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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셰르파가 있다면, 우간다 르웬조리에는 가이드가 있다. 이들은 르웬조리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하며 전 등반 일정을 함께 한다. 일당은 3불에 팁이 고작이지만,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험하다는 르웬조리 산에 오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집에서 만든 음식보다 산에서 끓여먹는 고깃국이 더 익숙할 가이드들에게 왜 산에 오르는지 묻고 싶어졌다. 그래서 우리 팀 담당인 가이드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갑작스런 제안이었지만, 그들은 기쁘게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이 중에서 대표로 인터뷰를 한 사람은 무힌도 알로지오스(Muhindo Alozious, 33, 가이드 8년)과 느웬지 조엘(Nzwenge Joel, 37, 가이드 15년)이었는데, 우선 가이드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 왜 가이드가 되었는가?

조엘 : 아버지가 르웬조리 가이드로 일했고, 나도 아버지를 따라 산에서 일하게 되었다. 현재 15세인 내 아들도 이곳에서 포터(짐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가이드가 되면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있다. 가이드로 일하지 않는 기간(르웬조리의 건기는 6~8월과 12~3월로, 이 때가 아니면 등반이 어렵다)에는 부업으로 콩을 경작할 수 있고, 1주일 정도 되는 등반 이후 곧바로 일당을 받을 수 있다.

 

- 가이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알로지오스 : 먼저 르웬조리 협회(Rwenzori Organization)의 회원이 되어야 한다. 현재 회원 수는 1000명의 남녀노소인데, 이들 모두가 처음에는 포터로서 일을 시작한다. 그 중에서 영어 실력이 좋고 경험이 많은 포터는 가이드로 지원을 할 수 있고, 르웬조리 관리 사무소(RWS)의 인터뷰를 거쳐 선발된 포터는 약 1달간의 가이드 교육을 받는다. 가이드 수는 회원 1000명 중에서 50명이고, 그 외에 예비 가이드가 30명, 요리사가 30명이다. 가이드로 선발된 사람은 80세까지 일을 할 수 있다.

 

 

- 포터나 가이드는 산에 오르기 위해 특별히 운동을 하는가?

조엘 : 가이드는 등반 경험이 많기 때문에 특별히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포터는 짐을 질 때 곤조(Gonzo)라는 전통적인 방식(짐을 끈으로 묶고 그 끈을 머리에 매는 방식이다. 하지만 무게는 등으로 받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포터들이 앞을 보기가 편하다고 한다)을 따르는데 당신도 2~3번만 오른다면 등반에 익숙해질 것이다.

 

대신  미숙한 포터들은 정상 아래 엘레나(Elena) 산장까지만 짐을 나를 수 있고, 노련한 포터와 가이드는 정상까지도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고산병은 노련한 가이드들도 걸리는 경우가 있다.

- 가이드는 한 달에 몇 번 산을 오르는가? 

알로지오스 : 많으면 1달에 3번 오르기도 하지만, 아예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 산에 오를 때의 마음가짐은 어떠한가?

알로지오스 : 가이드는 산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다. 나는 산을 오르면서 항상 신을 생각한다. 신이 우리를 받아주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래도 나는 르웬조리를 오르는 것이 즐겁다.

 

조엘 : 작년 겨울에는 가이드 1명과 포터 1명이 고산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만큼 우리는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보기 위해 르웬조리에 찾아오고, 또 우리에게 할일이 있기 때문이다.

 

- 가이드로서 가장 보람있을 때는 언제인가? 

알로지오스 : 르웬조리에 온 사람들 모두가 다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등반을 마쳤을 때가 가장 보람있다.

 

- 르웬조리를 등반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사람들인가?

알로지오스 : 르웬조리를 방문하는 그룹은 평균 4~8명 이상이고, 사람들의 국적은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이다. 요즘은 스페인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다. 아시아 사람들은 많은 편이 아니지만 20~30%정도는 된다. 한국인은 아마 당신들이 처음일 것이다.

 

- 르웬조리에 오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알로지오스 : 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대처할 수 있도록 장비를 잘 갖춰오고, 자신의 건강을 항상 염두에 두길 바란다. 또한 르웬조리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암벽등반, 설산등반 기술이 필요하므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와야 한다.   

 

그리고 르웬조리를 등반한 뒤 한국으로 돌아가면, 더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다른 한국인들에게 르웬조리가 얼마나 멋있는 곳인지 알려달라. 르웬조리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동식물들이 많다.

 

 

이렇게 해서 서툰 영어로 진행된 인터뷰가 끝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르웬조리 가이드를 3D직종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은 우간다 최고산인 르웬조리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민간외교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과 고락을 함께한 6박7일은, 가이드로서 그들의 노력과 책임감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태그:#오지탐사대, #아프리카, #우간다, #르웬조리,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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