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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전남 장흥 용산면 관지리에 쌀부대에 흙을 담아 지은 집이 등장한 후 스스로 집을 짓겠다는 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다녀갔다. 장흥의 흙부대(Earthbag) 주택이 세워진 후 봉화에서는 10kg 쌀부대에 모래나 마사토를 담아 집을 짓고 있는 현장이 세 곳이나 되고, 무안 초당대학 뒷편에선 20kg짜리 쌀부대에 현장의 흙을 담아 50평 카페를 짓고 있다. 화순에선 10kg짜리 마대 흙부대로 집을 짓고 있다.

금년 가을 제주도에선 부대자루에 화산석을 담아 짓는 방식이 시도된다. 단양에서도 또 한채의 흙부대 집이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현장은 강화도 유설현씨의 현장이다. 그는 곡물건조용 망사튜브에 흙을 담아 집을 짓고 있다.

사실 흙부대로 집을 짓다보면 흙부대를 고정시키기 위해 철조망을 까는 일이 매우 성가시다. 철조망은 배배 꼬이기 일수이고 철조망 가시가 신발에 박힌다. 요즘은 고유가로 철조망 가격도 덩달아 올라 부담이 되고 있다.

PP 흙부대이든 마대 흙부대이든 흙미장이 잘 붙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건 기우다. 생각보다 흙미장이 잘 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종 흙미장을 더 잘 접착되게 하고 균열이나 잔금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화이버 매시나 조경마대, 철망 매시 등 다양한 망을 덮고 미장을 한다. 이러한 망 값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망을 부착하는 일도 적지 않게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는 방법이 유설현씨가 집을 짓고 있는 방식이다.

강화도 유설현씨의 망사 튜브에 흙 담아 짓는 집

망사 흙튜브로 쌓은 원형 흙집의 벽체 유설현씨의 강화도 망사흙튜브 건축 현장
망사 흙튜브로 쌓은 원형 흙집의 벽체유설현씨의 강화도 망사흙튜브 건축 현장 ⓒ 유설현

사실 이 방법은 브라질 환경단체인 에코오카(EcoOca)가 개발했다. 에코오카는 칼 얼스(Cal Earth) 센터에서 개발한 PP 재질의 긴 튜브 대신 긴 망사 튜브를 흙부대 건축에 적용했다. 에코오카가 개발한 망사 흙튜브의 명칭은 하이퍼어도브(Hiperadobe)이다. 우리는 쉽게 망사 흙튜브나 긴 망사 흙부대 정도로 부르자. 이 긴 망사 흙튜브는 농촌에서 곡물 건조용으로 사용하는 망사다. PE재질로 되어 있어 질길 뿐 아니라 벼 낱알이 빠져 나가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다.

망사 흙부대로 쌓은 벽체와 조망창 강화도 유설현씨 현장
망사 흙부대로 쌓은 벽체와 조망창강화도 유설현씨 현장 ⓒ 유설현

긴 망사 튜브에 찰진 흙을 반죽하지 않고 약간 수분이 있는 상태에서 넣고 나무공이로 다지면 찰진 흙이 망사 사이로 빠져 나와 서로 접착되게 된다. 이 때문에 PP 흙부대를 사용할 때처럼 흙부대를 고정하거나 잡아주기 위해 철조망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수직으로 흙부대 벽체를 고정하기 위해 쐐기 박는 일을 생략할 수도 있다. 미장할 때에도 망사 튜브 자체가 매시나 그물망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장흙이 잘 붙는다. 세 가지 자재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만큼 작업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면서도 빠르고 쉽게 작업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자재와 인력을 줄일 수 있어

망사 흙튜브를 공이로 다지는 모습 강화도 유설현씨 망사 흙부대 건축 현장
망사 흙튜브를 공이로 다지는 모습강화도 유설현씨 망사 흙부대 건축 현장 ⓒ 유설현

PP부대나 마부대는 자갈, 모래, 연탄재, 화산석 등 찰기가 없는 재료도 채울 수 있지만 망사 튜브에는 어느 정도의 찰진 흙만 사용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흙 사용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흙의 함유 수분은 손에 쥐고 꽉 쥐었을 때 살짝 뭉쳤다 풀어지는 정도면 충분하다. 대부분의 흙은 자연 상태에서 어느 정도의 수분을 머금고 있는데 너무 마른 흙이라면 사용하기 전에 물호스로 적당히 젖을 정도로 물을 뿌린 후 사용한다. 그렇다고 별도로 흙을 반죽해서 넣을 필요는 없다. 그저 약간 습기가 있는 흙이면 된다.

곡물 건조용 망사 튜브는 농자재상이나 농촌의 천막상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곡물 건조용 망사 원단은 강도에 따라 1m 폭에 35m 정도 길이의 원단이 2만~3만 원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긴 튜브 형태로 된 것은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유설현씨는 곡물 건조용 망사 원단을 사서 직접 공업용 미싱으로 박음질해 망사 튜브를 만들어 사용했다.

