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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경찰 300명이 KBS를 불법 난입한 사건은 언론사에 치욕으로 영원히 남을 정권의 언론탄압사건이다. 우리 사원들은 현재 심장이 찢어지고, 피눈물이 솟구치는 심정이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행동'(이하 사원행동)은 임시 이사회가 열린 지난 8일, KBS 안팎에 대대적인 경찰력 동원이 이뤄진 것에 대해 "독재치하에서도 이러한 폭거는 없었다"고 성토하며 경찰 난입을 지시한 유재천 이사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11일 공식 출범한 '사원행동'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부터 KBS본관 시청자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복경찰들은 이사회가 열린 본관 3층과 경영진의 사무실이 위치한 본관 6층에까지 올라와 우리들을 모욕하고 유린했다"면서 "이는 독재정권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은 지난 90년 벌어진 민주광장 난입사건과 비교해도 훨씬 더 악질적"이라고 규탄했다.

 

"8일은 칼이 들어와 펜을 꺾은 날... 법적 대응 나설 것"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8일은 칼이 들어와서 펜을 꺾은 날"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지난 90년에도 KBS가 총파업한 지 30일이 되도록 경찰력은 민주광장(현 본관 2층 시청자광장)에까지밖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이사회는 의결기관이지 집행기관이 아니"라며 "모든 절차를 무시한 채 이사장이 경찰투입을 지시하고, 이에 대해 안전관리팀장, 경영본부장 등의 간부들이 이사장의 명령을 그대로 듣고 따른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즉 간부들이 상관(사장·부사장 등)의 지시는 듣지 않고 의결기관인 이사회의 명령대로 행동하며 경찰력 동원을 용인·방조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사진과 경영본부장, 그리고 안전관리팀에 대해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해 분명하게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승동 KBS PD협회장도 "경찰력을 동원하려면 공식적인 지휘라인을 통해 사장이 직접 승인을 해야 함에도 이를 어긴 유재천 이사장은 명백한 직권 남용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경찰도 업무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고 경찰력을 투입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영등포경찰서장과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사원행동은 ▲직권을 남용해 경찰력 동원한 유재천 이사장 및 이에 동조한 한나라당 추천 이사 5인은 이번 폭거에 책임지고 사퇴할 것, ▲불법경찰 난입을 방조하거나 지원한 KBS 안전관리팀 책임자는 응분의 처벌을 받게 할 것, ▲경찰 책임자인 영등포경찰서장과 어청수 경찰청장은 즉각 사퇴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어 "응당의 조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언론탄압 정권의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석 회장은 "향후 이사회와 경영본부 등의 명백한 월권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현재 변호사와 구체적인 법률검토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원행동'이 밝힌 지난 8월 8일 KBS 경찰난입 일지

 

8월 4일 10시: 임원진 회의 중 정연주 사장이 경찰의 본관 입구 봉쇄에 대한 근거를 묻자 경영본부장은 "(일시를 지정하지 않은)포괄적 시설보호 요청에 근거했음"이라고 답변.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사내에 경찰 출입과 주둔은 안 된다"며 "포괄요청이 아닌 필요시 사안별 요청으로 바꿀 것"을 지시했음. 그러나 이 지시는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됨.

 

8월 7일: 친여 이사 6명, 모호텔에서 합숙하며 경찰투입 논의. 이사회 사무국 모 전문위원은 6명의 이사들을 옆에서 수행하며 숙박을 지원함.

 

8월 8일 오전 8시: 경영본부장실에 방문한 정연주 사장이 직접 "안전관리팀장은 사내 경찰을 즉시 내보내지 않으면 직위해제 할 것이다"라고 경고. 그러나 이 지시는 거부됨. 당시 이사회장에는 이미 영등포경찰서의 제아무개 정보관이 동석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사회 전부터 이사회장 내에 상주하며 유재천 이사장과 경찰력 투입 등을 논의함.

 

8월 8일 오전 9시 50분경: KBS내의 청원경찰이 KBS 직원들에게 밀리는 모습이 보이자 유재천 이사장이 제 정보과장에게 신변보호를 위한 경찰투입을 요청함. 이에 대해 정보과장은 공식요청이 아니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 그러자 유 이사장은 직접 영등포 경찰서장 및 안전관리팀장을 불러 경찰 투입을 지시.

 

이후 권혁부 이사가 전화로 3층 철문 개방 요청.(현재 경영본부장 및 안전관리팀장은 지시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중)  

 

KBS노조와 다른 방향으로 행동할 듯..."13일 이사회 저지는 함께 할 것"

 

한편 사원행동은 향후 KBS노동조합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광규 KBS노조 청주지부장은 "노조와 사원행동의 관계는 아직 정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현재는 노조와 투쟁 방법에 있어 분명히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향후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과 정치 독립적 사장 선임 문제에 있어서는 충분히 공감대가 있는 만큼 이 부분은 절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석 회장도 "공영방송을 지키자는 원칙에는 노조도 우리와 입장이 같으나 어떻게 싸워 나갈 것인지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많은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해야하는 현 시점에서 언론노조를 탈퇴해 독립노조 건설을 하자는 노조의 주장 등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회장은 "그러나 13일 이사회는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그날은 노조와 사원행동이 함께 행동해 이사회를 저지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원행동' 모임의 결성과 관련 박승규 KBS노조 위원장은 "집행부와 타 조합원들이 정 사장에 대한 생각이 다른 면은 이해할 수 있으나, 별도의 사원 조직을 만들어 따로 행동을 취하는 것을 보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조합원들이 직접 선출하여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노조가 있는데 정당한 의사수렴과정을 거치는 것을 부정하고, 별도 기구를 만들어 노조를 해체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걱정"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KBS#사원행동#공영방송#정연주#유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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