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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콜롬보 시내에는 지난 2~3일 사이 열린 제15차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 정상회의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한 거리 악사가 하모니카를 불며 지나고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 시내에는 지난 2~3일 사이 열린 제15차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 정상회의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한 거리 악사가 하모니카를 불며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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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페타 시장 거리에서 한 노인이 짐을 잔뜩 싣고 가고 있다.
 콜롬보 페타 시장 거리에서 한 노인이 짐을 잔뜩 싣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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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진주' 스리랑카.

먼저 이 나라를 여행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내전이 벌어져 위험하다던데 괜찮겠느냐"는 반응이었다. 위험하지 않으니까 우리 정부에서도 여행 자제 요청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 4일 비행기에 올랐다.

태국 방콕을 거쳐 스리랑카항공에 몸을 맡겼다. 구름에 가려 인도양도 보이지 않았다. 김해공항에서 구입한 책 한 권을 다 읽을 즈음 비행기는 고도를 낮추었다. 창문 바깥에는 야자수 나무가 마치 '열병' 하듯 서 있었다.

스리랑카의 정식 국명은 '스리랑카 민주사회주의공화국'이다. 스리(Sri)는 '아름다운, 풍성한, 영광스러운'이라는 뜻이고, 랑카(Lanka)는 '땅, 표적, 나라'라는 의미다. 이름 그대로 '풍요롭고 아름다운 나라'다.

최근 우리 언론을 검색해 보니 두 가지 소식이 알려졌다. 제15차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정상회의가 열려 우리나라에서는 조중표 국무총리실장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기사가 있다. 다른 하나는 지난 7월 말 스리랑카 북부지역에서 스리랑카군과 타밀타이거반군이 교전을 벌여 60여명이 사망했다는 기사였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 들어서니 그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시내 곳곳에 SAARC 정상회의(8월 2~3일)를 알리는 대형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힌다 라자파크사 대통령이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악수하는 대형 사진도 보였다.

콜롬보 시내 곳곳에서는 총을 든 군인들이 보였다. 군인들은 검문검색을 벌이기도 했는데, 시민들은 옆에 총을 찬 군인들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스리랑카 콜롬보 시내에서 군인이 총을 들고 근무를 서고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 시내에서 군인이 총을 들고 근무를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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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콜롬보 시내에 있는 대통령궁 주변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 바다가 인도양이다.
 스리랑카 콜롬보 시내에 있는 대통령궁 주변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 바다가 인도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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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장관은 몇 명?

스리랑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관료들은 경제개발과 투자유치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외자 유치가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최대 관심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양 바닷가 방향의 콜롬보 시내에는 대형 빌딩이 들어서고 있었다.

스리랑카의 장관(Ministry)은 몇 명일까? 물어본 사람마다 숫자가 달랐다. 지방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은 사람도 '장관'이라 부른다고 했다. 40명에 이른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100명에 가깝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장관도 세분화되어 있었다. 가령, 교육의 경우 대학 담당 장관과 유치원·초·중·고등학교 담당 장관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무역센터 건물 안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승용차를 타고 들어가려니 정문에서 수위가 검문하더니 건물 현관에서도 검문했다. 스리랑카 정부의 투자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랏 아무누가마(Sarath Amunugama) 장관을 만났다.

함께 간 일행과 그를 만나고 있으니 투자청(BOI) 책임자가 달려왔다. 그는 한글로 된 투자설명서를 내놓았다. 사랏 장관은 "한국과 스리랑카는 불교라는 종교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스리랑카는 한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스리랑카 출신의 노동자들이 한국에 많이 간다"면서 "한국어를 배워서 가야하는 게 여러 여건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한국어를 배운 뒤에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국에서 먼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또 그는 "몇년전 '경남기업'에서 아파트를 건립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스리랑카 사람들도 고층 아파트를 원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 분야에서 기술을 갖고 있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리랑카 정부의 투자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랏 아무누가마(Sarath Amunugama) 장관(오른쪽 두번째).
 스리랑카 정부의 투자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랏 아무누가마(Sarath Amunugama) 장관(오른쪽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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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케라니야대학의 수업 장면.
 스리랑카 케라니야대학의 수업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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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장관 "한국문화센터 지어 달라"

각 분야 장관들은 한 건물에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정부종합청사 같은 건물은 없었다. 콜롬보 시내에서 흩어져 있었다. 콜롬보에서 10km 가량 떨어진 스리 자야와르다나푸라에는 새로운 행정수도가 생겼다. 실질적인 수도는 콜롬보라 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문화정책을 맡은 야바 아베와더너(Yapa Abeyardana) 장관을 만났다. 야바 장관은 "외국 언론에는 내전이 벌어졌다고 하지만 북부 일부 지방만 그런 상황이다"라면서 "북부지방을 제외한 곳에서는 외국인이 관광하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야바 장관은 "얼마 전 불상을 모시고 한국 석왕사에 다녀온 적이 있다"면서 "한국과 스리랑카가 불교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현재 콜롬보 시내에 문화센터 건립공사를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스리랑카에 문화센터를 세워 주었으면 한다"면서 "한국문화센터가 있으면 한국에 가는 노동자들이 그곳에서 교육을 받은 뒤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스리랑카는 '아시아의 진주'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많다"면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스리랑카를 찾아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야바 아베와더너(Yapa Abeyardana) 장관.
 야바 아베와더너(Yapa Abeyardana)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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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 아베와더너(Yapa Abeyardana) 장관의 집무실.
 야바 아베와더너(Yapa Abeyardana) 장관의 집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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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부 장관 "한국과 교류 넓혔으면 한다"

