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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인 주무 보호관 판단에 따라 자해나 자살의 위험이 있는, 초조해하거나 행동이 불안정한 여성에 대해 위험물에 해당하는 브래지어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행정지도다. 이것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는 신체 수색과는 다른 차원이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이어 강남경찰서에서도 지난 15일 열린 100번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연행된 여성들에게 브래지어를 벗으라고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과거 경찰이 공안사범들에게 벌이던 알몸수색에 다름 아니다"며 "인권침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업무편람과 유치인 호송규칙 등을 들어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성 속옷 탈의한 채 경찰조사, "여성 인권침해사건"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5일 밤 촛불시위 과정에서 연행된 고아무개(27·회사원)씨 등 여성 5명을 유치장에 입감하면서 브래지어를 벗도록 요구했다. 이들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경찰은 "끈으로 자살할 수 있으니 벗어야 한다"고 계속 요구했고, 결국 17일 저녁 풀려날 때까지 40여 시간을 모두 브래지어를 벗은 채 지내야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통해 '강남서의 속옷 탈의사건'을 처음 알린 고아무개씨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밖에서 유치장 안이 훤히 들여다보여 움직일 때마다 신경이 쓰였고, 남자 경찰관 앞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너무 수치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남경찰서 수사 담당자는 "유치 대상자에게 위험물질을 제거해 달라고 요구해 자연스럽게 벗은 것"이라며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권운동사랑방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에 연행되면 경찰은 공무집행을 한다는 명분으로 피의자들에게 강압적 태도로 일관한다"면서 "속옷 탈의는 여성 피의자들에 대한 심리적 굴복을 받아내기 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권운동사랑방은 "단순 집회참가 여성 이외의 다른 여성 유치인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경찰은 속옷탈의를 강요했을 것"이라며 "전형적인 여성 인권침해사건으로 피해에 대한 구제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들은 "지난 8·15집회에서는 경찰이 해산 중심에서 적극적 검거 중심으로 돌변했다"며 "미란다원칙 고지, 경고방송 3회 등 연행할 때 경찰이 지켜야 할 공무적법성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경찰청 "심리적 불안으로 자살 가능성 있어... 스스로 제출"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경찰청은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과 업무편람, 행형법 등을 들어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 제8조 1항에 따르면, 유치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유치인의 소지품을 출감 시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칙 제9조에 따르면 경찰은 혁대, 넥타이, 금속물, 기타 자살에 이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을 유치기간 중 보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성 속옷에 해당하는 브래지어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의 한 관계자는 "업무편람 가항에 브래지어가 속해 있다"며 "마약·강도·살인·강간·시위사범 등이 영장청구 이후 심리적 불안을 느껴 자살하거나 자해할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물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경찰이 브래지어를 제출해달라고 당부해 스스로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치인들이 스스로 다 동의해서 브래지어를 내놓았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번 일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비슷한 피해 사례를 모아 공동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도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여성 연행자들을 입감하면서 자해 운운하며 브래지어를 수거한 것은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라며 "과잉 신체검사로 인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개정한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을 거꾸로 돌리는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마포경찰서와 강남경찰서 등 현재까지 드러난 '속옷탈의사건'에 대해 진정이 접수되는 대로 즉각 조사에 나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들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15 집회 당시 벌어졌던 경찰의 반인권적 행태를 고발할 예정이다.


태그:#브래지어, #속옷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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