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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에 관한 실증적인 분석서 

 

반값아파트, 선분양-후분양 논쟁, 규제 완전철폐, 최대규모의 감세정책 등 정치적인 수사로 점철됐던 부동산 담론에 몹시도 허무해하던 차에 부동산 문제에 관한 실증적인 분석서이자 대중적인 책이 출간돼 반갑다.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씨는 4년간 당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현재 진보신당 대표)의 보좌관을 지내면서 국회에서 근무했다. 여러 가지 정책을 개발하고 부동산시장의 문제점을 밝혀내기 위해 신문기사는 물론 정부통계자료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등 일반인과 언론사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영역까지도 손을 뻗칠 수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자.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모든 것을 통계로 입증한다'는 필자 스스로 만든 원칙을 지키는 일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문제라도 통계를 찾아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 내용은 알찼지만 속도는 더뎠다. 1주일 걸려 A4 한쪽 쓰는 일이 다반사였고, 일주일 내내 국회 도서관을 이 잡듯이 뒤져 겨우 통계 하나를 찾아내고 나서 혼자 만세를 부른 적도 있다… 책상과 뒤편 책꽂이에 쌓인 A4 프린트물이 필자 키의 3배는 되는 듯했다." - 이 책을 쓴 이유 중에서.

 

눈시울이 젖은 부분은 저자가 자료수집이 난항에 처했을 때마다 먹었던 마음을 들려줄 때다.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필자를 다잡아 준 것은 지하방이나 비닐집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이들에 대한 부채감과 반성이라는 거다. 어찌 보면 소박한 계기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지만, 해마다 빼놓지 않고 들려오는 고시촌의 화재 소식이나 일 떠나 혼자 지키는 집에서 화재로 숨진 아이들의 이야기는 '부동산'이라는 구조적인 모순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분명한 문제의식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관통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조율의 책이 최소 5년 동안 탄생할 수 없으리라는 점이다. 심상정 의원도 원외로 물러선 상태에서 자료요청을 집요하게 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동네 어린애 쳐다보듯 무시하는 상황이라면 정부기관이 자료요청에 성실히 따라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최소 5년 동안 열심히 해도 부족할 만큼 많은 과제를 주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5년 안에 이 같은 책 나오기 힘들어

 

이 책은 단지 저자가 사람 키의 3배에 달하는 자료를 가지고 썼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료들을 적절하게 녹여냈다는 것이 매력이다. 서문만 읽어봐도 저자의 센스나 문체, 진정성과 절박성을 모두 엿볼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가지고 벌써 3개의 기사(블로거뉴스)를 만들어냈는데, 그 외에 뉴스가 될 만한 것이 무척 많다. 실제로 이 신문에서 뉴스로 다뤄진 내용도 많이 있다. 간략히 30가지만 추려서 나열을 해보면 다음고 같다.

 

1.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금메달

2. 1가구3주택 이상만 과세해도 신도시 50개 생긴다

3. 지하방의 기원

4. 스타벅스 커피값이 비싼 이유(33~35쪽)

5. 부동산 스트레스를 아시나요?(46~47쪽)

6. 투기 앞에 무력한 중앙정부(52~53쪽)

7. 말죽거리 투기 잔혹사 - 3년간 20배 상승(71쪽)

8. 기업 연구개발 투자 <<< 부동산 투자(72~73쪽), 자본이익보다 토지이익에 열올리는 대기업(116~118쪽)

9. 부동산 5적의 투기동맹(74쪽)

10. 토지 이용권과 토지 소유권(82~83쪽)

11. 주택이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104~105쪽)

12. 주택이 고령화사회에 미치는 영향(106~107쪽)

13. 토지문제가 제조업 공동화에 미치는 악영향(108~110쪽)

14. 전체 경제에서의 건설업 비중 위험한 수준이다 (114쪽)

15. PIR - 도대체 집값이 연봉의 몇 배야?  (152쪽)

16. 미성년자에게 빌려준 담보대출이 363억원이라고?(153~154쪽)

17. 은행지점당 인구수, 비 강남이 강남의 6~7배(160~161쪽)

18. 아파트 값이 서울대 합격생 수와 수능 점수를 결정한다(162~163쪽, 166쪽)

19. 부동산값이 싸면 사망률이 올라간대요(171~173쪽)

20. 집먹는 하마의 매직 - 주택보급률33.5%↑, 자기집5.7%↑, 셋방살이5.5%↑(188, 190~191쪽)

21. 국가별 집 안심률과 집 걱정률 비교(195~196쪽)

22. 서울 한강 이남의 부동산 수익률은 주식,저축 투자이익의 3~5배(200)

23. 세계 비싼 아파트값 올림픽 대회서 삼성동 아이파크 당당히 1위(평당 5,000만원)(204쪽)

24. 판자집, 움막, 동굴에 11만명이나 산다(218~221쪽)

25. 전,월세 말고 '일세'도 있어요(229)

26. 집 50채 가지고서는 부동산 부자 100등 안에 못 들어(241쪽)

27. 역대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 조장 아니면 일시적인 투기 자제의 반복(294쪽)

28. 임대사업자에 대한 비정상적인 특혜 문제다 (310~312쪽)

29.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해야 한다(313쪽)

30. 자기 동네에서 쫓겨나는 사람들(329쪽)

 

편의상 30개를 추렸지만 이 외에도 뉴스거리는 무한하다. 기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해주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겠지만, 향후 100년은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에 관한 건강한 담론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부동산 계급사회

손낙구 지음, 후마니타스(2008)


태그:#부동산 계급사회, #손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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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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