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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작은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가수 '시와'와 그녀의 음악에 대하여 짧은 글을 적어봅니다.

'시와'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한 곡의 노래가 사람을 이토록 숨죽이게 만들 수 있구나를.

시와 앨범 표지 시와 앨범 표지
▲ 시와 앨범 표지 시와 앨범 표지
ⓒ 오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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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시와'의 첫 인상은 가냘픔이었다. 발목까지 내려 온 하얀 색 주름치마와 목을 가린 회색 셔츠의 그녀는, 자신의 손목보다 굵은 Neck의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홀로 무대에 올라와 나무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오늘의 시대를 논할 때, 자극의 시대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한다. 더 강렬한, 더 충격적인, 그래서 우리의 오감을 한층 흥분시키는 그 무엇이 아니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 욕망을 부추기며, 끝없이 진화하는 이 자극의 끝이 과연 어디일까가 궁금해지기도 하면서.

어쿠스틱 기타를 든 그저 수줍은 소녀로만 보이는 저 뮤지션이 과연 이 자극의 시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감흥을 줄 수 있을지 의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의 음악은 나에게(아니 이는 비단 나뿐이 아니라, 그 음악을 들은 많은 사람들의 느낌이리라.) 상당한 임팩트였다.

시와의 음악을 어떤 장르로 구분지어야 할까. 거칠게 분류하자면, 통기타의 Folk 음악이라 해야 맞겠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는 무언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묘함'이 있어, 단순한 분류법만으론 설명하기 어려웠다. 과연 그녀의 노래가 갖는 '묘함' - 그것은 사찰의 종소리 같기도 하고, 통영 바다 내음 같기도 한데 - 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시와의 거리 공연을 볼 때의 일이다. 음악을 듣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시와의 나지막한 기타 가락과 한 없이 차분한 목소리에 비하여, 주변이 소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혹시 차가 지나가며 경적을 울리면 어쩌나? 지나가는 청춘들이 괴성을 지르면 어쩌나? 그러나 난 그것이 기우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숨죽임을 통해 굉장한 '몰입'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흥겹지도 않으며, 밋밋하고 지루한 듯한 어쿠스틱 기타 음악이 나를 숨막히게 만들었다는 것이.

공연이 끝나고 이를 곰곰 되새겨 본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녀의 음악 안에 '초월'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것은 그녀 자신에 대한 초월이었고, 자극의 시대에 대한 초월이었다.

그녀의 차분함은 오히려 많은 자극과 소란과 부대낌을 넘어 그 위에 있었고, 듣는 이들 역시 그 몰입에 따라가고 있었다. 위에서 애기했던 임팩트는 바로 여기에서 나왔던 것이다.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에 가수로 데뷔한 시와에게 왜 노래를 부르냐는 질문을 해 보았다. 그녀는 수줍게 대답한다. "행복해 지기 위해서요."

아마도 시와에게 음악은 스스로 극도의 몰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였을 것이다. 그러한 몰입은 그녀를 '행복'으로 인도해 주었을 것이고.

더불어 그녀의 몰입은 듣고 있는 우리를 역시 행복의 차원 이동 무대선으로 초월시켜 주고 있었다.

그 때서야 많은 의문이 해결되기 시작한다. 그녀의 음악을 들을 때, 왜 '오래된 미래' 라다크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는지. 시와의 기타 가락을 들으며, 왜 노장을 읽을 때 느낄 수 있었던 유연함과 덤덤함이 떠올랐는지. 그리고 그녀의 따뜻한 음성에서 어떻게 니어링 부부의 통나무집을 발견할 수 있었는지.

시와의 첫 번째 앨범에는 4곡의 노래가 담겨 있다. 혼자 있고 싶은 날에 시와는 조용히 성북동 길상사에 다녀온다는 데, 그곳에서 만들었다는 곡 '길상사에서'를 시작으로, '기차를 타고', '사실 난 아직', '랄랄라'가 그것. 한 곡, 한 곡이 너무 보석 같아, 혼자만 몰래 숨겨 놓고, 조용히 듣고 싶어질 정도이다.

본인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시와는 가수이기 이전에 시인이다. 그녀가 직접 지은 노랫말들은 너무 사색적이고, 아름다워, 음반을 틀어 놓고, 혹은 공연을 보러 가서, 가사를 음미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시와의 노래 '랄랄라' 中

여기 앉아서,
좀 전에 있었던 자리를 본다.

아, 묘한 기분
저기에 있었던 내가 보인다.

저 하늘, 저 나무, 저 그늘, 저 계단
여기서도 저기서도 똑같아 보일까.

밥 딜런이나 김민기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가수이면서, 한편의 시와 같은 노랫말을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오늘 우리는 여성 음유 시인 '시와'를 주목해 본다.

2007년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시와의 음악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 그리고 글을 쓰며, 빠뜨린 게 있는데, '시와'란 이름은 이집트의 오아시스 도시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첨부파일
album1.jpg


태그:#시와, #길상사에서, #오창주, #홍대,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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