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은 올림픽이 열린 파란 잔디밭
 작은 올림픽이 열린 파란 잔디밭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첫 번째 경기, 페트병 축구

파란 잔디밭. 한여름 쨍한 하늘아래 파릇파릇한 잔디밭을 만난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축구공 있어요?"
"안 가져 왔는데."
"축구하고 싶은데."
"안 되는 게 어딨니. 기다려 봐."

숙소로 달려가 다 먹은 생수병을 가져왔다.

"축구공 대신 이걸로 하자. 편을 갈라야 하는데. 우선 막내인 윤찬이(초2)와 유진이(초3· 여)를 기준으로 재형이(초6)와 윤석이(초3)가 한편을 하고, 성현이(초6)와 윤성이(초4)가 한편이 되면 되겠다. 골대는 의자 맞히기다."

마음대로 튀어 다니지만 잔디밭에서 축구할 수 있다는 기분이 나름대로 열중을 하게 만든다.
▲ 페트병 축구 마음대로 튀어 다니지만 잔디밭에서 축구할 수 있다는 기분이 나름대로 열중을 하게 만든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편 가르기는 실력과 나이를 고려해서 적정하게 된 것 같다. 시작하기 전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다. 중앙에서부터 차야 한다고 하면서, 중앙선을 기준으로 넘어오지 말라고도 했다.

'시작' 소리와 함께 처음에는 치열한 몸싸움과 공방전을 하더니 점차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유진이(초3) 편이 우세해 보이지만 공이 아닌 페트병으로 낮은 의자를 맞히기는 쉽지 않다. 윤석이(초3)가 몇 차례의 슈팅을 하지만 번번이 공중으로 날아간다.

재형이와 성현이는 승부를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다.
▲ 치열한 몸싸움 재형이와 성현이는 승부를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윤석이와 성현이가 서로 이겨보려고  열심히 뛰어 다닌다.
▲ 쟁탈전 윤석이와 성현이가 서로 이겨보려고 열심히 뛰어 다닌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뜨거운 햇볕아래 양쪽 다 지쳐가는 듯하더니 다시 찾아온 기회에 유진이 팀이 힘차게 찬 페트병이 낮은 의자 정면을 맞았다.

"축구공이 아니라 제대로 차지지도 않는다고요."
"똑같이 차는 데 뭐."
"안 할거야."
"그래도 이긴 건 이긴 거다."

윤성이(초4)의 강한 불만에 재형이(초6)는 같은 입장이라고 응수를 한다. 축구경기는 1:0으로 유진이 팀이 이겼다. 윤성이(초4)는 몹시 뿔났다. 축구라면 자신 있는데, 축구공이 아니라서 졌다고 생각하는 가 보다.

두 번째 경기, 젓가락 이어 달리기

"그럼. 우리 릴레이 할까?"
"좋아요."
"바통이 있어야 하는데요?"
"나무젓가락으로 하면 되지."

재형이(초6)가 재치를 발휘하면서 나무젓가락을 가지러 간다. 재형이가 가져온 젓가락은 하나. "왜 한개만 가져오니"라고 물으니, 웃어 보이면서 젓가락을 벌려 보인다.

시작점을 정하고 나니 양 팀 다 심각하다. 서로 모여서 순서를 정하고 있다. 순서가 정해졌다. 유진이 팀은 유진이, 재형이, 윤석이 순이다. 윤찬이 팀은 성현이가 중간에 달리고 마지막으로 윤성이가 달리기로 했다. 순서가 정해지니 바통 건네는 연습이 한창이다. 진지한 표정과 이기겠다는 열의는 올림픽 저리 가라다.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윤찬이와 유진이가 첫 주자로 나와 열심히 달린다.
▲ 첫번째 주자 윤찬이와 유진이가 첫 주자로 나와 열심히 달린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성현이가 처음에 앞서가고 뒤에서 재형이가 추격 중이다.
▲ 두번째 주자 성현이가 처음에 앞서가고 뒤에서 재형이가 추격 중이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첫 번째 주자인 윤찬이(초2)와 유진이(초3)가 출발선에 섰다. '시작'과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윤찬이와 유진이는 몸이 둔한 편으로 열심히 달리지만 속도는 그리 나지 않는다. 하지만 무척 열심이다. 첫 번째 바퀴에서는 윤찬이가 5m 정도 앞선 채로 들어서고 있다.

윤찬이에게서 젓가락을 건네받은 성현이(초6)가 먼저 달려 나간다. 재형이(초6)가 추격에 나선다. 절반정도에서 추월을 당하더니 점점 차이가 벌어진다. 한 바퀴를 돌아올 때는 거의 20m 이상 차이를 벌렸다. 이미 승패는 정해진 것 같다.

성현이가 마지막 주자인 윤성이에게 바통을 넘겨준다.
▲ 바통 건네기 성현이가 마지막 주자인 윤성이에게 바통을 넘겨준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이미 차이가 많이 나지만 따라 잡으려고 온 힘을 쏟으며 달린다.
▲ 전력질주 이미 차이가 많이 나지만 따라 잡으려고 온 힘을 쏟으며 달린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마지막 주자인 윤석이(초3)가 달려 나간다. 윤성이(초4)는 조급했는지 성현이(초6)에게로 마중을 나가려고 하니, 재형이는 반칙이라며 너무 가지 말라고 제지를 한다. 성현이는 무척 지친 상태로 윤성이에게 젓가락을 건넨다. 윤성이가 활처럼 튀어 나간다. 이미 차이가 많이 벌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쫓아 달린다. 윤석이와 점점 거리가 좁혀지더니 결승점에 가까이 갈 때쯤 3m 정도 차이다.

"어어. 따라 잡겠는데."

윤석이도 열심히 달리지만 윤성이가 얼마 남기지 않고 따라 잡고 있다.
▲ 마지막 승부 윤석이도 열심히 달리지만 윤성이가 얼마 남기지 않고 따라 잡고 있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결승점에 다다랐을 때는 거의 동시에 들어오는 것 같다. 하지만 윤성이가 조금 빨랐다. 말 그대로 발 하나정도 빨랐을까.

"와아."

환성과 함께 릴레이는 윤찬이팀이 이겼다.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달린 윤성이가 기어코 따라 잡고 말았다. 힘을 다한 윤성이는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는다. 하지만 얼굴에서는 승리의 미소가 배어나온다. 승부수를 마지막에 건 치밀한 작전의 승리다. 전력을 다한 질주. 아주 멋진 경기였다. 

"양 팀 다 한 번씩 이긴 거니까, 일대일 비긴 거네."

뒤풀이, 물싸움

잔디밭이 너무 좋아 뜨거운 햇살도 잊은 채 열심이었다. 한바탕 격전을 치르고 나니 모두들 지쳤다. 옆에 있는 계곡으로 들어갔다.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물을 튀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물싸움으로 변했다. 수중전이다. 누가 이기고 지고가 없다. 결국 모두 흠뻑 젖었다.

한 바탕 승부를 끝내고 이제 수중전이다.
▲ 물싸움 한 바탕 승부를 끝내고 이제 수중전이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가족여행 때 만난 잔디밭입니다. 이 애들은 아들 두 놈과 조카들입니다. 애들은 뛰어 놀 공간만 있으면 재미있게 놉니다. 그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어른들의 몫입니다.



태그:#이어 달리기, #잔디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