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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또 듣고 있는 거야? 다른 것 좀 들을 수 없니?"

 

아빠의 물음에도 딸은 들은 척 만 척 합니다. 그런 딸이 조금은 얄밉기도 하고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12살의 딸아이는 일지매 이준기에 푹 빠져 있습니다. 노트나 연습장엔 온통 일지매와 이준기에 대한 상념들과 하트(♡)들이 가득합니다. 그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 이름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기도 합니다.

 

드라마 일지매가 종영된 후에도 그 관심과 사랑은 변치 않았습니다. 엠피쓰리엔 온통 일지매와 관련된 음악이 저장되어 있고, 밥을 먹을 때도 심지어 책을 볼 때도 그 음악을 듣습니다. 지나치다 싶어 다른 것 좀 들을래? 해도 못들은 척입니다.

 

얼마 전엔 <왕의 남자>를 보고 싶다며 아빠의 손을 잡고 비디오가게로 갔었습니다. 비디오 가게에 가기 전까진 그냥 <왕의 남자>가 보고 싶은 가보다 하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딸아이가 고른 비디오는 세 개입니다. <화려한 휴가> <왕의 남자> <플라이 데디>이죠. 딸아이가 고른 세 개의 비디오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 개의 영화가 모두 이준기라는 잘 생긴 배우가 나온 것들이란 것입니다. 딸아이는 영화보다는 이준기가 보고 싶어 이 세 개의 비디오를 고른 것입니다.

 

"딸! 너 이 세 개의 영화 왜 고른 거야?"

"그냥."

"아니지. 다른 꿍꿍이 생각이 있는 거지?"

"아냐. 그냥 보고 싶어서 고른 거야."

"잘 봐. 이 세 영화 모두 이준기 나오는 거잖아. 너 영화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이준기 보려고 골랐잖아. 아빠 말이 맞지?"

 

자신의 의도를 알아 첸 아빠의 말에 딸아이는 얼굴만 발개진 채 피식피식 웃기만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세 개의 비디오 중에 딸아이가 빌릴 수 있는 것은 <플라이 데디> 뿐이었습니다. 비디오 가게 아줌마가 어린아이가 보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하나만 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실망한 딸의 표정이란. 그러나 의지의 소녀는 나중에 나머지 두 편의 영화를 기어이 보고 말았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딸아이에게 "아빠가 좋아, 일지매 이준기가 좋아?" 물었더니 이겐 웬일. 당연히 "아빠가 좋아"라는 말을 기대했는데 딸아이의 표정이 굳어지는 게 아닙니까. 거듭 물어도 딸아이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반 강요에 못이긴 듯 모기보다 작은 소리로 "아빠~ 가 좋~~아" 하면서 아빠의 눈치를 슬쩍 보는 겁니다.

 

그 순간 내 마음 한쪽으로 찬바람이 휑하니 지나가는 걸 느꼈죠.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지를 얼마나 이뻐하는데.

 

연예인에 관심 가지기 시작한 딸, 사춘기인가?

 

6학년이 되면서부터 딸아이는 연예인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상도 남녀 상관없이 다양합니다. 주로 요즘 인기 있는 연예인들로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샤이니 등 그룹을 이루는 가수들과 탤런트 이준기, 이서진, 배용준 등 인기 있는 드라마에 출현한 배우들이 딸아이의 관심사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딸아이의 관심 상태를 말하면 사춘기가 시작됐다며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곤 합니다. 대부분 사춘기의 시작은 연예인에게 관심을 두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면서요. 해서 사춘기를 경험한 열여덟의 숙녀들에게 사춘기의 증상을 물었더니 상상 외의 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저 사춘기 엄청 심하게 앓았거든요. 누가 내 이름만 불러도 짜증나요."

"엄마나 아빠의 모든 소리가 잔소리로 들려요. 가출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거든요."

"심지어 밥 먹으라는 소리도 귀찮고 그래요. 누가 내 방문을 조금만 크게 열거나 닫아도 짜증 확 밀려와요."

"뭐라고 잔소리 하면 안 돼요. 잔소리 자주 하면 엇길로 나가요. 지나가는 비라 생각하고 그냥 두세요. 저도 그랬어요. 나중엔 별 관심 안 두어요."

 

그냥 놔두는 게 해결책이라니. 이런저런 고민이 많습니다. 사실 딸아이의 변화는 관심의 변화뿐이 아니라 신체적 변화도 있습니다. 가슴의 봉오리도 만들어지고, 외모에도 무척 신경을 씁니다. 엄마가 주는 대로 입었던 옷도 이젠 가리기 시작합니다. 해서 궁금하여 인터넷을 통해 사춘기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이렇게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GH)과 부신에서 분비되는 안드로젠 및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젠 등에 의하여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춘기 시작에서 초경이 일어나기까지는 평균 4.5년(1.5∼6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또 이런 내용의 설명도 덧붙여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춘기 여성(80%)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는 에스트로젠의 증가에 따라 유방의 봉오리형성(budding)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 시기는 대개 9.8세 경인데 이것을 유방사춘기(thelarche)라고 칭한다 합니다. 다음으로 나타나는 변화로 부신의 안드로젠(DHEA, DHEAS 및 ADD 등)이 증가함에 따라 나타나는 음모의 성장과 액와모의 성장이라 합니다. 이것을 부신사춘기(adrenarch 혹은 pubarche)라고 칭하는데 그 시기는 대개 10.5세 경이고요. 그러나 사춘기 여성의 20%에서는 유방사춘기보다 부신사춘기가 먼저 나타난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읽어보니 딸아이의 성장 모습과 같습니다. 얼마 전에 아이엄마한테 딸아이가 음모가 생겼다며 보여주었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물론 아빠한텐 절대 비밀로 하라면서요. 또 가슴의 봉오리도 제법 커져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초경은 시작되지 않았고요.

 

많은 청소년들이 사춘기 시절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생활모습도 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이땐 외모나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이성에도 눈을 뜨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심리도 매우 민감해져 있어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도 짜증을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 사춘기가 시작되면 많은 부모들이 여간 노심초사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딸아이의 증상은 본격적인 사춘기로 들어가기 전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관심 인물이나 행동들에 대해 조용히 지켜보고 있은 상태입니다. 어린 아이에서 숙녀로 변해가는 딸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좀 더 밝고 아름답게 자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태그:#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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