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사원행동)' 기자회견이 열리기 몇시간 전,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이병순 KBS 비즈니스 사장을 KBS 사장에 임명했다. 속전속결이다.

 

8월 8일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이 통과된 지 보름여만에 새 사장이 임명됐다. 25일 KBS 이사회가 부쩍 속도를 내 이병순 사장을 면접 3시간 만에 임명제청할 때 이미 예상된 결과다.

 

하지만 사원행동은 이 대통령의 사장 임명을 '방송장악'으로, 어제 이사회의 임명제청을 '원천무효'로, 이병순 새 사장을 '청부사장'으로 규정하고 27일 아침부터 이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 사장을 KBS 새 사장으로 받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권력의 힘이 두렵다, 하지만 국민이 더 두렵다"

 

사원행동은 26일 오후 2시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방송장악 청부사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내일부터 KBS 사원행동의 이름으로 신임 사장의 출근을 막을 것이며 이것은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한 첫 행동이 될 것"이라며 "정권과 신임 사장이 뉴스와 프로그램을 장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사원행동은 두 곳을 정조준했다.

 

우선 KBS 이사회다. 사원행동은 "KBS 이사회는 지난 8월 8일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상정 통과시킨 뒤 어제 사장 후보를 제청하기까지, 네 차례의 이사회를 모두 불법과 월권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 무시로 일관했다"면서 "우리는 사장 후보를 제청한 이사회를 원천무효로 규정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KBS 사장 임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사원행동은 이어 "이사회의 배후에 정권이 있다"면서 지난 17일 청와대 대책회의가 그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사건이 언론에 의해 폭로되자 정권은 김은구 카드를 접고 이병순 카드를 뽑았다, 하지만 이러한 조처는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것이 사원행동 측의 주장이다.

 

사원행동은 이병순 새 사장을 '청부사장'으로 규정하며 이렇게 밝혔다.

 

"사원행동은 이병순 신임 사장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구현할 수 있는 KBS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국민 여러분이 정권의 적나라한 방송 장악 기도를 꿰뚫어보고 있고 지난 네 차례 이사회 과정을 지켜봐왔는데 어떻게 인정할 수 있나?

 

살아있는 권력은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 여러분이 더 두렵다.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100만 촛불 시민들이 더 두렵다. 우리가 어설프게 타협하거나 배부른 돼지, 영혼없는 방송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시청자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서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사원행동의 두 번째 비판 대상은 KBS 노동조합이었다. "김은구 아니면 낙하산 아니다" 는 입장을 밝히며 총파업 철회 등 사실상 KBS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쟁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인상을 풍기고 있는 KBS 노조에 대해 사원행동은 "부끄럽고" "분노하며" "절망했다"고 비판했다.

 

"어제(25일) 그 어이없는 이사회를 노조는 진정성을 갖고 저지하지 않았다. 200여 명의 사원이 이사회를 저지하기 위해 온종일 온 몸으로 싸우는 동안 노조는 본관 1층 주차장 입구에서 연좌한 채 움직이지 않았고 신임 사장이 제청되자 이를 환영하는 듯한 성명서를 냈다"는 것이다.

 

사원행동은 "공영방송 KBS 노조가 제1순위로 천명할 것은 방송독립"이라며 "그렇지 않은 노조라면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일정에서 노조와 사원행동 사이에 또다른 균열과 갈등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끝으로 사원행동은 시청자와 국민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KBS 사원행동은 정연주 전 사장을 다시 붙잡기 위해 결성되지 않았습니다. 적나라한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를 막아내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사원들의 결사체입니다. KBS 사원행동은 시청자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은 KBS 방송인으로 남을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태그:#KBS, #사원행동, #이병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