유설현씨는 막돌을 시멘트 몰탈로 고정시킨 막돌 기초 위에,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방수포를 깔고 긴 망사 튜브에 건축 현장에 있는 흙을 반죽없이 그대로 넣은 후 공이로 다져가며 벽체를 쌓았다. 긴 망사 튜브에 흙을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 프라이머를 담았던 플라스틱통에 긴 함석 관을 연결해서 흙을 담는 도구를 만들었다. 이 긴 관에 긴 망사 튜브를 주름지게 끼워 넣은 후 슬슬 풀어가며 흙을 담는다. 브라질 환경단체인 에코오카는 긴 망사 튜브에 흙을 담기 위해 함석 깔대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망사 튜브에 흙을 담는 도구 재활용 플라스틱 통을 이용해서 만든 망사 튜브에 흙담는 도구
망사 튜브에 흙을 담는 도구재활용 플라스틱 통을 이용해서 만든 망사 튜브에 흙담는 도구 ⓒ 유설현

재활용 플라스틱통으로 만드는 간단한 공구

망사 흙튜브 건축의 장점은 또 있다. 일반 흙부대 건축의 경우 부대자루에 흙을 담아 쌓아 올리게 되는데 상당히 힘이 드는 편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벽체를 따라 망사튜브를 풀면서 아래 사진처럼 프라스틱 통에 흙을 담아 부어나가기만 하면 어느새 벽체가 완성된다. 물론 낱장 흙부대 역시 벽체 위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흙을 채우며 쌓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튜브 방식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린다.

플라스틱통으로 망사튜브에 흙을 담고 있는 모습 강화도 유설현씨의 망사흙튜브 건축 현장
플라스틱통으로 망사튜브에 흙을 담고 있는 모습강화도 유설현씨의 망사흙튜브 건축 현장 ⓒ 유설현

브라질에서 개발된 긴 망사 튜브를 이용한 흙부대 건축은 유설현씨의 용기와 도전에 의해 드디어 국내에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물론 앞으로 보다 많은 시도와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귀농을 해서 보다 저렴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집을 짓고자 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이 되리라 믿는다.

망사 흙튜브 사이에 문틀을 끼운 모습 강화도 유설현씨의 망사 흙튜브 건축 현장
망사 흙튜브 사이에 문틀을 끼운 모습강화도 유설현씨의 망사 흙튜브 건축 현장 ⓒ 유설현

양파망에 흙담아 짓는 집

전남 해남 화산면 고정희 시인 생가 인근의 목신마을에서는 또 다른 재미난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대안대학교인 녹색대학을 나오고 해남 YMCA에서 근무하던 건축주가 귀향하면서 집을 짓고 있는 것.

이 집은 각재로 만든 귀틀에 양파망 흙부대를 외벽과 지붕에 쌓는 방식으로 짓고 있다. 흙부대를 가볍게 하고 방충과 단열을 위해 인근의 흙과 석회, 왕겨를 함께 섞어 양파망에 넣었고 쌓을 때 다지지는 않는다. 석회와 흙이 섞이면서 양파망 흙부대는 매우 단단하게 굳는다.

양파망과 각재 귀틀집의 결합 해남 화산면 목신마을 현장
양파망과 각재 귀틀집의 결합해남 화산면 목신마을 현장 ⓒ 김성원

귀틀 골조는 전통적인 방식의 통나무 귀틀이 아니라 경량 각재를 이용해서 촘촘히 만든 개량식 귀틀골조 방식이다. 약 12평 규모에 방하나 거실 하나 주방, 방 위 다락방과 거실 위 부분에 반쪽 다락이 있는 구조로 벽체 하단부와 기초부는 인근에서 주어온 돌로 쌓았고 지붕판재는 폐학교 마루장을 사용했다.

양파망에 흙과 석회, 왕겨를 섞어 넣는 방법은 일반 흙부대를 가볍게 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다. 사실 흙부대 벽체를 쌓을 때 부대자루의 무게로 인해 작업에 어려움이 있다. 양파망 흙부대 역시 미장 때 필요한 매시나 그물망을 생략할 수 있게 한다. 해남 화산면 현장은 흙부대의 무게 문제와 매쉬 사용 문제를 해결할 좋은 단서를 제공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흙부대 건축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카페 한국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http://cafe.naver.com/strawbalehouse)의 흙부대건축 메뉴에 자세하게 공개되어 있다.

건축현장은 반드시 건축주에게 반드시 사전 허락을 받은 후 방문하길 바란다. 건축주들의 연락처는 위 소개한 카페를 통해 알 수 있다.



#흙집#흙부대#망사#강화#어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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