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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팀장직을 사퇴한 KBS 이장종 PD.
11일 팀장직을 사퇴한 KBS 이장종 PD. ⓒ KBS

"어떤 권력도 공영방송인으로서의 내 양심의 자유를 침범할 수는 없다."

 

KBS 환경정보팀장을 맡고 있는 이장종 PD가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정연주 사장 해임에 항의하며 11일 팀장보직을 사퇴했다.

 

이장종 PD는 11일 사내게시판(KOBIS)에 글을 올리고 '정의와 진실은 온갖 술수와 거짓의 폭력 앞에 무너졌다"며 "그 모순을 접하며 오늘 팀장보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PD는 사퇴 이유에 대해 먼저 "공영방송 최고 책임자로서 정 사장의 리더십과 철학, 그리고 그 분의 도덕성에 대한 평소의 신뢰와 존경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뒤 "사장의 해임은 회사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경영의 기초단위로서 팀의 리더는 당연히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책감이 크기 때문이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권력자들의 폭력에 저항하지 못했으며 사내 갈등을 타인의 문제로 눈 감았고 법의 정의를 순진하게 믿었다, 이 모든 것이 제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지 못한 결과”라고 개탄했다.

 

이 PD는 "팀장직을 사퇴한다는 저의 공개적 의사표현은 누구에 대한 저항도 요구사항관철을 위한 투쟁의 의미도 아니다"라며 "단지 '이 정권의 국정철학'을 잘 구현할 신임사장이 왔을 때 그것을 감내할 용기도 없고, 내 양심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다짐 때문이다. 그 어떤 권력도 공영방송인으로서의 내 양심의 자유를 침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글을 접한 KBS 조합원들은 "쉽지 않은 의견 표명"이라며 인터넷 게시판에 지지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KBS PD는 "우리가 자꾸 나약해지는 것은 조그만 이익이라도 지키려고 하다 보니 불의에 눈 감는 것인데, 작은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크게 보는 것이 존경스럽다"며 "양심 있는 팀장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후배의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원래 높은 자리 올라가게 되면 자연스레 시대정신을 망각하게 되는데, 이 선배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나이가 많으신데도 역사 앞에서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엄격했다는 데 대해 존경한다, 평소에도 존경해오던 선배인데 새삼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장종 PD가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팀장 보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오늘 드디어 사장이 해임됐습니다. 정의와 진실은 온갖 술수와 거짓의 폭력 앞에 무너졌습니다. 그 모순을 접하며, 오늘 결심했습니다. 팀장보직을 사퇴합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집니다.

 

첫째, 공영방송 최고 책임자로서 정 사장의 리더십과 철학, 그리고 그분의 도덕성에 대한 평소의 신뢰와 존경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사장의 해임은 회사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경영의 기초단위로서 팀의 리더는 당연히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셋째, 자책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권력자들의 폭력에 저항하지 못했으며, 사내 갈등을 타인의 문제로 눈 감았고, 법의 정의를 순진하게 믿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침묵하라, 행동하라, 그리고 말하라"

 

제 신념이자 좌우명입니다.

 

저는 행동해야 할 때 침묵했고, 침묵해야 할 때, 말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자책으로 팀장직을 사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팀장직을 사퇴한다는 저의 공개적 의사표현은 누구에 대한 저항도, 요구사항관철을 위한 투쟁의 의미도 아닙니다. 단지 ‘이 정권의 국정철학’을 잘 구현할 신임사장이 왔을 때, 그것을 감내할 용기도 없고, 내 양심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다짐 때문입니다. 그 어떤 권력도 공영방송인으로서의 내 양심의 자유를 침범할 수는 없습니다.

 

2008. 8.11

환경정보 팀장 이 장 종


#이장종#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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