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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거리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어쩌면 그 북적거림이 도시다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북적거림 속에 아름다운 예술이 살아 함께 흐르는 거리가 있다. 읽으며 가슴 찡하게 다가오는 시가 있고, 스쳐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추고 앉아보고 싶은 색다른 벤치가 있는 거리.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장난치다가 끌어안고 빙그르르 돌아가는 아주 특이한 모양의 조형물도 있다. 사자가 으허허허 웃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여길 보세요? 나 누구게요?” 하고 장난치는 신사들의 모습도 보인다.

 

시민들이 앉아 쉬어야할 벤치 한 쪽에 가방을 베고 여유롭게 드러누워 입을 크게 벌리고 자는 사람의 청동상이 자유로움을 듬뿍 안겨주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어린 딸과 나란히 서있는 모녀 상에서는 정겨움이 소록소록 묻어나고 “어이쿠 힘들어” 하는 자세와 표정으로 두 명의 청동상이 떠받치고 있는 긴 의자엔 앉기가 민망스럽기도 하다.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중략-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화단가에 세워진 함석헌 선생의 시비는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어느 머언 곳의/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서글픈 옛 자취인양 흰 눈이 내려/ -중략-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중략-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찬란한 의상을 하고/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는 김광균님의 시를 읽으며 잠시 더위를 잊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물결처럼 넘실거리고, 사랑이 있고,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이 거리는 바로 아름다운거리 대학로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작은 소극장들이 모여 있어서 연극과 공연예술의 메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거리의 풍경도 다른 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작품으로 만들어 세워져 있는 조각품들뿐만 아니라 버스나 택시를 기다리며 앉아 쉴 수 있는 긴 의자들도 결코 예사로운 모습이 아니다. 작은 의자 하나, 길 가운데의 중앙분리대까지도 모두 예술성을 불어 넣은 작품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 거리에 들어서면 바라보이는 모든 것에서 예술의 향기를 느끼게 된다. 미술이나 문학에 특별한 소양이 없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보고 느낌이 오는 그런 작품들, 바로 민중예술품들이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나이 들었다고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설치된 미술품들이 결코 나이의 벽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불볕 더위 속에 가로수의 그늘이 지는 오후에는 혜화동 대학로 거리를 걸으며 흐르는 예술과 보조를 맞춰보는 것도 색다른 멋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예술, #대학로, #혜화동, #민중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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