주의 시각에서의 방송 비평(보리), 방송 프로그램에 나타나는 다양한 계층의 여성상 분석(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 성상품화 실태와 개선방향(여성의전화연합) 등은 시민단체나 시청자단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부산민언련 등 9개 지역 민언련이 공동으로 실시한 대통령 선거 지역방송 모니터나 여성유권자연맹의 TV방송 토론 모니터 같은 경우도 시민영역에서의 선거방송에 대한 감시와 참여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이 때문에 방통위가 시민단체와 시청자단체들의 다양한 모니터 활동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한 것은 방송에 대한 시민사회진영의 비판과 참여의 기회 자체를 위축시키거나 원천 봉쇄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청자단체의 모니터 활동에 대한 지원 여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과거 방송위원회 시절에는 방송발전기금으로 시청자단체 지원 사업 등을 계획할 수 있었지만, 방송발전기금 운용권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있는 지금 상태에서는 전혀 지원할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올해 예산은 물론 내년 예산 편성안에도 이런 예산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따라서 방통위가 시청자단체 방송모니터 지원은 방통심의위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 내년에도 시청자단체의 모니터 활동에 대한 방송발전기금 지원은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방통심의위가 방송에 대한 심의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모니터 활동에 대한 지원 등은 불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피력했다. "방통심의위가 모니터 요원들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이는 심의규정 등에 따른 모니터를 위한 1차적인 모니터 자료 확보 수준"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나 시청자단체의 방송 모니터와는 그 성격이 판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설득력 없는 시청자단체 모니터 활동 지원 중단

 

실제 방송위원회 시절에도 현재의 방통심의위원회가 맡고 있는 방송 보도 및 프로그램, 방송 광고 등에 대한 '심의기능'은 그대로 수행해 왔었다는 점에서도 방통위원회가 방통심의위원회의 심의 업무를 들어 시청자단체의 모니터 활동 지원 중단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방통위가 시청자단체의 모니터 활동 자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 징후는 비단 시청단체의 방송모니터 활동에 대한 중단 사례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방통위는 올해 시청자단체에 대한 지원사업 분야를 대폭 조정했다. 방송모니터링 사업은 물론 캠페인이나 기획사업도 올해부터 배제했다.

 

대신 방송환경 조사와 정책 사업을 신설했다. 시청자 권익을 앞세우고 있지만 시민단체나 시청자단체들의 자발적인 사업 기획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게다가 올해 9억3천만원인 지원 규모도 내년에는 3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시청자단체들이 앞으로 방송발전기금을 지원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게 됐다. '시민단체 배제 전략'이 '낙하산 인사'와 짝을 맞추고 있는 양상이다.


태그:#방통위, #시청자단체, #방통심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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