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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생활> 2학년 1학기 78쪽.
 <즐거운생활> 2학년 1학기 78쪽.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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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내년부터 전국 초등 1·2학년생에게 가르치기 위해 미리 만든 실험본 교과서에 일본 전래동요와 일본풍 노래를 수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한국 전통음악인 국악 내용은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전엔 금지한 일본풍 노래, 올해엔 교과서 수록

교과부는 지난 2000년에 만든 <즐거운생활> 2학년 1학기 지도서에서 "현재 알고 있는 전래동요들이 대부분 일본 음계에 기초한 노래임을 알고 선별하여 지도하라"면서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쎄쎄쎄', '우리집에 왜 왔니' 등의 노래를 예로 들었다. 이들 노래는 되도록 지도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랬던 교과부가 올해 3월 1일자로 발행한 내년 초등 1·2학년용 <즐거운생활> 실험본 교과서(이하 즐생)와 교사용 지도서에는 '우리 마을(집)에 왜 왔니'와 '여우야 여우야'란 노래 2곡을 직접 실은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7차 교육과정 교과서에서는 '지도 금지' 방침이었다가, 올해 들어서는 교과서에까지 실어놓는 등 지도를 적극 권장한 것이다.

<즐거운생활>은 음악·미술·체육을 통합한 교과서이며 실험본 교과서의 집필 완료 시기는 지난해 말이었다.

<즐거운생활> 1학년 1학기 교사용 지도서 161쪽.
 <즐거운생활> 1학년 1학기 교사용 지도서 161쪽.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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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생활> 2학년 1학기 78·79쪽에는 "'우리 마을에 왜 왔니' 놀이를 해 봅시다"란 활동내용 제시와 함께 놀이를 하는 삽화가 실려 있다.

'여우야 여우야'란 노래도 <즐거운생활> 1학년 1학기 교사용 지도서 161쪽에 악보를 실었다. 교사가 교과서 4단원 '누구를 만날까요'를 지도하면서 이 노래를 가르치도록 한 것이다.

교과부는 또 같은 지도서에 일본풍 노래 의심을 사고 있는 '참 좋아'란 창작곡도 게재했다. 더구나 이 노래는 1학년 1학기 첫 시간용으로 편성된 것이어서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국악전문가인 노동은 중앙대 창작음악과 교수는 "'여우야 여우야…'란 노래는 일본 에도시대부터 지금까지도 부르는 일본 전통노래이며 '우리 집에 왜 왔니'란 곡도 일본에서 건너 온 일본풍 노래"라면서 "이 같은 사실은 이미 학계에서도 검증된 것인데 교과서에 들어갔다니 기가 막힌 일"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참 좋아'란 노래에 대해서도 "창작곡이지만 일본 전통동요의 선율을 따른 전형적인 일본민요풍"이라고 분석했다.

국악교육연구학회장을 맡고 있는 변미혜 한국교원대 교수의 분석내용도 노 교수와 거의 일치했다.

이에 대해 <즐거운생활> 편찬 책임을 맡은 이아무개 교수(대구교대)는 "과거 왜색곡이라 해서 교과서에서 뺐던 노래를 전래동요라는 주장도 있어서 다시 싣게 됐다"면서 "논란이 된 이상 삭제하는 방향으로 9월 심의회에서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악은 가위질... 민족 정체성 흔들

<즐거운생활> 1, 2학년용 실험본 교과서.
 <즐거운생활> 1, 2학년용 실험본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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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즐거운생활> 교과서에서 국악 내용은 큰 폭으로 잘려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악 관련 학회 등의 즐생 교과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음악 수업 시간에 대한 국악 시간의 비율이 1학년은 기존 48.2%(27시간 가운데 13시간)에서 36.8%(19시간 가운데 7시간)로 줄어들었다. 2학년은 문제가 더 심각해 기존 37.5%(32시간 가운데 12시간)에서 9.1%(22시간 가운데 2시간)로 축소됐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국악 단체와 일부 교사들은 ‘'민족 정체성에 흠집을 내는 교과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허정미 서울거여초 교사는 "1학년 입학과 동시에 서양악기와 음악을 주로 접하게 되는 학생들이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겠느냐"면서 "국악 축소는 교육과정의 목표인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내용과도 상반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즐생은 음악교과서가 아니라 독립된 통합교과이기 때문에 주제중심활동에 중심을 둬야 한다"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즐거운생활> 편찬 책임을 맡은 이아무개 교수(대구교대)도 "교사와 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흥미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국악 부분을 일부 축소하기로 뜻을 모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 '경악! 즐생 교과서 40%, 필진 자신의 노래 실었네' 기사가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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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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