중앙정부의 대학 정책을 맡은 위스와 와나펄러(Wiswa Warnapala) 장관을 만났다. 그는 대학 총장 등 여러 경력을 거쳐 스리랑카 정부의 대학 정책을 이끌고 있었다. 그는 <스리랑카 역사>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인물.

위스와 장관은 "스리랑카 국민들은 다른 세계의 문명을 받아들이려고 하며, 교류를 넓히고 있다"면서 "한국의 대학과도 교류를 넓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대학들이 스리랑카 학생들을 유학생으로 받아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과 스리랑카 국민들은 모두 불교를 믿고 있는데, 스님 중에 유학생을 뽑아서 교육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리랑카 정부의 교육정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두 국가가 교육하고 있다. 위스와 장관은 "많은 돈은 아니지만 국가에서 학생들에게 일정액의 학비, 용돈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오는 10월 한국에서 람사르총회가 열리는 것으로 아는데, 스리랑카에서도 참가하고 싶다"면서 "아직 NGO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불교사원에서도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정부와 종교단체 대표가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위스와 와나펄러(Wiswa Warnapala) 장관.
 위스와 와나펄러(Wiswa Warnapala)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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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라니야 대학(University of Kelaniya)을 찾아 자얀타 위제야라트너(Jayantha Wijeyaratne) 총장을 만났다. 이 대학에서는 스리랑카에서 유일하게 한국어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15명이 공부하고 있다.

자얀타 총장은 "130년 전 스님들이 공부하면서부터 시작된 대학으로, 개방대학 체제도 함께 운영해 6만여명이 재학생으로 등록해 있고, 매년 5000명 안팎에 학위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어 강좌는 일본어와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힌두어 스페인어에 이어 여섯 번째로 개설했는데,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스리랑카대사관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다야 에디리싱헤 교수는 지난해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얀타 위제야라트너(Jayantha Wijeyaratne) 총장.
 자얀타 위제야라트너(Jayantha Wijeyaratne)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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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스리랑카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카말 앗다라아랏치(Kamal Addaraarcchi)씨와 대통령 비서실장(종교분야)인 랏나야거(Rathnayalce)씨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리랑카 빗디야라야 사원 주지인 아마라완서(Amarawansa) 스님은 우리 일행을 사원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배우 카말 앗다라아랏치(Kamal Addaraarcchi)씨.
 배우 카말 앗다라아랏치(Kamal Addaraarcchi)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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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민은 얼마나?

스리랑카에는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살고 있을까? 우리 기업체는 이곳에 얼마나 진출해 있을까? 콜롬보 시내 곳곳에서는 삼성과 엘지 간판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들 기업은 에어컨과 컴퓨터, 휴대전화로 이 나라에 진출해 있었다.

스리랑카 한인회 엄경호 회장은 "스리랑카에는 현재 700여명의 교민이 살고 있다"면서 "한때는 스리랑카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들이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콜롬보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박인원(17)양은 "국제학교 입학은 자유로운데 한국인들도 많고 유치원·초·중·고까지 합치면 50여명이다"고 말했다. 불국사 소속으로 스리랑카 빗디야라야 사원에 머물고 있는 탄경 스님은 "스리랑카는 다 좋다"고 말했다.

탄경 스님은 "스리랑카는 외세로부터 침략을 받아왔지만 자기들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나라다"면서 "타밀타이거반군과 내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 나라 내부의 문제로,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불안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인도양 해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스리랑카의 인도양 해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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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한 사원에서 스님이 지나가자 아이들이 달려와 머리를 땅에 붙이면서 인사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한 사원에서 스님이 지나가자 아이들이 달려와 머리를 땅에 붙이면서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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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기 하루 전날 페타(Pettha) 시장을 둘러보았다. 우리나라의 남대문시장과 같은 분위기였다. 현지에서 생산된 과일을 비롯해 온갖 물건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한 노인이 폐타이어를 바퀴로 사용한 수레에 짐을 잔뜩 싣고 약간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가고 있었다. 뒤에서 수레를 밀어주자 나중에 그 노인이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고. 코리아라고 하자 그는 '댕큐'라며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돌아오기 하루 전날 탄경 스님이 말했다.

"스리랑카는 사람들이 다 좋다. 나를 새롭게 반성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주는 땅이다. 언제 시간이 되면 또 오세요."

스리랑카의 학생들.
 스리랑카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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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콜롬보 시내에 있는 학 학교의 교실 모습.
 스리랑카 콜롬보 시내에 있는 학 학교의 교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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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스리랑카 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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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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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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