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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와보고 싶어 하는 도시다. 이렇게까지 두바이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은 사막 위의 최첨단 도시, 상상을 초월하는 개발과 세계최대 인공 섬 프로젝트로 인해 세계의 돈이 모이는 곳이라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두바이가 언론에 소개된 것처럼 화려하고 살기 좋은 곳일까?

'살기 좋은 곳'이란, 말 그대로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부자들만 살기 좋은 곳이면 정말 살기 좋은 곳인가? 세계의 부자들이 여기 온 이유는 부동산 붐을 타고 더욱더 부를 축적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것이다. 물론 두바이 국적을 가진 국민들은 대부분 부자 대열에 합류해 있다.

스폰서 제도(현지인이 스폰서가 되어 지분의 51%를 가지고 스폰서 비용을 받아야만 외국인이 사업할 수 있는 제도) 때문에 이들이 부자 대열에 낄 수 있는 것과, 또 하나는 자국민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다. 자국민에게 땅은 무상, 건축비는 30년 상환 무이자로 땅과 집을 주는 국가의 지원이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국가에서는 땅과 집을 주고, 스폰서 비용으로 최소 1년에 한 업체당 최하 2만 디르함(약 600만원)의 돈을 받는다.

현지에 와서 현지 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 두바이인들은 다섯 여섯 살 된 아이들 까지도 스폰서로 등록시키고 아버지는 대리인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스폰서를 못한다는 제도적인 장치나 제약은 없다. 누가 막겠는가. 자국민이 부자가 된다는데.

스폰서를 하는 곳이 200군데가 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1년에 600만원씩 200군데면 놀고먹으면서 12억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하가 600만원이지 그 이상은 정해진 액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스폰서를 할 수 있는 갯수나 금액도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에서 인터뷰한 두바이 자국민들은 대다수가 컨설턴트일 것이다. 한 방송에서는 "만약 사업에 문제가 생겨도 그 돈으로 먹고 살 수 있겠네요?", "그렇죠. 일 안해도 잘 살 거예요"라는 인터뷰도 방송되었다.

그런데 현재 두바이는 자국민의 비율이 약 15~20%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80% 이상은 그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열악한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막노동하는 사람의 임금은 한달에 7백~9백 디르함(한화 약 20~30만원)이다. 한국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외국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20~30만원 정도, 5년차 이상이면 40만원 정도 선에서 급여를 주고 있다고 한다.

현재 두바이는 몇몇관광지(호텔,대규모쇼핑센터)를 빼놓고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대규모 공사중이다.
▲ 두바이 시내 공사현장 현재 두바이는 몇몇관광지(호텔,대규모쇼핑센터)를 빼놓고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대규모 공사중이다.
ⓒ 권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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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의 두바이에 대한 환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열악한 날씨와 환경, 이민이 없고 장기 거주비자(3년마다 돈을 주고 연장)만 주는 나라. 외국인에게는 열악한 제도, 과연 이런 환경에서 보통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민을 받아 주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민을 받아주면 외국인이 자국민이 되어서 또 다른 외국인에게 스폰서 제도를 적용시켜 일하지 않고도 부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너무 한 면만 보고 열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두바이는 가장더운 시간인 12시부터 4시까지는 공사를 못하게 되어있다. 일사병으로 숨지는 일이 빈번하여 제도적으로 해 놓은 것이다. 신식건물에 비친 구식건물에 빨래가 널려있는 모습이 이체롭다.
▲ 두바이 시내 공사장 인부들이 큰 빌딩앞에 늘어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두바이는 가장더운 시간인 12시부터 4시까지는 공사를 못하게 되어있다. 일사병으로 숨지는 일이 빈번하여 제도적으로 해 놓은 것이다. 신식건물에 비친 구식건물에 빨래가 널려있는 모습이 이체롭다.
ⓒ 권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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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거의 없는 나라, 사막의 기적을 만든 나라. 두바이에서 살 생각을 하면 꿈에 부풀고 희망이 넘쳐날 것이다. 하지만 그 사회의 이면을 보았을 때에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노동자들의 힘든 삶을 보아도 그렇고, 또한 현지의 한인들이 무엇을 하며 사는지를, 그리고 막연하게 두바이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진정 여기서 살려면 무얼 하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면 모범답안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을 직시해서 정말 돈이 많아서 벌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생활이 되는 사람인지, 그리고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답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여기는 기적의 나라, 살고 싶은 나라가 아니고 살 수도 떠날 수도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너무 더운 시간대라서 거리가 한산하게 까지 보인다.
▲ 두바이 시내 쎗탑 시장 너무 더운 시간대라서 거리가 한산하게 까지 보인다.
ⓒ 권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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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기준으로 낮에는 50도가 훨씬 넘는 기온과 50~80%를 넘나드는 습도와의 싸움도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밤이 아닌 새벽에도 40도 정도의 기온과 55%정도의 습도가 괴롭힐 것이다. 현지인들은 돈만 많으면 모든 활동을 실내에서만 하는데 관계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또 다르다. 맑은 공기와 따듯한 햇살 아래서 뛰놀게 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80% 정도)은 이주 노동자들이다. 그들이 사막의 기적을 일궈놓은 셈이지만 그들의 임금은 저조하기 그지 없다. 그 정도의 임금으로도 두바이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이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고 나면 올라있는 주거비와 물가가 그들을 또한 견딜 수 없게 만드는 큰 요인이 된다.

