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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도
 경기도 지도
ⓒ 안양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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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안양, 과천, 군포, 의왕이 포도송이처럼 붙어 있는데, 효율적이지 못하다. 버스 노선의 경우도 시 경계를 넘을 때마다 여러 절차가 필요하고 안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합해 하나의 광역시로 만들어 구조를 가급적이면 경량화, 단층화해야 한다."

민주당이 16개 광역시도를 없애고 지방자치단체를 3분의 1로 줄이는 내용의 행정구역 개편을 제안한 가운데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도 지방행정체제의 전면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18대 국회에서 행정구역 전면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노컷뉴스>, <프레시안>등에 따르면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은 지난 31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시도와 시군구를 통합해 전국을 인구 70만명 전후 70여개의 광역시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방행정체제의 전면 개편을 주장했다.

이는 서울과 부산, 경기도 등 16개 광역시도를 없애고 인구 30만명 이하의 기초단체를 통폐합하자는 민주당의 행정구역 개편 방안과 거의 유사한 내용이다. 민주당은 234개에 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60~70개로 통폐합하는 지방행정구역 개편안을 내놓은바 있다.

허 최고위원은 "우리는 지금 100년 전의 행정체제 틀을 유지하고 있는데 미래 신도시 건설을 위해 행정체제가 개편돼야 한다"며 "읍면동 체제도 개발행정 시절에는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세계화라는 큰 틀에서 풀뿌리 주민 자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허태열 대표위원
 한나라당 허태열 대표위원
ⓒ 허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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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현재의 시도에서 시군구 그리고 읍면동으로 이어지는 중복 행정구조는 행정력이나 예산 낭비, 주민 불편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광역 시도는 없애고 몇개의 시군구를 통합해 적정한 규모로 광역화하여 풀뿌리자치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허 최고위원은 이를 위해 "큰 틀의 합의가 만들어지면 기준법을 만들어 행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으로 할 수 있다"며 "통합하면 광역의 지위를 줘 세금 운영권 등을 보장하고 주민들은 그런 인센티브를 가지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허 최고위원은 행정통합의 예를 들어 경기 안양과 과천, 군포, 의왕시를 거론했다.

"포도송이처럼 붙어있지만 개별 시마다 시장과 시의회 등이 있어 수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주민 행정과 관련된 공문을 내려보내면 4번이나 복사를 해야 하는 지금의 중층적 행정구조로는 지방분권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갈 수 없다"

그는 이어 "안양, 군포 등이 통합하면 수원도 화성, 오산과 통합하려 할 것이고, 성남이나 부천, 고양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어느 도든 2/3이 광역시가 되고 1/3이 남으면 도가 폐지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안양-군포-의왕시의 경우 지난 95년 민선1기 이석용 시장이 3개 시 통합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안양시민들이 3개시 통합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안양상공회의소에 사무국을 두고 통합운동을 벌였으나 군포시와 의왕시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었다.

더욱이 현재도 안양시는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나, 군포시의 반대가 가장 강하고, 의왕시도 내심 탐탁치 않아 하고 있으며, 인근 과천시는 서울로 통합을 원하고 있는 분위기다.

의왕시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의왕시뿐 아니라 인근 군포시도 이미 지방자치 능력을 갖추고 제 모습이 만들어진 시점에서 중앙정부와 정치권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식 행정구역 통합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쉽지많은 않을 전망이다.

안양시의 한 공무원은 "행정구역 통합논의가 중앙정부 정책으로 추진되기 전에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여론을 모아야 한다"면서 "행정구역 개편마저 공공기관 이전처럼 정부정책에 끌려간다면 지역특성이 무시된 획일적 통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생활권이 묶여있는 안양-군포-의왕시
 하나의 생활권이 묶여있는 안양-군포-의왕시
ⓒ 구글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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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를 거듭해온 행정구역 개편 논란
우리나라의 지방행정체제는 1895년 을미개혁, 1896년 병신개혁, 1914년 일제에 의한 행정체제 강제 개편 등 세 차례의 개편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으며 1990년대 초 학계에 이어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직후 행정구역 개편이 제기된 바 있다.

또 과거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뿐 아니라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 이전계획이 위헌결정으로 좌절되자 정치권 일각에서 대안으로 논의에 착수하는 등 적지 않게 제기됐지만, 그동안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해 표류되어 왔다.

특히 지난 2003년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행정구역 개편을 역설하며 기존 3단계를 2단계로 축소하는 행정단계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행정자치부는 행정조정위원회를 구성.설치해 17대 총선이후 행정구역 개편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지방자치 통폐합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으며 경기도 수원시-화성시-오산시, 하남시-광주군, 구리시-남양주시, 동두천시-양주군, 강원도 속초시-양양군, 충북 청주시-청원군 등 역사적으로 동질성이 있거나 생활권이 비슷한 도.농 복합형 시.군등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등 정치일정과 맞물리고 자치단체장들의 반발속에 표류되어 왔다는 점에서 그 시기와 구체적 방법에 대한 여야간 이견을 정리하는 수순 등 매우 복잡한 문제임으로 현재로서는 점치기가 어렵다.

그러나 야야 공히 개편 필요성과 당위성을 제기하고 기본적 입장에 뜻을 같이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경우 예상밖의 사태가 도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개편 가능성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행정구역 개편은 지방자치 실시후 불거지는 주민 삶의 질, 행정의 효율성, 지역갈등 및 님비 현상 등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타개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정치적 목적을 떠난 여야의 허심탄회한 대화와 광범위한 여론수렴이 먼저 요구된다.

한편 허 최고위원은 "행정체제 개편은 아직 당내 공식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 선거구제 논의와도 맞물려있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으로 중장기적 논의를 거쳐 국민투표가 필요한 사안이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론화를 주장하는 민주당과는 차이를 보였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위의 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는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미 17대 국회때 구성된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이같은 내용의 활동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며 "18대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허 최고위원은 "오늘 얘기는 당론이 아니라 개인적 생각이다"고 거듭 밝히면서 "민주당이 먼저 (행정구역 개편) 문제를 제기한 만큼, 우리도 17대 국회에서의 성과물 등을 바탕으로 당정협의 등을 거쳐 새롭게 당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한발 후퇴했다.

결국 허 최고위원이 발언한 행정체제 개편 문제는 다시 한번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검토해나가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까지 장악하고 대통령 당선으로 권력까지 장악한 한나라당이 이를 적극 추진할 지는 미지수다.


태그:#지방행정, #행정체제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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