이것을 뒤로 하고도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인 것 처럼 들리는 세금없는 나라, 아니 정확하게는 5%의 세금만 내면 되는 나라의 일상은 어떤가. 폭등하는 사무실 임대료와 주거비 등이 풀지 못할 큰 난제다. 몇 년 사이에 몇 배 올라있는 부동산 거품은 지금도 그들을 내몰고 있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주거비 그러니까 전세나 월세의 비용도 그에 상응하게 올라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하나 있다. 전세나 월세라는 개념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세와 월세의 개념이 아닌 임대료 개념으로 1년짜리 계약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집의 위치나 조망권 등에 따라 여기도 많은 편차를 보이지만 아파트가 아닌 곳도 30평대가 싸게는 1억정도부터 7~8억이 넘어가고 있다.

물론 어마어마하게 비싼 집들도 많다. 그런데 이 금액을 매년 내야한다. 1억짜리 집에 2년 동안 산다고 치고 집주인이 2년째 집값을 올리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2년 동안 2억을 지불해야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바이에서 자국민이 아닌 사람들이 사무실을 두고 사업할 때 월 유지비가 얼마나들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첫째로 스폰서 비용이 있다. 업종이나 사무실 크기 등이 변수이긴 하지만 최하 1년에 600만원 정도 내야 하고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임금,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유지비등을 고려하면 최하 몇천은 넘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생계비용은 뺀 금액이다.

두바이의 부풀려진 환상은 이 모든 것을 간과하고 관광할때 보았던 모습만을 강조하여 실제 삶과의 경계가 모호하게 인식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 중에는 상이하거나 전혀 그렇지 않은 정보들이 많다. 그것만을 믿고 두바이에 정착하려고 왔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쉽다. 잘못된 정보가 많고 그 정보제공자가 두바이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이란 것이 사람들의 믿음에 일조하는 것도 사실이다. 무수히 많은 잘못된 정보 가운데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한 가게에서 쇼윈도에 걸어 놓은 대단한 양의 금 장식구들. 이런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 구 골드숙(Gold Souk)의 한 가게 한 가게에서 쇼윈도에 걸어 놓은 대단한 양의 금 장식구들. 이런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 권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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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어진 뉴골드숙이다. 여기는 야외시장은 아니지만 간판에는 Souk이라고 씌여있다.
▲ 뉴골드숙(The New Gold Souk) 새로 지어진 뉴골드숙이다. 여기는 야외시장은 아니지만 간판에는 Souk이라고 씌여있다.
ⓒ 권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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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라고 말할 수 있는 금시장이 두바이에 있다. 골든숙(Gold Souk). 여기서 숙(Souk)이란 말은 야외에 있는 시장이란 뜻이다. 2개의 골든숙이 있다. 하나는 데이라 쪽에 예전부터 있던 곳이고 버두바이(Bur Dubai)에는 뉴골드숙(The New Gold Souk)이 있다. 데이라 쪽에 있는 곳이 유명한 골드숙이고 버두바이에 있는 곳이 새로 생긴 뉴골드숙이다.

둘의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처럼 싸지 않다. 진짜로 싸다는 것은 적은 금액으로 큰 것 또는 좋은 것을 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더 높다. 물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면 깎아준다고 한다. 현지인(두바이 택시기사)은 "반으로 깎아라"고 한다. 하지만 반으로 깎아도 우리의 금 시세와 비슷하거나 비싸다.

여기에는 24K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물론 돈이 많은 사람들은 바(Bar)나 동전(Coin)처럼 만들어진 순금을 살 순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없다. 여기에서는 22K, 21K, 18K를 취급한다. 우리나라처럼 18K식으로 쓰여있지 않고 퍼센트로 쓰여져 있다. 목걸이 뒤에 75%라고 쓰여 있으면 이것이 18K인 것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1돈=3.75g이다. 22K, 21K는 우리나라에서 취급하지 않는 것이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취급하는 18K로 비교해 보았는데 두바이 금시장이 비쌌다. 그것도 많이 비쌌고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 50만원 정도면 살 수있는 18K 금 목걸이를 999달러라고 이야기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최대라고 이야기하는 금시장이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니 이렇게 잘못된 정보가 많다는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1년이면 11달 동안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정보다. 이것도 완전히 틀린 이야기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파란 하늘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항상 모래바람(아주 작은 먼지같은)이 불어 삼성에서 짓고 있는 세계 최대 높이의 버즈 두바이는 한낮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파란하늘이라니.

물론 모두가 나쁜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휘발유 값은 무척 싸다. 휘발유를 차에 가득 채웠을때 50L기준으로 50디르함(한화로 약 1만5천원)이 안된다. 그리고 1500cc차로 400km정도를 운행한다. 산유국이라서 휘발유 값은 싸다.

또 하나, 기본적으로 장기 거주 비자를 받은 사람들은 돈을 내고 보험증 같은 것을 받는다고 한다. 그 보험증이 있으면 갑자기 아프거나 다쳤을 때 어느 병원에서든지 무상으로 응급실 이용이 가능하다.

두바이의 환상만을 가진 사람들은 관광을 오면 그에 만족할 것이다. 물론 돈이 많이 들면 들수록 더 만족할 것이다. 두바이에서의 삶은 노력만 해서는 되지 않는 이유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너무 많아서 지면상으로는 하나하나 들 수는 없다.

하지만 두바이에서 정착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든 것을 감안하고 내가 살 곳이 어떤 곳인지를 꼭 한번 답사하기 바란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두바이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


태그:#두바이, #두바이이민, #두바이관광, #버즈두바이, #두바이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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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권민철 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글로 남겨 놓겠습니다. 최대한의 검증을 거친 기사만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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